개요편집이의 제기
‘불타는 파도’는 2015년 7월 23일 리그 오브 레전드 유니버스에 공개된 공식 단편 소설로, 스콧 호크스, 조지 크르스틱, 앤서니 레이놀즈, 존 오브라이언이 집필했으며 약 9270단어 분량이다[1].
이야기는 빌지워터의 쥐구멍 구역 끝 ‘학살의 부두’에서 시작된다. 카드 마술사 리그 오브 레전드트위스티드 페이트가 톱니 갈고리단이 지키는 중앙 창고에 잠입해 리그 오브 레전드갱플랭크의 보물 중 칠흑 같은 비단 위에 놓인 단검을 훔치려던 중, 옛 동료이자 복수심에 불타는 리그 오브 레전드그레이브즈와 맞닥뜨린다[1]. 두 사람의 대치 중 갈고리단 해적들이 들이닥치고, 창고에 불이 붙으며 혼란이 가중된다. 리그 오브 레전드트위스티드 페이트는 순간이동 카드로 탈출을 시도하지만 리그 오브 레전드그레이브즈가 끈질기게 추격해 부두와 도살자의 다리까지 이어지는 난전 끝에 둘 다 리그 오브 레전드갱플랭크의 함선 ‘데드 풀 호’ 선원들에게 포위·생포된다[1].
한편 빌지워터 항구 경비대장 축하연이 열린 ‘철면피 히드라’ 선술집에서는 붉은 머리의 미녀가 건배사를 마치고 홀연히 사라지며, 수수한 차림의 남성 ‘레이픈’과 “사이렌 호에서 만나자”는 대화를 나눠 별도의 작전이 진행 중임을 암시한다[1].
데드 풀 호 갑판에서 리그 오브 레전드갱플랭크는 두 포로를 ‘죽음의 여신’이라 불리는 낡은 초록빛 대포에 쇠사슬로 묶어 바다로 발사하려 준비하며, 온 빌지워터 시민을 불러 공개 처형 잔치를 벌인다[1]. 리그 오브 레전드트위스티드 페이트와 리그 오브 레전드그레이브즈는 십 년 전 수용소 사건의 진실을 주고받으며 서로에 대한 오해와 원망을 일부 해소하지만, 이미 대포 앞까지 끌려나온 상황이다[1].
줄거리편집이의 제기
이 문단에는 스토리의 결말과 주요 반전이 포함되어 있어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1]
학살의 부두 잠입
쥐구멍 구역 끝에 자리한 학살의 부두에서 썩은 바다뱀 고기 비린내와 쥐 소리가 가득한 밤, 주인공은 중무장한 톱니 갈고리단 경비를 피해 창고 침투를 준비한다. 경비들이 도살장 뒤로 순찰을 돌며 건물을 한 바퀴 돌아 다시 올 때까지 주어진 시간은 이 분이다. 달이 구름에 가려 선착장이 어둠에 잠기자 어부들이 버린 나무 상자 뒤에 몸을 숨기고, 중앙 창고 옥상의 석궁 경비들이 수다를 떠는 틈을 타 거대한 기중기 사이로 이동한다. 목적은 빌지워터를 지배하는 자의 창고에 보관된 단검을 훔치는 것으로, 위험하지만 보수가 짭짤해 감행한다. 창고 후미진 골목으로 숨어들었으나 막다른 길이고 생각보다 밝아 경비 귀환 시 발각 위기에 처한다. 묵직한 발소리가 다가오자 소매에서 카드를 꺼내 손가락 사이에 끼우고 정신을 집중해 창고 내부로 순간이동한다. 머리카락 한 올까지 완벽하게 이동에 성공해 창고 안 어둠 속에서 주변을 살핀다. 창고는 열두 개의 바다에서 약탈한 금은보화, 철제 갑옷, 예술품, 비단 등으로 가득 차 있으나 목적물은 최근 도착한 짐이 있을 중앙 출입구 근처의 자그마한 나무 상자다. 상자를 열자 칠흑 같은 밤하늘 색 비단 받침 위에 눈이 멀 듯 아름다운 단검이 놓여 있다. [1]
그레이브즈와의 재회
단검에 손을 뻗으려는 순간 철컹 하는 자물쇠 소리와 함께 등 뒤에서 그레이브즈가 "트위스티드 페이트. 오랜만이군."이라고 부른다. 어둠 속에서 나방이 등불에 타죽는 소리를 들으며 트위스티드 페이트는 분노로 마음을 다잡고 복수하기 전까진 움직이지 않겠다고 결심한다. 그레이브즈는 산탄총을 장전하며 몇 년간 찾아 헤맨 배신자를 드디어 조준한다. 트위스티드 페이트가 싱글싱글 웃으며 "총은 치우자. 응? 우리 친구잖아."라고 말하자 그레이브즈는 분노가 치솟지만 흥분을 가라앉히고 추궁한다. 트위스티드 페이트가 자신의 몰골을 보고 "이렇게 단정하게 차려입은 건 처음 보는데?"라고 비아냥대자, 그레이브즈는 경비 눈을 피해 바다로 수영해 들어와 망가진 차림임을 밝히며 "그 계집애 같은 얼굴을 벽에 뭉개버리기 전에 왜 내 뒤통수를 쳤던 건지 말해."라고 요구한다. 트위스티드 페이트는 "사람이 수용소에서 십 년을 썩으면 어떻게 되는지 알아?"라는 그레이브즈의 말에 "내 덕분에 버틴 거네. 그럼 고마워해야 하는 거 아냐?"라고 실소하며 약을 올린다. 그레이브즈가 "날 얼마에 팔아넘긴 거냐?"고 묻자 트위스티드 페이트는 미소만 지으며 시간을 번다. 그 순간 웅성거리는 소리와 발소리가 창고를 울리고, 트위스티드 페이트가 카드를 날리자 그레이브즈가 방아쇠를 당겨 카드를 산산조각낸다. [1]
톱니 갈고리단 습격과 대치
트위스티드 페이트가 "정신 나갔어? 동네 사람들 다 깨우려고 작정했냐? 창고 주인이 누군지 알기나 해?"라고 외치지만 그레이브즈는 아랑곳 않고 다시 총을 조준한다. 트위스티드 페이트가 눈에 보이지 않을 속도로 카드를 난사하고 그레이브즈가 응사하는 사이 창고 문이 열리며 열 명이 넘는 톱니 갈고리단 해적단이 괴성을 지르며 쏟아져 들어온다. 창고 안은 순식간에 톱니 갈고리단으로 우글거리고, 그레이브즈는 트위스티드 페이트만을 노려보며 총탄을 날린다. 트위스티드 페이트는 상자 뒤로 숨으며 카드 세 장을 날려 발목을 잡고 빠져나갈 길을 찾으려 한다. 그레이브즈가 "이번엔 내빼지 못할 거다. 절대로."라고 으르렁대자 트위스티드 페이트는 대화로 풀 생각은 포기하고 카드로 응수한다. 데마시아산 갑옷에 튕긴 총알이 음악처럼 울리고 갈고리단 놈들까지 가세해 완전히 포위되며 중앙 출입구도 봉쇄된다. 트위스티드 페이트는 의뢰 완수를 위해 단검을 챙겨야 한다며 창고를 거의 한 바퀴 도는 추격전 끝에 붉은빛 카드로 중앙 출입구 문짝을 날려버리고 바닷바람을 불러들인다. 갈고리단 놈들이 우왕좌왕하는 틈에 손도끼 든 놈을 무릎으로 차고 카드로 적 위치를 파악한 뒤 단검을 낚아챈다. [1]
화재와 협상 시도
출입문이 열려 있으나 갈고리단 때문에 나갈 수 없어 창고 안쪽으로 파고들어 상자 틈에 숨는다. 창고는 난장판이고 손안의 카드가 파르르 떨려 순간이동 가능 신호이나 그레이브즈가 훼방을 놓아 집중할 수 없다. 갈고리단 놈들이 끝없이 불어나고 연기로 숨이 막히며 옷이 흠뻑 젖는다. 트위스티드 페이트는 누군가 자신과 그레이브즈를 함정에 빠뜨렸음을 직감한다. 두 발의 산탄과 화살 공격에 엎어지며 위기를 맞자 그레이브즈가 "그만 포기하는 게 좋을 거다!"라고 외친다. 천장이 타들어가 창고가 곧 무너질 상황에서 트위스티드 페이트는 "우리 모두 사기당한 거라고! 일단은 같이 빠져나가자. 복수는 그다음에 생각해. 제발."이라고 절박하게 호소한다. 그레이브즈는 "네놈을 믿느니 성을 갈겠다."며 거절하나, 트위스티드 페이트는 그 틈을 타 판자 뒤에 숨고 카드에 정신을 모아 창고 밖으로 순간이동한다. [1]
탈출과 추격
창고 밖으로 이동한 트위스티드 페이트는 용암 같은 분노 소리가 들리는 듯하나 유유히 열린 문으로 빠져나와 카드 뭉텅이를 던진다. 창고는 불길에 휩싸여 구름마저 붉게 물들었고, 그레이브즈를 남겨뒀으나 강한 놈이니 괜찮으리라 생각한다. 부두에 불이 나면 빌지워터 전체가 발칵 뒤집혀 도망치기 좋으리라 판단하던 중 등 뒤에서 귀를 찢는 폭발음과 함께 무너진 벽 사이로 그레이브즈가 산탄총을 난사하며 뛰어온다. 살기 번뜩이는 눈으로 뒤쫓는 그레이브즈의 고집에 트위스티드 페이트는 자신이 저 세상으로 가지 않기만을 바란다. [1]
데드 풀 호의 갱플랭크
거지 소년이 일등 항해사를 따라 선장 처소로 향하던 중 어두운 복도 끝 선실에서 끔찍한 신음 소리를 듣는다. 데드 풀 호의 쥐새끼마저 숨을 죽이게 만드는 비명에 소년은 눈을 감고 신을 부른다. 일등 항해사가 "괜찮아. 선장님은 네 얘기가 듣고 싶으실 거다."라며 나무문을 두드리고, 문신으로 뒤덮인 얼굴의 거구 선원이 날이 넓고 굽은 칼을 찬 채 문을 연다. 선실 중앙에는 키 큰 중년 남성 갱플랭크가 등을 돌리고 앉아 있고, 말려 올라간 소매 아래 팔이 피로 붉게 물들어 있다. 소년은 삼각 선장모와 새빨간 외투를 보며 "갱플랭크…… 선장님……"이라고 떨리는 목소리로 부른다. 일등 항해사가 소년의 등을 치며 얘기를 들어달라 청하나 갱플랭크는 침묵하며 작업대를 들여다본다. 거구 선원이 소년을 떠밀자 천 길 낭떠러지 앞처럼 비틀거리며 나아가 작업대를 보니 다양한 크기의 칼과 갈고리, 더러운 물이 든 양동이, 그리고 햇빛을 보지 못해 시든 풀처럼 축 늘어진 남자가 머리만 겨우 움직인 채 있다. 남자의 식은땀과 절망 어린 눈동자에 소년은 숨소리가 가빠지고 굳어버린다. [1]
갱플랭크의 고문과 심문
갱플랭크가 돌아보며 어둡고 차가운 눈빛, 죽은 자의 눈, 식인 상어의 눈으로 소년과 마주치고 조각칼을 쥐고 있다. "요즘은 뼈 공예 하는 사람을 찾아보기가 어렵지. 다들 성미가 급하니. 뼈를 조각하려면 인내심이 필요한 법이거든. 신중하게 생각하면서 칼을 놀려야 하니까."라고 말하며 나선형 바다 괴물 촉수와 파도 문양을 조각한다. 남자가 "제발……" 빌자 갱플랭크는 싸구려 위스키를 상처에 부어 고막 찢어질 비명을 끌어내고 남자가 기절하자 "잘 봐둬라. 충성스런 애들 중에도 주제넘은 짓을 하는 놈이 있게 마련이지. 그럴 땐 버르장머리를 고쳐줘야 한다. 진정한 힘은 사람들이 너를 보는 시선에서 결정되는 거야. 조금이라도 약한 모습을 보였다가는 끝장이거든."이라고 소년에게 가르친다. 소년은 창백한 얼굴로 끄덕이고, 갱플랭크는 의사에게 남자를 깨워 다른 애들도 비명소리를 듣게 하라 명령한다. 갱플랭크가 소년에게 무슨 얘기냐 묻자 소년은 "쥐구멍 구역 부둣가에…… 그 남자가요…… 갈고리단을 피해 도망가고 있었지만…… 저, 전 봤어요."라고 말한다. 소년이 "막…… 카드를 막…… 던졌어요…… 반짝반짝 빛나는…… 카드였어요."라고 하자 갱플랭크가 벌떡 일어나며 심해 괴물처럼 솟구치고 권총집 가죽끈을 종이처럼 찌그러뜨린다. 소년이 "창고요. 판잣집 옆에 있는…… 큰 창고 근처에서 봤어요."라고 하자 갱플랭크는 외투와 선장모를 낚아채고 분노로 시뻘개진 얼굴, 광기 이글거리는 눈으로 "애들 불러라. 본때를 보여줄 시간이다."라고 외치며 선실 문을 열어젖힌다. [1]
그레이브즈의 집념
폐부가 찢어지는 통증에 가슴을 움켜쥔 그레이브즈는 기침과 시커먼 연기를 토하며 트위스티드 페이트를 쫓는다. 십 년 수용소 생활을 떠올리며 이를 악문 그레이브즈는 트위스티드 페이트가 부두 일꾼들을 밀치고 선착장 반대편으로 달아나자 카드 마술을 쓰지 못하도록 계속 추격한다. [1]
등장인물편집이의 제기
- 리그 오브 레전드트위스티드 페이트: 카드 마술로 창고에 잠입해 단검을 훔치려던 도둑. 그레이브즈에게 발각되어 추격전과 총격전을 벌이며 갈고리단과도 얽힌다. 순간이동 카드로 위기를 모면하려 하나 그레이브즈의 집요한 추격으로 집중이 방해받는다. [1]
- 리그 오브 레전드그레이브즈: 트위스티드 페이트를 배신자로 여겨 십 년간 복수를 벼르던 전 동료. 산탄총 '운명'을 들고 창고에서 그를 조준하나 갈고리단 습격으로 상황이 복잡해진다. 끝까지 추격하며 트위스티드 페이트를 놓아주지 않으려 한다. [1]
- 리그 오브 레전드갱플랭크: 빌지워터를 지배하는 해적 선장. 데드 풀 호 선실에서 부하를 고문하며 공포로 통치한다. 거지 소년의 제보로 트위스티드 페이트가 카드를 쓰는 것을 알고 부하들을 소집해 창고로 향한다. [1]
- 말콤: 그레이브즈의 본명. 트위스티드 페이트가 그를 부를 때 사용한다. [1]
- 거지 소년: 데드 풀 호에서 갱플랭크에게 트위스티드 페이트의 목격담을 전하는 정보원. 갱플랭크에게 바다뱀 은화 한 닢을 받고 돌려보내진다. [1]
- 일등 항해사: 갱플랭크의 부관. 흉터가 거미줄처럼 새겨진 얼굴. 소년을 선장에게 데려가 보고하게 한다. [1]
- 거구의 선원: 문신으로 뒤덮인 얼굴, 넓고 굽은 칼을 찬 사내. 갱플랭크의 명령으로 소년을 떠밀고 기절한 남자를 깨운다. [1]
- 고문당하는 남자: 갱플랭크의 작업대에 묶여 뼈 조각칼로 고문받다 기절한다. 충성심에도 주제넘은 짓을 했다는 이유로 처벌받는다. [1]
- 데드 풀 호 의사: 갱플랭크의 명령으로 기절한 남자를 깨우러 작업대 쪽으로 간다. [1]
- 톱니 갈고리단: 학살의 부두 창고를 지키는 해적단. 중무장한 경비병들이 순찰하며, 창고 습격 시 우르르 몰려들어 트위스티드 페이트와 그레이브즈를 포위한다. [1]
- 쥐구멍 구역 부둣가/학살의 부두: 빌지워터의 악취 나는 항구 구역. 창고가 위치해 있다. [1]
- 데드 풀 호: 갱플랭크의 기함. 선실에서 고문과 보고가 이루어진다. [1]
- 리그 오브 레전드그레이브즈: 본명 토비아스. 빌지워터의 무법자이자 전직 갱플랭크의 수하. 산탄총을 주무기로 사용하며, 트위스티드 페이트와 과거 함께 큰일을 도모했으나 배신당했다고 여겨 원한을 품고 집요하게 추적함. 갈고리단과 붉은 모자단, 갱플랭크의 해적단에게 포위된 상황에서도 끝까지 저항하며, 다리 난간에서 뛰어내려 밧줄을 타고 탈출을 시도함. 생선 내장이 든 양철통에 뛰어들어 장화가 망가지는 수모를 겪음. 결국 갱플랭크에게 붙잡혀 갑판에 무릎 꿇린 채 고문당함. 갱플랭크에게 트위스티드 페이트가 죽는 것을 두 눈으로 보게 해달라고 요청함 [1]
- 리그 오브 레전드트위스티드 페이트: 본명 말콤. 카드 마술을 사용하는 도박사이자 도둑. 그레이브즈와 과거 파트너였으나 결정적인 순간에 도망쳐 그레이브즈를 배신한 것으로 알려져 있음. 갈고리단 패거리와 부두 노역자들을 카드 폭발로 제압하고 고래 등뼈 뒤로 숨음. 그레이브즈의 산탄총 사격을 피해 도주하며, 학살의 부두 안쪽 도살자의 다리까지 도망침. 다리 건너편에서 기다리던 해적단과 뒤에서 쫓아오던 그레이브즈 사이에 끼어 갱플랭크의 부하를 카드로 제압해 그레이브즈를 구함. 갱플랭크에게 붙잡혀 그레이브즈 옆에 무릎 꿇림. 갱플랭크가 "솜씨 좋은 도둑"이라 평가하며 단검을 훔치려 했음을 언급함 [1]
- 리그 오브 레전드갱플랭크: 빌지워터의 지배자이자 해적왕. 붉은 외투를 걸친 거구의 사내로, 깊은 주름과 귤을 조각도로 깎는 여유로운 태도를 지님. 갈고리단, 붉은 모자단 등 빌지워터의 주요 해적단을 수하로 거느림. 그레이브즈와 트위스티드 페이트를 배신자로 간주해 공개 처형하려 함. "뼈 공예"를 언급하며 공포 분위기를 조성하고, 데드 풀 호와 조각배 함대를 동원해 포위망을 구축함. 그레이브즈에게 "내 밑에서 일했으면 좋았을 것"이라 조롱하고, 트위스티드 페이트의 솜씨를 인정하면서도 자신의 물건에 손댄 대가를 치르게 하겠다고 선언함. 빌지워터 시민들을 불러모아 공개 처형 잔치를 벌이려 함 [1]
- 리그 오브 레전드미스 포츈: 빨간 머리의 항구 경비대장. 본문에서 '빨간 머리 미녀', '주인공', '항구 경비대장'으로 지칭됨. 철면피 히드라 선술집에서 항구 경비대원들과 축하 연회를 벌이며 여왕 바다뱀을 기리는 건배사를 함. 화려한 미모와 애교 섞인 말투로 남성들을 홀리나, 선술집을 나서자마자 냉혹한 표정의 그림자로 변모함. 레이픈이라는 부하와 접선하여 "준비는 다 됐어?"라고 확인하고, "꼬마애는? 시킨 대로 잘했습니다"라는 보고를 받음. 사이렌 호에서 만나기로 하고 골목으로 사라짐 [1]
- 레이픈: 미스 포츈의 부하. 수수한 차림의 남자로, 고양이처럼 날렵하고 조용하게 움직임. 미스 포츈을 '선장님'이라 부르며 수년간 일했음에도 인기척에 놀란 적 없음. 항구 경비대가 없고 배가 텅 비어있다고 보고함. '꼬마애' 임무도 완료했다고 보고함. 미스 포츈의 지시에 따라 안개 속으로 물러남 [1]
- 리그 오브 레전드빌지워터 주민들: 갈고리단 패거리, 부두 노역자, 붉은 모자단, 생선 장수, 항구 경비대원, 취객, 뱃사람, 장사꾼, 시정잡배 등. 갈고리단과 붉은 모자단은 갱플랭크의 수하로 등장. 생선 장수는 갈고리를 던져 그레이브즈를 방해하려다 사살됨. 항구 경비대원들은 미스 포츈의 연회에 참석. 갱플랭크의 종소리 신호에 구경꾼으로 몰려나옴 [1]
- 데드 풀 호: 갱플랭크의 기함. 새까만 돛을 펼치고 수평선 언저리를 맴돌며, 해적단으로 가득 찬 조각배들을 쏟아내어 그레이브즈와 트위스티드 페이트를 포위함 [1]
- 사이렌 호: 미스 포츈과 레이픈이 만나기로 한 배 [1]
그레이브즈
- 리그 오브 레전드그레이브즈: 수용소에서 탈출하지 못하고 갱플랭크에게 잡혀 대포형에 처해질 위기에 놓인 전직 무법자. 트위스티드 페이트가 자신을 버려두고 도망쳤다고 여겨 십 년간 원한을 품고 있었으나, 막상 대면해보니 동료들이 죽었다는 사실에 괴로워하는 페이트의 진심을 확인하고 분노가 누그러듦 [1]
- 리그 오브 레전드그레이브즈: 페이트가 몰래 건넨 카드로 순간이동해 탈출할 수 있었으나, 바다에 빠진 페이트를 두고 갈 수 없어 다시 뛰어들어 수갑을 단검으로 부수고 그를 수면까지 끌어올림 [1]
- 리그 오브 레전드그레이브즈: 폭발로 불타는 빌지워터 항구에서 표류하다 페이트의 중절모를 건져 돌려주며 필트오버로 가서 새 총을 구하자는 대화를 나눔 [1]
트위스티드 페이트
- 리그 오브 레전드트위스티드 페이트: 갱플랭크에게 붙잡혀 카드와 모자를 빼앗긴 채 그레이브즈와 함께 대포에 묶여 처형당할 위기에 처함 [1]
- 리그 오브 레전드트위스티드 페이트: 그레이브즈를 수용소에 남겨두고 도망쳤다는 오해를 받고 있으나, 실제로는 콜트·월러치·브릭 등 동료들을 잃어가며 구출을 시도했음이 드러남 [1]
- 리그 오브 레전드트위스티드 페이트: 그레이브즈에게 카드를 넘겨줘 그가 탈출하게 했으나, 자신은 쇠사슬에 묶인 채 바다로 떨어짐 [1]
갱플랭크
- 리그 오브 레전드갱플랭크: '죽음의 여신'이라 불리는 대포로 그레이브즈와 트위스티드 페이트를 바다에 수장시키려 함 [1]
- 리그 오브 레전드갱플랭크: 미스 포츈이 꾸민 덫에 걸려 전함이 폭파되고 본인도 사망함 [1]
미스 포츈
- 리그 오브 레전드미스 포츈: 사이렌 호 갑판에서 갱플랭크의 전함이 불타는 광경을 지켜보며 복수 완수를 확인함 [1]
- 리그 오브 레전드미스 포츈: 트위스티드 페이트와 그레이브즈를 이용한 계략으로 갱플랭크를 함정에 빠뜨려 죽임 [1]
- 리그 오브 레전드미스 포츈: 갱플랭크 사망 후에도 해적단 소탕과 시체 수색을 명령하며 복수를 이어갈 것을 선언함 [1]
레이픈
배경·설정편집이의 제기
빌지워터와 쥐구멍 구역
빌지워터의 쥐구멍 구역 끝자락에 학살의 부두가 자리한다. 부두는 이름 그대로 악취가 진동하며 썩은 바다뱀 고기 비린내가 코를 찌른다. 중무장한 톱니 갈고리단 단원들이 활개 치고 다니며 잔인하기로 악명 높다. 경비들은 도살장 뒤로 순찰을 돌며 수다를 떠느라 경계가 허술하다. 차가운 밤바람에 소금기를 빼려고 매달아 둔 거대한 작살들이 서로 부딪치며 소름 끼치는 소리를 낸다. 축축한 돌길에는 녹슨 쇠사슬이 굴러다니고, 사람의 힘으로는 들 수 없는 거대한 바다 괴물을 옮기는 기중기들이 서 있다. 부두에는 여러 척의 배가 정박해 희미한 불빛을 내고 밑밥이 수면 위를 떠돈다. 그중 검은 돛을 펄럭이는 거대한 범선 한 척이 눈에 띄는데, 빌지워터 사람이라면 누구나 아는 배다.[1]
톱니 갈고리단
톱니 갈고리단은 빌지워터에서 활동하는 해적단으로 잔인하기로 악명 높다. 학살의 부두 창고를 지키는 경비 병력으로 배치되어 순찰을 돌며 창고 출입구마다 자물쇠와 걸쇠를 채우고 경비를 선다. 창고 습격 사건 당시 십 명 넘는 단원들이 괴성을 지르며 쏟아져 들어와 트위스티드 페이트와 그레이브즈를 포위했다. 단원들은 손도끼를 휘두르며 돌진하고, 갈고리단 단원들이 바람 앞의 낙엽처럼 쓰러져도 숫자가 줄지 않고 끝없이 불어났다. 창고가 불타고 무너지는 와중에도 추격을 멈추지 않았다.[1]
갱플랭크와 데드 풀 호
갱플랭크는 빌지워터를 지배하는 선장으로, 데드 풀 호의 선실에서 부하들을 거느린다. 키가 큰 중년 남성으로 굵은 목과 다부진 어깨에서 검은 그림자 같은 위압감을 뿜으며, 말려 올라간 소매 아래 팔이 피로 붉게 물들어 있다. 삼각 선장모와 새빨간 외투를 걸치고 고급 붓처럼 날렵한 조각칼을 다뤄 뼈 공예를 한다. 나선형으로 꼬인 바다 괴물 촉수와 파도 문양을 새기며 인내심과 신중함을 강조한다. 충성스러운 부하가 주제넘은 짓을 하면 버르장머리를 고쳐주며, 진정한 힘은 사람들이 자신을 보는 시선에서 결정된다고 가르친다. 의사가 상시 대기하며 고문당한 자를 깨워 다른 부하들 앞에서 비명소리를 들려주는 식으로 공포 통치를 한다. 쥐구멍 구역 창고에서 빛나는 카드를 던지는 자를 목격했다는 소년의 보고를 듣자마자 분노로 얼굴이 시뻘개지고 광기가 이글거려 외투와 모자를 챙겨 들고 "본때를 보여줄 시간이다"라며 전원을 소집했다.[1]
트위스티드 페이트의 마법과 도박사 기질
트위스티드 페이트는 카드 마술로 순식간에 공간을 이동한다. 카드의 은은한 빛이 마음에 닿아 소용돌이를 일으키며 목적지를 온 힘을 다해 떠올리면 눈 깜짝할 사이에 머리카락 한 올까지 완벽하게 이동한다. 이동 후 속이 메슥거리는 부작용이 있다. 카드를 던져 문을 폭파하거나 적의 발목을 잡는 등 전투에도 활용한다. 손놀림이 눈에 보이지 않을 정도로 빨라 카드들이 폭죽처럼 펑펑 터지며 총탄에 응수한다. 집중하려 호흡을 가다듬으면 카드가 파르르 떨리며 순간이동 가능 신호를 보낸다. 그레이브즈와의 대치 중에도 여유롭게 싱글싱글 웃으며 "우리 친구잖아"라 말하고, 상대의 외모를 조롱하며 약을 올리는 등 교묘한 화술로 분별력을 잃게 유도한다. 창고가 불타고 무너지는 와중에도 유유히 빠져나와 카드 뭉텅이를 던지며 도주한다.[1]
그레이브즈의 복수심과 전투 스타일
그레이브즈는 산탄총 '운명'을 다루며 트위스티드 페이트에게 배신당해 수용소에서 십 년을 썩었다. 복수하겠다는 의지 하나로 버텼으며, 트위스티드 페이트를 몇 년이나 찾아 헤맸다. 덩치에 비해 날쌔고 고집이 세어 한번 쫓기 시작하면 포기하지 않는다. 총탄이 데마시아산 고급 갑옷에 맞고 튕겨 나갈 정도로 근접 전투에서도 강하다. 저주가 뒤섞인 협박을 뇌까리며 방아쇠를 당겨대고, 창고가 불타 무너지는 와중에도 트위스티드 페이트를 쫓아 산탄총을 난사하며 뛰어든다. "네놈을 믿느니 성을 갈겠다"며 설득을 거부하고 분을 이기지 못해 이성을 잃고 추격한다.[1]
두 사람의 과거와 갈등
트위스티드 페이트와 그레이브즈는 과거 함께 일한 동료 사이다. 트위스티드 페이트의 간교함 덕을 봤으나, 트위스티드 페이트가 그레이브즈를 팔아넘겨 수용소에 십 년간 갇히게 했다. 그레이브즈는 "날 얼마에 팔아넘긴 거냐"고 추궁하며 복수를 꿈꿨다. 트위스티드 페이트는 "내 덕분에 버틴 거네. 그럼 고마워해야 하는 거 아냐?"라 비웃으며 죄책감을 느끼지 않는다. 창고 습격 당시 그레이브즈는 트위스티드 페이트를 죽이려 했으나, 톱니 갈고리단 습격으로 상황이 꼬이자 트위스티드 페이트가 "우리 모두 사기당한 거라고"라며 공동 탈출을 제안했다. 그레이브즈는 이를 거부했으나 결국 트위스티드 페이트의 도발에 이성을 잃고 추격전을 벌였다.[1]
창고 습격 사건의 전말
트위스티드 페이트는 위험한 도박임을 알면서도 보수가 짭짤해 빌지워터 학살의 부두 중앙 창고에 침입했다. 경비 순찰 간격 이 분을 노려 카드 마법으로 창고 내부로 순간이동했다. 창고에는 열두 개의 바다에서 약탈한 금은보화, 철제 갑옷, 예술품, 비단 등이 가득했으나 목적은 최근 도착한 작은 나무 상자 안의 칠흑 같은 밤하늘 색 비단 받침 위에 놓인 아름다운 단검이었다. 상자를 열자마자 그레이브즈가 산탄총을 장전하고 나타나 대치했다. 그레이브즈가 방아쇠를 당기려던 순간 톱니 갈고리단 십여 명이 난입해 창고는 아수라장이 되었다. 트위스티드 페이트는 붉은빛 카드로 중앙 출입구를 폭파해 탈출로를 열었으나 갈고리단에 막혀 창고 안쪽으로 파고들었다. 화재가 발생해 천장이 타들어 가고 창고가 무너지는 와중 트위스티드 페이트는 순간이동으로 빠져나갔고, 그레이브즈는 불길을 뚫고 나와 부두에서 다시 추격했다. 이 광경을 데드 풀 호의 거지 소년이 목격해 갱플랭크에게 보고했다.[1]
빌지워터 부두와 학살의 부두
빌지워터의 부두는 갈고리단 패거리가 파리 떼처럼 우글거리고 있었다. 갈고리단원들이 길을 봉쇄하려던 찰나, 트위스티드 페이트가 카드를 던져 폭발을 일으켰고 몇몇을 제외하고 대부분이 충격에 쓰러졌다. 트위스티드 페이트는 젖 먹던 힘까지 쥐어짜며 도망쳤고, 추격자는 집념으로 그를 뒤쫓았다. 부두 노역자들과 트위스티드 페이트 사이에 실랑이가 벌어지는 틈을 타 거리를 좁혔고, 트위스티드 페이트는 거대한 고래 등뼈 뒤로 몸을 숨겼다. 둥글고 거대한 뼈는 하얀 칼날로 만들어진 커다란 칼처럼 보였으며, 추격자가 산탄총을 쏘자 뼛조각이 잘게 으스러져 눈발처럼 허공으로 흩어졌다. 트위스티드 페이트가 정확히 목을 노린 카드를 날렸고, 추격자가 한 발로 공중에서 조각냈으나 찢어진 카드가 폭발해 바닥을 나뒹굴게 만들었다. 트위스티드 페이트가 먼저 일어나 달아나자 추격자는 등을 향해 산탄을 마구잡이로 쏘아댔고, 부둣가에 산탄 소리가 짐승의 포효처럼 퍼져나갔다. [1]
트위스티드 페이트는 미꾸라지처럼 요리조리 빠져나갔고, 사방에서 쇠사슬과 해적검으로 무장한 갈고리단원들이 포위망을 좁혀왔다. 추격자는 총구를 돌려 그들을 처치하며 쓰러지기도 전에 달리기 시작했다. 다시 트위스티드 페이트를 겨누려는 찰나, 어디선가 날아온 총알이 어깨를 스쳤고 갈고리단원들이 총까지 들고 더 몰려왔다. 이보다 더 많은 놈들에게 둘러싸이면 위험해질 것이라 판단해 낡은 어선 뒤에 숨어 대응 사격을 준비했으나, 빈 총신에서는 달그락거리는 쇳소리만 울렸다. 어선 선체가 수없이 쏟아지는 총탄 세례에 기우뚱 흔들렸고, 총열에 탄환을 가득 채워 넣고 바닥에 침을 뱉은 후 난장판에 뛰어들었다. [1]
사방에서 총알이 날아다니며 나무 상자, 돛, 판자가 형체도 알아볼 수 없게 망가졌고, 총알이 귓바퀴를 스치며 뺨으로 피가 흘렀다. 이를 꽉 깨물고 쉴 새 없이 방아쇠를 당기자 모두가 운명 앞에 맥없이 나가떨어졌다. 어떤 놈은 턱을 움켜쥔 채 쓰러졌고, 어떤 놈은 바다에 빠져버렸다. 아수라장이 된 골목을 딛고 고개를 돌려 부두를 살피니 트위스티드 페이트는 벌써 학살의 부두 안쪽에 접어들어 있었다. 추격자는 그를 쫓아 바닷장어를 손질하는 생선 장수 곁을 지났고, 아무렇게나 내버린 장어 내장 때문에 바닥이 질척거렸다. 그때 생선 장수가 벌떡 일어나 갈고리를 내던졌고, 추격자는 쾅 소리와 함께 갈고리를 날려버린 뒤 생선 장수까지 쾅 소리와 함께 쓰러뜨렸다. 썩은 내가 진동하는 칼날고기 시체를 밀치며 계속 달렸고, 발목까지 물이 차올라 철벅거리는 소리가 났다. 생선 피와 갈고리단원들의 피가 뒤섞여 짙은 비린내를 풍겼다. [1]
도살자의 다리와 포위망
트위스티드 페이트는 학살의 부두 끝에 있는 도살자의 다리를 향해 가고 있었다. 다리는 섬을 벗어날 수 있는 유일한 길이었고, 추격자는 다시 달아나게 내버려두지 않기 위해 쫓았다. 다리 입구에 다다랐을 때 반쯤 건너가 있던 트위스티드 페이트가 갑자기 멈춰 섰다. 다리 건너편에 해적단 한 무리가 서슬 퍼런 칼날을 휘두르며 기다리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추격자 역시 물러설 생각이 없었다. 오도 가도 못하게 된 트위스티드 페이트가 추격자 쪽을 돌아본 뒤 거대한 파도가 넘실거리는 검은 바다로 시선을 돌렸으나, 뛰어들 배짱은 없는 듯 자포자기한 듯 다가왔다. 언뜻 순진해 보이는 곱상한 두 눈이 흔들리고 있었고, 추격자는 그 눈동자에 비친 자신의 분노로 물든 어두운 모습을 보았다. [1]
트위스티드 페이트가 "말콤. 우리 둘 다 여기서 개죽음당할 수는 없잖아. 일단 같이 탈출부터……"라고 말하자, 추격자는 "또 내빼시려고? 어차피 네놈이 할 줄 아는 건 그것뿐이니까."라고 쏘아붙였다. 트위스티드 페이트는 아무 대답도 하지 않고 다른 데 정신이 팔렸고, 추격자가 눈살을 찌푸리며 뒤를 돌아보니 함성소리가 점점 커지고 있었다. 빌지워터 악당들이 죄다 몰려든 듯 칼이며 총을 하나씩 들고 있었고, 갱플랭크가 불러 모은 것이 틀림없었다. 바다를 집어삼킬 듯 먹구름이 몰려들고 해적들은 번개처럼 가까워졌다. 갈고리단 놈들에게 완전히 포위되어 거미줄에 걸린 벌레 신세가 되었고, 빌지워터의 칼잡이란 칼잡이는 다 모인 것 같았다. 빠져나갈 길은 없었다. [1]
빈민가로 통하는 다리 건너편은 미로와 다름없을 정도로 복잡했고, 그 앞을 부둣가 동쪽을 지배하는 붉은 모자단이 막아서고 있었다. 붉은 모자단 또한 갈고리단과 같이 갱플랭크의 수하였으므로 사실상 빌지워터 전체가 그의 손아귀에 있었다. 반대쪽에서 그레이브즈가 거리를 좁혀왔고, 양날의 칼을 맨손으로 쥔 것처럼 예리한 통증이 머릿속을 관통했다. 고집만 더럽게 센 그레이브즈는 지금 상황이 어떤지 신경도 쓰지 않는 듯했고, 수렁에 빠졌는데도 도무지 말을 들으려 하지 않는 모습이 과거의 언젠가와 똑같았다. 그날 무슨 일이 있었는지 진실을 말할 수 있다면 좋으련만, 이제 와 그게 다 무슨 소용이랴. 어차피 내 말은 한마디도 믿지 않을 게 분명했고, 일단 뭐 하나에 꽂히면 물불 안 가리는 성격의 그레이브즈를 진정시키기 위해서는 긴 시간이 필요했으나 우리에겐 시간이 없었다. [1]
데드 풀 호와 바다로의 추락
다리 난간 쪽으로 뒷걸음질 치며 슬그머니 발을 옮겼고, 난간에는 크고 작은 도르래들이 매달려 있었으며 그 아래는 깊이조차 가늠할 수 없는 시커먼 바다가 있었다. 바닷바람에 외투가 나부끼며 돛이 펄럭이는 듯한 소리를 냈고, 후회가 밀물처럼 몰려왔다. 끝이 보이지 않는 검은 물이 공포를 불러일으켰고, 무슨 일이 있어도 빌지워터에는 돌아오지 말았어야 했는데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레이브즈가 "당장 내려와!"라고 목청을 높이며 외쳤고, 얼핏 절박한 기운이 느껴졌다. 있는 힘껏 숨을 들이쉬고 시커먼 파도가 손짓하는 듯했으나 눈앞이 아찔해지고 발끝부터 시작된 떨림이 온몸을 집어삼켰다. 그때 "내려와, 토비아스."라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름으로 불린 게 얼마 만인지, 피가 얼어붙은 것처럼 아무 말도 생각도 할 수 없었고 누군가 마음을 벌컥 열어젖힌 듯했으나 이내 바다에 뛰어들었다. [1]
다리 아래로 추락하는 순간 그레이브즈의 포효 소리가 들렸다. 내장이 끓어오르는 듯 분노에 가득 찬 소리였고, 몸 안의 모든 세포가 안간힘으로 외치는 소리였다. 눈앞의 밧줄에 정신을 모았고, 숨이 멎을 것 같은 공포도 끝없는 심연도 생각할 수 없었다. 눈 속에서 빛이 끊어질 듯 점멸하며 어지러운 무늬를 그렸고, 쉴 새 없이 몰아치는 바람 속에서 모든 게 흐릿해졌다. 간신히 밧줄을 붙잡았을 때는 환호성을 지를 뻔했으나 손바닥이 쓸려 불에 덴 듯 화끈거렸다. 올가미 모양으로 묶인 밧줄을 타고 미끄러지며 매듭을 단단히 그러쥐었고, 손바닥의 열상 때문에 몸은 더욱 거세게 흔들렸다. 잠깐 동안 온갖 욕설을 되뇌며 허공에 매달려 있었고, 아래를 보지 말아야 한다고 스스로 암시를 걸었다. 여기서 물로 떨어진다고 해도 죽을 리는 없었으나 머리로는 그 사실을 알고 있으면서도 바다로 뛰어드느니 차라리 돌 바닥에 떨어지고 싶었다. 아마 온몸이 으스러지겠지. 그래도 물에 빠지는 것보다 훨씬 마음이 편할 것이다. [1]
돌 바닥 위로 단단한 철제 밧줄 한 쌍이 공중을 가로지르고 있었다. 하나는 이쪽에서부터 본섬으로, 다른 하나는 본섬에서 이쪽으로 가는 밧줄이다. 빌지워터 사람들은 바다 괴물 고기를 이 밧줄에 매달아 시장으로 날랐다. 밧줄을 움직이는 장치가 굉음을 내며 고막을 찢을 듯 흔들렸고, 사나운 바람은 그칠 줄을 몰랐다. 잔뜩 녹슨 집채만 한 양철통이 밧줄을 타고 삐걱거리며 가까워졌고, 얼굴 가득 회심의 미소가 퍼졌으나 내용물을 보니 망할, 썩은 내가 진동하는 생선 내장이었다. 구역질이 치밀어 올랐고, 심해에서 잡아 올린 바다용 가죽으로 만든 비싼 장화에 차가운 오물이 스며들었다. 거미줄로 짠 비단처럼 부드럽고 강철보다 튼튼한 똑같은 장화는 발로란 전체에 네 켤레도 안 되는데 젠장. 모자만은 아직 무사했다. 그때 재수 옴 붙을 총소리가 울려 퍼지며 밧줄이 뚝 끊어졌고, 타고 있던 양철통은 요란한 마찰음을 내며 밧줄에서 풀려났다. 추락하는 순간은 마치 영원과 찰나가 뒤섞인 듯 시간이 멈춘 것만 같았고, 충격으로 튕겨 돌 바닥에 떨어졌다. 바닥이 흔들리는 느낌과 함께 모든 풍경이 거꾸로 뒤집혔고, 하늘이 무너져 내렸다. 생선 내장과 함께. [1]
철면피 히드라 선술집과 레이픈
철면피 히드라 선술집은 소란과는 거리가 먼 곳이다. 취객들이 술을 쏟지도, 괜한 시비로 큰 싸움이 일어나지도 않는 빌지워터에서는 보기 드문 술집이다. 그러나 오늘만큼은 저 멀리 도전의 절벽까지 왁자지껄한 소리가 울려 퍼졌다. 명예도, 돈도 남부럽지 않을 만큼 가진 사내들이 악단의 어설픈 연주에 신나게 야유를 보내고 있었다. 흥겨운 축제 분위기 속, 선술집 가운데에는 오늘의 주인공이 자리하고 있었고, 특별 조명이라도 비추듯 그녀가 있는 곳은 환하게 빛나고 활기가 넘쳤다. 주인공은 항구 경비대장과 경비대를 위해 건배를 외쳤고, 흔치 않은 미모를 뽐내며 한 바퀴 빙그르르 돌았다. 붉은빛이 선연한 탐스러운 머리카락이 찰랑거렸고, 그렇지 않아도 그녀에게 눈을 떼지 못하던 남자들은 눈을 치켜뜨며 박수를 쳤다. 그 모습은 꼭 잘 조련된 사냥개들이 주인의 손길 아래 재롱을 부리는 것 같았다. [1]
빨간 머리의 주인공 덕에 술잔은 빌 때마다 다시 채워졌고, 모두가 제집처럼 편하게 늘어져 있었다. 얼큰하게 오른 취기 탓보다는 주인공의 나비처럼 화사한 미소에 애간장이 녹았기 때문이다. 웃음의 따뜻한 온기가 굳게 닫혀 있던 입과 마음을 열었다. 그때 선술집의 문이 열리며 수수한 차림의 남자가 걸어 들어왔다. 그는 떠들썩한 술집 안을 조용히 가로질러 주인에게로 다가가 술을 주문했고, 누구도 그에게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다. 앳되고 싱그러워 보이는 빨간 머리 미녀는 호박 맥주를 갓 따른 잔을 천진하게 들어 올렸고, 의자 위에 올라가 마치 무대를 퇴장할 때 배우들이 하듯 허리를 굽혀 인사했다. "친애하는 동료 여러분. 아쉽지만 저는 들어가 보겠습니다." 그녀를 붙잡는 안타까운 소리가 곳곳에서 아우성치며 터져 나왔고, "이만하면 충분히 즐겁게 마셨잖아요." 아이를 어르듯 애교가 넘치는 목소리로 "오늘 밤은 저도 바쁘고, 여러분도 항구를 지키러 돌아가셔야 하니까요. 벌써 많이 늦었어요."라고 말했다. [1]
빨간 머리 미녀는 망설임 없이 탁자 위로 폴짝 뛰어올라 승리의 여신처럼 눈을 찡긋거리며 미소 짓더니 관객들을 내려다봤다. "부디 여왕 바다뱀께서 우리의 죄를 사해 주시기를!" 말이 끝나자마자 매력적인 눈웃음을 흩뿌리며 단숨에 잔을 비웠고, 빈 잔을 탁자에 쾅 내려놓으며 "큰 죄일수록 여왕 바다뱀의 가호가 더 간절하겠지."라고 읊조렸다. 입술에 묻은 맥주 거품을 소매로 훔쳐내자 선술집의 모두가 환호성을 질렀고, 술자리의 주인공은 허공에 손 키스를 날려 화답했다. 사내들은 벌떡 일어나 여왕 앞의 시종이라도 된 듯 그녀가 지나갈 수 있도록 비켜섰고, 그녀는 물 위를 미끄러지는 배처럼 유유히 걸음을 디뎠다. 항구 경비대장은 문을 열어 빨간 머리 미녀를 배웅했고, 한 번의 눈길이라도 더 받고 싶었으나 굽힌 허리를 펴기도 전에 그녀는 홀연히 뒤틀린 듯 얽혀있는 좁은 골목으로 사라졌다. [1]
하얀 달이 자유인의 곶 너머 사라지고 지독한 어둠이 겹겹의 커튼처럼 드리웠다. 선술집에서 멀어질수록 점점 더 단호하고 빠른 발걸음이 그 어둠으로 스며들었고, 근심도 걱정도 없는 발랄한 아가씨의 가면을 벗고 본래의 모습으로 돌아왔다. 그녀는 어둠과 구분할 수 없을 정도로 깊은 그림자에 잠겨 있었고, 얼굴에서는 사랑스러운 표정과 해맑은 미소가 지워진 지 오래였다. 텅 빈 눈은 앞을 향하고 있었지만 아무것도 담지 않았고, 어지러운 골목길만 숨소리처럼 펼쳐져 있을 뿐이었다. 거기에는 오로지 오늘 밤 벌어질 일을 골몰하는 하나의 그림자만이 탄환처럼 꽂혀있었다. 그때, 선술집에 있던 수수한 차림의 남자가 뒤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날렵하고 조용한 움직임은 마치 고양이 같았고, 단번에 빨간 머리 미녀에게 접근해 정확한 보폭을 맞춰 거리를 유지하며 뒤를 따랐다. [1]
"준비는 다 됐어? 레이픈?" 벌써 몇 년째 그녀의 밑에서 일했지만 단 한 번도 자신의 인기척에 놀라는 적 없이 먼저 자신을 알아차린 대단한 여자였다. "네, 선장님." "아무한테도 들키지 않았지?" "네" 자기를 뭐로 보냐는 듯 조금 발끈한 투였지만 레이픈은 곧 차분하게 말을 이었다. "항구 경비대도 없고, 배도 텅 빈 거나 다름없습니다." "꼬마애는?" "시킨 대로 잘했습니다." "좋아. 사이렌 호에서 만나지." 레이픈은 그 말이 떨어지자마자 흐릿한 안갯속으로 물러났다. 빨간 머리 미녀도 계속해서 걸음을 옮겼고, 한밤의 어둠이 그녀를 반기며 감싸 안았다. 마치 어둠과 하나가 된 듯, 숨 막히는 정적뿐이었다. 깊은 꿈을 꾸는 것처럼 표정이 모두 지워진 얼굴로 그녀는 숨을 골랐고, 준비는 모두 끝났다. 이제 남은 일은 기다리는 것뿐이었다. [1]
갱플랭크의 등장과 처형 준비
몸을 지탱할 힘조차 없었지만 간신히 일어나 도망갈 길을 찾아야 했다. 갱플랭크의 수하들이 탄 조각배가 빠르게 다가왔고, 검은 깃발이 고요하게 흔들리고 있었다. 현기증이 일었지만 기다시피 부두에 묶여 있는 작은 통통배를 향해 걸었으나 절반도 못 가 산탄이 날아왔고, 선체는 모래성처럼 단숨에 두 동강 나버렸다. 잔해가 수면 아래로 가라앉는 모습을 바라보며 주저앉았고, 팽팽했던 긴장의 끈이 뚝 끊어지며 맥이 탁 풀렸다. 내 몸에서 풍기는 고약한 냄새를 참고 겨우 숨을 들이쉬니 어느새 다가온 그레이브즈의 노여움 가득한 시선이 내려다보고 있었다. 도대체 다리에서는 어떻게 내려온 거람. 뭐, 원래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녀석이니까. [1]
"비싼 옷을 다 버려서 어쩌나?" 물에 빠진 생쥐 꼴인 나를 위아래로 훑어보더니 씩 웃으며 하는 말이 겨우 그거라니. "언제 철들래?" 이를 악물고 몸을 일으켰다. "내가 도와주려고 할 때마다……" 말이 끝나기도 전에 그레이브즈는 분을 삭이지 못하고 바닥에 총을 갈겼고, 파편이 튀었는지 정강이에 둔탁한 통증이 느껴졌다. "제발 좀 들어 보……" "이제 듣는 건 때려치우기로 했어." 목소리에서 독기가 뿜어져 나왔다. "크게 한탕 하기로 해놓고 아무 말도 없이 내뺀 놈 얘기를 들어서 뭐해?" "아무 말도 없이? 내가 분명……" 다시 총탄이 날아와 돌조각이 사방으로 튀었으나 그따위 것에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바람이 더욱 거세졌고, 놈들의 배도 그만큼 더 빨리 도착할 것이다. 팽팽하게 부푼 돛들이 불쑥 튀어나온 뼈처럼 보였다. [1]
"난 함께 탈출하려고 했어. 이상한 낌새를 눈치챘으니까. 그런데도 막무가내로 밀어붙인 건 너잖아, 이 자식아. 매번 그랬던 것처럼 너는 그때도 무식하게 밀어붙였다고!" 어느새 손안에는 한 장의 카드가 들려 있었다. 그레이브즈가 목소리를 높이며 한 걸음 다가왔다. "그때 내가 너희는 뒤에서 지원만 해달라고 했지? 잘 끝내고 빠져나갈 수 있다고, 평생 놀고먹을 정도로 벌어들일 수 있다고. 근데 도망쳤지. 나만 두고." 해묵은 증오는 내가 알던 그레이브즈를 완전히 다른 사람으로 바꿔놓았다. 더 이상 아무 말도 할 수 없었고, 그의 마음 안에서 무언가가 돌이킬 수 없이 무너져버린 것이다. 달싹이는 입술을 꾹 다물었고, 입안이 바싹 말라 침도 삼킬 수 없었다. [1]
그런데 그때 그레이브즈의 어깨너머로 작은 빛이 예리하게 반짝였다. 장총인가? 그렇다면 갱플랭크의 부하들이 부두에 도착한 것이리라. 망설임 없이 그쪽을 향해 카드를 날렸고, 동시에 그레이브즈도 방아쇠를 당겼다. 카드는 그레이브즈의 등에 총을 겨눴던 갱플랭크의 부하를 쓰러뜨렸고, 내 뒤에서도 해적 한 놈이 털썩 고꾸라졌다. 한 손에는 날이 선 칼을 들고 있었고, 그레이브즈가 쏘지 않았다면 지금쯤 목은 내 몸에 붙어있지 않았을 거다. 카드를 날리지 않았다면 그레이브즈도 저 세상에 갔을 테고. 습관이란 이렇게 무서운 거다. 우리의 눈이 마주쳤다. [1]
갱플랭크의 수하들이 괴성을 지르며 포위망을 좁혀오고 있었고, 머릿수가 너무 많아 정면으로 붙는다면 이길 수 없을 게 뻔했다. 그렇다고 항복할 그레이브즈가 아니었다. 산탄총을 치켜들어 방아쇠를 당겨댔으나 탄환이 떨어진 듯 빈 총신 소리만 공허하게 울릴 뿐이었다. 나는 아직 카드가 남아 있었지만 꺼내지 않았고, 카드 몇 장 던진다고 무슨 소용이겠는가. 반격할 수 있는 거리도 숫자도 아니었다. 자포자기한 심정이 되어 물끄러미 시커먼 바다 쪽을 바라보았고, 갈매기들이 끼룩거리는 소리가 비웃음 소리처럼 귓전을 울렸다. 반면 그레이브즈는 해적 놈들처럼 괴성을 지르며 내달렸고, 옛날부터 저랬어. 그는 총구를 들어 맨 앞에서 뛰어오던 상대의 코를 박살냈으나 곧 개떼처럼 몰려온 놈들에게 흠씬 두들겨 맞고 붙잡혔다. 놈들은 피를 뒤집어쓴 채 쓰러진 그레이브즈를 끌고 갔고, 나 또한 얼마 지나지 않아 놈들에게 포위당하고 말았다. [1]
일순간 우리를 소란스럽게 비웃던 분위기가 찬물을 끼얹은 듯 고요해졌다. 불길한 예감에 심장이 납덩이처럼 차갑게 내려앉았고, 심해에 다다른 돌덩이가 바닥의 모래를 뒤집어쓰면 이런 느낌일까. 안타깝게도 내 예감은 틀리지 않았다. 해적 놈들이 바닷길이 열리듯 양쪽으로 갈라섰고, 붉은 외투의 사내가 땅을 울리며 뚜벅뚜벅 걸어왔다. 갱플랭크였다. 가까이서 보니 상상했던 것보다 훨씬 거대했고, 연륜이 묻어나는 얼굴에는 깊은 주름이 갈라진 땅처럼 새겨져 있었다. [1]
갱플랭크는 한 손에 귤을 들고 조각도로 천천히 껍질을 벗겨내기 시작했다. 느릿느릿 신중한 손놀림이었고, 시큼 달큼한 냄새가 공중에 훅 끼쳤다. "네놈들……" 마침내 정적이 깨지고 야수가 으르렁대는 듯한 목소리가 바람을 조용하지만 묵직하게 뒤흔들었다. "뼈 공예라고, 혹시 들어본 적 있나?" 또다시 얼굴에 주먹이 내리꽂혔고, 쾅 소리를 내며 갱플랭크 배의 갑판에 나동그라지고 말았다. 머릿속에서 새 떼가 날아오르는 듯한 기분과 함께 통증이 뒤따랐고, 손목에 채워진 무쇠 수갑이 살을 파고들었으며 부어오른 손은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시퍼렇게 멍들어 있었다. 놈들은 나를 거칠게 끌어다 트위스티드 페이트 옆에 무릎 꿇게 했고, 이 악랄한 놈들이 일으켜 세웠더라도 다리가 말을 듣지 않아 다시 주저앉을 수밖에는 없었다. 슬쩍 보니 해적 놈들은 한 건 한 듯 잔뜩 들떠 있었다. [1]
내 얼굴에 주먹을 날렸던 우락부락한 근육질의 해적 놈이 눈앞에서 얼쩡거렸다. "이 코흘리개 자식아." 퉁퉁 부은 입안 때문에 발음이 뭉개졌고, 아릿한 피 맛이 목구멍을 타고 흘러들었다. "주먹질 하나 제대로 못 하냐?" 순간 다시 한 방 먹고 말았고, 폐부를 찌르는 듯한 고통이 몸을 관통해 갑판에 쓰러졌다. 놈이 내 팔을 끌어당겨 다시 무릎 꿇게 했고, 입안에 고인 피를 칵 뱉어내자 부러진 이가 딸려 나왔다. 씩 웃어 보였고, 우락부락한 해적 놈은 뚫어질 듯 내려다보고 있었다. 무식하게 힘만 센 놈이었다. "돌아가신 지 오 년 된 우리 엄마도 너보단 주먹이 셌어." 놈은 한 대 더 날릴 기세로 주먹을 꽉 움켜쥐었으나 갱플랭크의 손짓 한 번에 그대로 동작을 멈췄다. 딱 놈의 꼭두각시다웠다. [1]
"그만." 나는 휘청거리면서도 갱플랭크를 똑바로 쳐다보려 애썼고, 희미하던 시야가 점차로 밝아왔다. 갱플랭크의 허리춤에 트위스티드 페이트가 훔치려 했던 단검이 꽂혀 있었다. 아름다운 단검이다. 꼴에 보는 눈은 있나 보군. "트위스티드 페이드. 솜씨가 좋다는 얘긴 많이 들었다. 난 원래 손재주가 좋은 도둑을 존중해." 갱플랭크가 트위스티드 페이트 쪽으로 다가가며 말했다. "하지만 진짜 솜씨 좋은 도둑이라면 내 물건에 손대면 어떻게 되는지도 알 텐데…" 그러더니 몸을 낮춰 내 눈을 정면으로 바라봤다. 불을 뿜을 듯 뜨거운 동시에 한기가 서린 눈빛이 번뜩였다. "그리고 그레이브즈…… 네놈이 털끝만큼이라도 분별이 있었다면 내 밑에서 일했겠지. 이미 물 건너간 얘기지만." 그는 한심하다는 듯 혀를 찼다. [1]
갱플랭크는 가뿐히 일어나 우리를 등지고 섰고, 거대한 바위가 앞을 가로막듯 우뚝 솟은 어깨를 보니 현기증이 일었다. 깊고 굵은 목소리가 안개처럼 갑판에 드리웠다. "난 상식적인 사람이다. 전부 나한테 복종하길 원하는 게 아니야. 그저 적당히 서로 존중하며 살아가자는 건데…… 네놈들에게는 눈 씻고 찾아봐도 존중이란 없더군. 그럼 대가를 치러야겠지." 표정을 읽을 수 없는 그의 얼굴에서 눈썹이 꿈틀거렸다. 맹수가 사냥감을 찾는 것처럼. 갱플랭크의 수하들이 굶주린 사냥개마냥 우리를 에워쌌으나 떨지 않았다. 놈들이 만족하도록 내버려둘 수는 없으니까. 나는 최대한 무표정한 얼굴을 유지하려 기를 쓰며 고개를 쳐들었다. [1]
"부탁 하나만 하자." 나는 턱짓으로 트위스티드 페이트를 가리켰다. "저 자식이 죽는 걸 두 눈으로 볼 수 있게 해줘." 갱플랭크의 입가에 희미한 미소가 피어올랐고, 좀처럼 의미를 알 수 없는 미소였다. 그가 고개를 끄덕이자 선원 하나가 냉큼 달려가 배에 달린 종을 쳐댔고, 뇌리를 울리는 강렬한 소리였다. 구역질이 나올 것 같은 소리다. 항구 쪽에서도 화답하듯 곳곳에서 종소리가 울려왔고, 이내 피 냄새를 맡은 쥐가오리 떼처럼 취객, 뱃사람, 장사꾼들…… 온갖 시정잡배들이 구경거리를 찾아 밖으로 쏟아져 나왔다. 이거군. 갱플랭크는 누가 이 섬의 주인인지 모두에게 똑똑히 보여주고 싶었던 거다. [1]
"온 빌지워터가 다 지켜보고 있으니 잔치를 시작해 볼까!" 그가 호탕하게 외쳤다. "죽음의 여신을 대령해라!" 쿵쾅대는 발소리와 흥분 서린 환호가 갑판을 가득 메웠고, 소란을 뚫고 오래된 대포가 그르렁거리며 이끌려 나왔다. 낡고 녹슨 대포는 초록빛으로 변색되었지만 그럼에도 독특한 아름다움을 풍기고 있었다. [1]
빌지워터의 복수와 대격변
미스 포츈은 사이렌 호 갑판에서 불타는 항구를 내려다보았다. 불길이 바다로 번지고 피 냄새와 탄내가 섞여 코를 찔렀다. 그녀의 얼굴은 깊이를 알 수 없이 술렁였고 눈에서는 불꽃이 일었다. 갱플랭크의 전함은 완전히 불타 사라졌고 수면에는 잿더미와 잔해만 남았다. 탑승한 해적들은 폭발에 휘말리거나 바다에 빠져 죽었고, 헤엄쳐 나온 자들도 칼날고기 떼에게 잡아먹혔다. 거대한 불길이 밤의 태양처럼 어둠을 밝혀 멀리 절벽까지 대낮처럼 환했다. [1]
현장에는 갱플랭크가 불러모은 구경꾼 다수가 모여 있었다. 미스 포츈은 그가 군중을 모을 것을 미리 간파했고, 트위스티드 페이트와 그레이브즈의 처형을 보여주려 했으리라 판단했다. 자신의 물건에 손댄 자의 말로가 어떤지 본보기로 삼으려 한 것이다. 갱플랭크에게 사람은 지배의 도구에 불과했으므로, 미스 포츈은 그 점을 역이용해 그를 죽음으로 몰아넣었다. [1]
섬 전체가 함성으로 들끓었고 종소리가 항구를 뒤흔들었다. 소문은 바닷바람을 타고 해일처럼 퍼져나갈 것이었다. 갱플랭크가 죽었다고. 미스 포츈의 입꼬리가 반원을 그리며 올라갔으나 쓸쓸한 미소였다. 오늘은 마무리에 불과했다. 트위스티드 페이트에게 익명 의뢰를 넣고 그레이브즈에게 귀띔한 것 모두 갱플랭크를 잡기 위한 덫이었으며, 십수 년 세월 끝에 복수에 도달했다. [1]
미스 포츈은 아랫입술을 깨물었다. 갱플랭크가 빨간 두건을 쓰고 어머니의 총기 제작소에 들이닥친 날부터 이 순간만을 위해 칼을 갈아왔다. 그날 부모를 잃었다. 피 흘리며 쓰러진 부모 곁에 선 소녀에게도 총알이 날아왔다. 아무리 안전해 보여도 한순간에 모든 게 신기루처럼 사라질 수 있다는 잔혹한 교훈을 갱플랭크가 가르쳐주었다. 하지만 그는 한 가지 실수를 저질렀다. 소녀 사라를 확인 사살하지 않은 것. 식은 주검 옆에서 밤을 지새운 그날부터 매일매일이 지옥이었으나, 지옥보다 더한 분노와 증오가 그녀를 지탱했다. [1]
지난 십오 년 동안 차근차근 복수를 준비했다. 먼저 갱플랭크에게서 총기제작소 소녀의 기억이 완전히 지워지기를 기다렸다. 그가 경계를 늦추고 안락한 삶에 젖어 안전하다고 방심하기를 기다렸다. 그래야 모든 걸 잃는 비참함을 알게 할 수 있고, 갱플랭크가 준 교훈을 되돌려줄 수 있으니까. 집을 잃는다는 것, 속한 세상이 단숨에 무너지는 기분, 그걸 두 눈으로 지켜봐야 하는 무력함이 어떤 건지 알려주고 싶었다. 마침내 복수에 성공했으나 이상하게 마음이 텅 빈 듯 공허했다. [1]
레이픈이 다가와 "놈도 죽었고, 다 끝났습니다"라고 알렸으나 미스 포츈은 "아직 아니야"라고 고개를 저었다. 시선은 쑥대밭이 된 빌지워터를 훑고 있었다. 갱플랭크를 죽이면 증오가 사라질 줄 알았으나, 고삐 풀린 말처럼 더욱 심하게 날뛰었다. 증오는 늘 힘이 되어주었고, 이제야 진정한 힘을 쥔 듯 가슴이 뜨겁게 벅차올랐다. "이제 시작일 뿐이야." 갱플랭크 밑에 있던 자들을 전부 잡아다 심문하고, 해적단 두목들은 목을 치며, 갱플랭크 문장을 단 술집·창고·여인숙을 다 태워버리고 시체를 찾아오라고 명령했다. 레이픈은 충격으로 눈동자가 흔들렸고, 처음으로 미스 포츈의 무서움을 뼈저리게 느꼈다. [1]
그레이브즈와 트위스티드 페이트의 생환
그레이브즈는 죽음의 형태를 종종 상상했으나, 개처럼 사슬에 묶여 바닷속에서 죽으리란 생각은 하지 못했다. 다행히 트위스티드 페이트가 단검을 놓치기 직전 수갑 고리를 끊어냈다. 그레이브즈는 산소를 찾아 몸부림치며 살갗에 파고든 쇠사슬을 떨쳐냈다. 트위스티드 페이트는 미동도 없었다. 그의 목에 팔을 감고 수면을 향해 필사적으로 발장구를 쳤다. 묵직한 통증이 전신을 휘감고 물밑으로 끌어당겼으나 버텨야 했다. 물 위로만 올라가면 방법이 있을 거라 믿었다. [1]
그 순간 사방이 새빨갛게 물들었다. 바다가 해를 삼킨 듯했고 곧 물보라가 일었다. 몸이 뒤집히고 부서진 강철 파편이 스쳐 갔다. 대포 하나가 가라앉고 총알, 돛, 사슬, 항해 집기들이 쏟아졌다. 새까맣게 탄 조타기와 시체들이 뒤따랐다. 망가져 알아볼 수 없는 얼굴들이 해를 가리는 구름처럼 붉은 물밑으로 떠내려갔다. 심연이 검은 아가리를 벌려 최후의 얼굴을 삼켰다. [1]
폐가 터질 듯했고 다리에 힘이 풀렸다. 젖 먹던 힘까지 짜내 속도를 높였다. 들이킨 바닷물을 뱉어내려 애쓰며 손발을 휘저었다. 묵직한 손이 머리를 누르는 느낌이 들었다. 물 위로 올라오기까지 백 년은 지난 느낌이었다. 소금물을 토해내며 거칠게 숨을 몰아쉬었으나 가슴이 막혔다. 매캐한 연기에 목구멍이 타고 눈물이 흘렀다. 검은 연기가 하늘을 뒤덮었다. 말 그대로 불바다였다. 이 정도로 큰 불은 처음 본다. 온 세상이 화염에 휩싸인 듯했다. 그레이브즈는 잔해를 피해 헤엄치며 웅얼거렸다. [1]
갱플랭크의 배는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시커먼 연기 뿜는 잔해만 떠다녔다. 불붙은 나무판자가 치익 소리를 내며 무너졌다. 화염에 휩싸인 돛이 정면으로 덮쳐 쓰러졌다. 자칫하면 영영 바닷속으로 사라질 뻔했다. 돛은 요란한 소리와 함께 성난 짐승처럼 곤두박질쳤다. 살아남은 자들이 불을 피해 바다로 뛰어내렸고, 겁에 질린 비명이 하나둘 꺼져갔다. 잿더미 떠다니는 붉은 바다가 사납게 출렁였다. 검붉은 수면이 달빛 아래 환하게 빛났다. 낮과 밤이 동시에 한자리에 있는 듯했다. [1]
그레이브즈는 트위스티드 페이트의 어깨를 흔들었다. 정신을 잃은 몸을 띄우느라 죽을 맛이었다. 무거운 팔다리가 몸을 짓눌렀고 갈비뼈가 반쯤 부러져 아팠다. 그때 새까맣게 탄 선체가 떠밀려왔다. 다른 잔해보다 단단해 보였다. 트위스티드 페이트를 붙잡고 기어 올라갔다. 항해는 못 해도 숨 돌릴 시간은 벌어줄 것이었다. [1]
트위스티드 페이트의 얼굴을 살폈다. 코 밑에 손가락을 대니 숨이 없었다. 가슴을 주먹으로 마구 두들겼다. 갈비뼈가 부러지려던 찰나 트위스티드 페이트가 콜록거렸다. 바닷물을 한 대야 토해내며 축 늘어진 채 고개를 저었다. 기침만 해대는 놈에게 그레이브즈는 소리쳤다. "야, 이 멍청한 자식아! 기껏 보내줬더니 왜 돌아왔어!" [1]
트위스티드 페이트는 멍하니 있다가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네 방식대로 해보려고 그랬지. 고집불통 인간은 어떤 기분인가 한 번 알아보려고." 다시 소금물을 게워내며 "윽…… 죽을 거 같아"라고 했다. 칼날고기 떼뿐 아니라 더 끔찍하고 포악한 물고기들까지 선체를 맴돌았다. 고기밥이 될 수 없어 재빨리 물에서 발을 뺐다. [1]
온몸에 부상을 입은 해적 하나가 선체에 매달렸다. 얼굴을 발로 걷어차자 바닷속에서 두꺼운 촉수가 튀어나와 놈의 목을 휘감고 사라졌다. 먹이를 물었으니 잠시 조용할 것이다. 수면에 기포가 피어오르고 무언가 갈리는 기분 나쁜 소리가 들렸다. 고기떼가 식사 마치기 전에 벗어나야 했다. 그레이브즈는 선체에서 나무판자 하나를 뜯어 노를 저었다. [1]
몇 시간 떠돌았는지 모른다. 팔이 아프고 감각도 없었으나 노 젓기를 멈출 수 없었다. 선체 아래 붉게 충혈된 눈동자들이 깜박이는 것 같았다. 그레이브즈는 트위스티드 페이트를 좇아 빌지워터까지 왔던 긴 인내의 시간을 되새겼다. 트위스티드 페이트는 노 저을 힘도 없는지 눈을 감고 헐떡이다 잠들었다. 피곤이 몰려왔으나 눈을 부릅뜨고 끊어질 듯 세차게 팔을 놀렸다. 대학살 현장에서 꽤 멀어졌다는 느낌이 들 때쯤 기절하듯 드러누웠다. [1]
버려진 탄피처럼 텅 빈 기분이었다. 빌지워터 만을 보니 바다가 붉게 빛났다. 거대한 혓바닥을 타고 수많은 시체가 목구멍으로 기어들어가는 듯했다. 살아남은 자는 없었다. 도대체 어떻게 숨이 붙어 있는지. 룬테라에서 제일 재수 좋은 놈일지도, 아니면 트위스티드 페이트가 행운을 가져다주는 걸까. 이처럼 덧없고 질긴 목숨이라니. 차라리 운이 없다고 하는 게 맞을지도 모른다. [1]
눈에 익은 것이 시야에 들어왔다. 놈들이 빼앗아간 트위스티드 페이트의 중절모가 둥둥 떠다니고 있었다. 그레이브즈는 모자를 건져 던져주었다. 그는 외출 전 거울 앞처럼 자연스럽게 머리에 썼다. 많이 더럽혀졌지만 아직 제법 근사했다. "이제 네 총만 찾으면 되겠는걸." "저기로 다시 기어들어가고 싶어서 몸이 근질근질하냐?" 손가락으로 바다를 가리키며 말했다. 악취와 비린내가 코를 찔렀다. [1]
트위스티드 페이트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무언가 깨달은 듯 공포에 사로잡힌 눈빛이었다. 그레이브즈는 서둘렀다. "시간이 없어. 누가 벌인 짓인지 몰라도 빌지워터는 이미 난장판이고 상황은 더 안 좋아질 거야." 트위스티드 페이트가 물었다. "근데 총 없이 어떻게 살 건데?" "글쎄…… 필트오버에 유명한 총기 장인이 있다는 소문이 있던데." "필트오버라……" 생각에 잠긴 듯 고개를 갸웃거렸다. "요즘 거기로 돈이 모인다고 하더라." 턱을 괴고 한참 고민하던 트위스티드 페이트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1]
기타편집이의 제기
빌지워터 부두에서의 추격전
부두는 갈고리단 패거리로 우글거렸고, 트위스티드 페이트가 카드를 던져 폭발을 일으켜 몇몇을 제외하고 대부분을 충격에 쓰러뜨렸다 [1]. 화자는 트위스티드 페이트를 쫓아 부두 노역자들과의 실랑이 틈을 타 거리를 좁혔다 [1]. 트위스티드 페이트는 거대한 고래 등뼈 뒤에 숨었고, 화자가 산탄총을 쏘아 뼛조각을 눈발처럼 흩날리게 했다 [1]. 트위스티드 페이트가 정확히 화자의 목을 노린 카드를 던졌고, 화자가 한 발로 공중에서 조각냈으나 찢어진 카드가 폭발해 화자가 바닥을 나뒹굴었다 [1]. 트위스티드 페이트가 먼저 일어나 달아나자 화자가 등을 향해 산탄을 마구잡이로 쏘아댔고, 부둣가에 요란한 소리가 퍼져나갔다 [1]. 갈고리단 놈들이 쇠사슬과 해적검으로 포위망을 좁혀오자 화자는 총구를 돌려 놈들을 처치하며 쓰러지기도 전에 달리기 시작했다 [1]. 다시 트위스티드 페이트를 겨누려는 찰나 날아온 총알이 화자의 어깨를 스쳤고, 갈고리단 놈들이 총까지 들고 더 몰려왔다 [1]. 화자는 낡은 어선 뒤에 숨어 대응 사격을 준비했으나 빈 총신에서 쇳소리만 울렸고, 어선 선체가 총탄 세례에 기우뚱 흔들렸다 [1]. 화자가 총열에 탄환을 가득 채워 넣고 바닥에 침을 뱉은 후 난장판에 뛰어들었다 [1]. 사방에서 날아다니는 총알에 나무 상자, 돛, 판자가 형체도 없이 망가졌고, 총알이 귓바퀴를 찢으며 뺨으로 피가 흘렀다 [1]. 화자는 이를 꽉 깨물고 쉴 새 없이 방아쇠를 당겨 모두를 운명 앞에 나가떨어지게 했고, 어떤 놈은 턱을 움켜쥔 채, 어떤 놈은 바다에 빠져버렸다 [1].
학살의 부두와 생선 장수
화자는 트위스티드 페이트를 쫓아 학살의 부두 안쪽으로 들어갔고, 바닷장어를 손질하는 생선 장수 곁을 지나갔으며 바닥은 아무렇게나 내버린 장어 내장으로 질척거렸다 [1]. 생선 장수가 벌떡 일어나 갈고리를 내던지자 화자가 총으로 갈고리를 날려버리고, 다음으로 생선 장수도 쐈다 [1]. 화자는 썩은 내가 진동하는 칼날고기 시체를 밀치며 계속 달렸고, 발목까지 물이 차올라 철벅거리는 소리가 났으며 생선 피와 갈고리단 피가 뒤섞여 짙은 비린내를 풍겼다 [1]. 트위스티드 페이트가 갑자기 속도를 내자 화자가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며 추격했고, 폐부를 찌르는 통증이 다시 발목을 붙잡았다 [1]. 오른쪽 건물 난간에 갈고리단 두 놈이 있어 화자가 재빨리 총을 발사해 난간을 무너뜨렸고, 놈들이 고꾸라지며 바닥에 곤두박질쳤다 [1]. 매캐한 화약 연기와 흙먼지가 날려 눈앞이 흐려지자 화자는 트위스티드 페이트의 장화 굽이 내는 또각또각 소리에 귀 기울이며 뛰었고, 놈이 학살의 부두 끝에 있는 도살자의 다리를 향해 가고 있음을 알았다 [1].
도살자의 다리에서의 대치
다리 입구에 다다랐을 때 반쯤 건너가 있던 트위스티드 페이트가 갑자기 멈춰 섰고, 다리 건너편에 해적단 한 무리가 서슬 퍼런 칼날을 휘두르며 기다리고 있었다 [1]. 트위스티드 페이트가 검은 바다로 시선을 돌리자 화자는 뛰어들 배짱은 없는 놈이라 생각했고, 트위스티드 페이트가 자포자기한 듯 다가와 "말콤. 우리 둘 다 여기서 개죽음당할 수는 없잖아. 일단 같이 탈출부터……"라고 말했다 [1]. 화자가 "또 내빼시려고? 어차피 네놈이 할 줄 아는 건 그것뿐이니까."라고 일축하자 트위스티드 페이트는 아무 대답도 하지 않고 다른 데 정신이 팔렸다 [1]. 함성이 커지며 빌지워터 악당들이 칼과 총을 들고 몰려왔고, 갱플랭크가 불러 모은 것이 틀림없었다 [1]. 먹구름이 몰려들고 해적들이 번개처럼 가까워졌으며, 화자는 죽고 사는 것보다 더 중요한 일이 있다고 생각했다 [1]. 갈고리단 놈들에게 완전히 포위되어 거미줄에 걸린 벌레 신세가 되었고, 빌지워터의 칼잡이는 다 모인 것 같았다 [1]. 빈민가로 통하는 다리 건너편은 미로처럼 복잡했고, 그 앞을 부둣가 동쪽을 지배하는 붉은 모자단이 막아서고 있었으며 붉은 모자단 또한 갈고리단과 같이 갱플랭크의 수하였다 [1]. 반대쪽에서 그레이브즈가 거리를 좁혀왔고, 화자는 양날의 칼을 맨손으로 쥔 것처럼 예리한 통증이 머릿속을 관통하는 듯했다 [1]. 화자는 그레이브즈가 고집만 더럽게 세고 상황을 신경 쓰지 않는다고 생각했으며, 과거 진실을 말할 수 있다면 좋으련만 이제 와 소용없다고 여겼다 [1]. 그레이브즈는 일단 뭐 하나에 꽂히면 물불 안 가리는 성격이라 진정시키기엔 시간이 없었고, 화자의 마음을 알 턱이 없는 그는 불같이 화만 냈다 [1].
다리 난간에서의 결단
화자는 다리 난간 쪽으로 뒷걸음질 치며 슬그머니 발을 옮겼고, 난간에는 크고 작은 도르래들이 매달려 있었으며 그 아래는 깊이조차 가늠할 수 없는 시커먼 바다였다 [1]. 갈매기들이 날아가며 불길한 울음을 물감처럼 바다 위에 풀어놓았고, 데드 풀 호가 새까만 돛을 펼치고 수평선 언저리를 맴돌았다 [1]. 이내 해적단으로 가득 찬 조각배가 수없이 쏟아져나와 다리 위에서 본 모습은 커다란 곤충을 이고 가는 개미떼처럼 보였고, 갱플랭크의 졸개들이 총출동한 것이리라 [1]. 톱니 갈고리단, 붉은 모자단, 고집불통 그레이브즈를 뚫을 길은 없었고, 화자는 도망칠 길은 하나뿐이라 판단해 조심스레 난간에 올라섰다 [1]. 다리는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높았고, 바닷바람에 외투가 나부끼며 돛이 펄럭이는 듯한 소리를 냈으며 후회가 밀물처럼 몰려왔다 [1]. 끝이 보이지 않는 검은 물이 공포를 불러일으켰고, 화자는 무슨 일이 있어도 빌지워터에는 돌아오지 말았어야 했다고 생각했다 [1]. 그레이브즈가 목청을 높이며 "당장 내려와!"라고 외쳤고, 얼핏 절박한 기운이 느껴지는 목소리였다 [1]. 화자가 있는 힘껏 숨을 들이쉬자 시커먼 파도가 손짓하는 듯했고, 눈앞이 아찔해지며 발끝부터 시작된 떨림이 온몸을 집어삼켰다 [1]. 그때 "내려와, 토비아스."라는 목소리가 들려 화자의 본명으로 불린 게 얼마 만인지 피가 얼어붙은 것처럼 아무 말도 생각도 할 수 없었다 [1]. 누군가 마음을 벌컥 열어젖힌 듯했으나 이내 화자는 바다에 뛰어들었다 [1].
철면피 히드라 선술집의 빨간 머리 미녀
철면피 히드라 선술집은 소란과는 거리가 먼 곳으로, 취객들이 술을 쏟지도 않고 괜한 시비로 큰 싸움이 일어나지도 않는 빌지워터에서 보기 드문 술집이었다 [1]. 그러나 오늘만큼은 저 멀리 도전의 절벽까지 왁자지껄한 소리가 울려 퍼졌다 [1]. 명예도 돈도 남부럽지 않을 만큼 가진 사내들이 악단의 어설픈 연주에 신나게 야유를 보내고 있었다 [1]. 흥겨운 축제 분위기 속, 선술집 가운데에는 오늘의 주인공이 자리하고 있었고, 특별 조명이라도 비추듯 그녀가 있는 곳은 환하게 빛나고 활기가 넘쳤다 [1]. 주인공은 항구 경비대장과 경비대를 위해 건배를 외쳤고, 흔치 않은 미모를 뽐내며 한 바퀴 빙그르르 돌았으며 붉은빛이 선연한 탐스러운 머리카락이 찰랑거렸다 [1]. 남자들은 눈을 치켜뜨며 박수를 쳤고, 그 모습은 잘 조련된 사냥개들이 주인의 손길 아래 재롱을 부리는 것 같았다 [1]. 빨간 머리 주인공 덕에 술잔은 빌 때마다 다시 채워졌고, 모두가 제집처럼 편하게 늘어져 있었으며, 얼큰하게 오른 취기 탓보다는 주인공의 나비처럼 화사한 미소에 애간장이 녹았기 때문이다 [1]. 웃음의 따뜻한 온기가 굳게 닫혀 있던 입과 마음을 열었다 [1]. 그때 선술집 문이 열리며 수수한 차림의 남자가 걸어 들어와 조용히 술집 안을 가로질러 주인에게 술을 주문했고, 누구도 그에게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다 [1]. 앳되고 싱그러워 보이는 빨간 머리 미녀가 호박 맥주를 갓 따른 잔을 천진하게 들어 올렸고, 의자 위에 올라가 마치 무대를 퇴장할 때 배우들이 하듯 허리를 굽혀 인사하며 "친애하는 동료 여러분. 아쉽지만 저는 들어가 보겠습니다."라고 말했다 [1]. 그녀를 붙잡는 안타까운 소리가 곳곳에서 아우성치며 터져 나왔고, "이만하면 충분히 즐겁게 마셨잖아요."라며 아이를 어르듯 애교가 넘치는 목소리로 말했다 [1]. "오늘 밤은 저도 바쁘고, 여러분도 항구를 지키러 돌아가셔야 하니까요. 벌써 많이 늦었어요."라고 덧붙였다 [1]. 빨간 머리 미녀가 망설임 없이 탁자 위로 폴짝 뛰어올라 승리의 여신처럼 눈을 찡긋거리며 미소 짓더니 관객들을 내려다보며 "부디 여왕 바다뱀께서 우리의 죄를 사해 주시기를!"이라고 외쳤다 [1]. 말이 끝나자마자 매력적인 눈웃음을 흩뿌리며 단숨에 잔을 비웠고, 빈 잔을 탁자에 쾅 내려놓으며 "큰 죄일수록 여왕 바다뱀의 가호가 더 간절하겠지."라고 읊조렸다 [1]. 입술에 묻은 맥주 거품을 소매로 훔쳐내자 선술집의 모두가 환호성을 질렀고, 술자리의 주인공은 허공에 손 키스를 날려 화답했다 [1]. 사내들은 벌떡 일어나 여왕 앞의 시종이라도 된 듯 그녀가 지나갈 수 있도록 비켜섰고, 그녀는 물 위를 미끄러지는 배처럼 유유히 걸음을 디뎠다 [1]. 항구 경비대장이 문을 열어 빨간 머리 미녀를 배웅했고, 한 번의 눈길이라도 더 받고 싶었으나 굽힌 허리를 펴기도 전에 그녀는 홀연히 뒤틀린 듯 얽혀있는 좁은 골목으로 사라졌다 [1].
레이픈과 선장의 대화
하얀 달이 자유인의 곶 너머 사라지고 지독한 어둠이 겹겹의 커튼처럼 드리웠고, 선술집에서 멀어질수록 점점 더 단호하고 빠른 발걸음이 그 어둠으로 스며들었다 [1]. 근심도 걱정도 없는 발랄한 아가씨의 가면을 벗고 본래의 모습으로 돌아온 그녀는 어둠과 구분할 수 없을 정도로 깊은 그림자에 잠겨 있었다 [1]. 얼굴에서는 사랑스러운 표정과 해맑은 미소가 지워진 지 오래였고, 텅 빈 눈은 앞을 향하고 있었지만 아무것도 담지 않았으며, 어지러운 골목길만 숨소리처럼 펼쳐져 있을 뿐이었다 [1]. 거기에는 오로지 오늘 밤 벌어질 일을 골몰하는 하나의 그림자만이 탄환처럼 꽂혀있었다 [1]. 그때 선술집에 있던 수수한 차림의 남자가 뒤에서 모습을 드러냈고, 날렵하고 조용한 움직임은 마치 고양이 같았다 [1]. 단번에 빨간 머리 미녀에게 접근한 그는 정확한 보폭을 맞춰 거리를 유지하며 뒤를 따랐고, "준비는 다 됐어? 레이픈?"이라고 물었다 [1]. 벌써 몇 년째 그녀의 밑에서 일했지만 단 한 번도 자신의 인기척에 놀라는 적 없이 먼저 자신을 알아차렸고, 대단한 여자였다 [1]. 레이픈이 "네, 선장님."이라고 답하자, "아무한테도 들키지 않았지?"라고 물었고, 레이픈은 자기를 뭐로 보냐는 듯 조금 발끈한 투였지만 곧 차분하게 "항구 경비대도 없고, 배도 텅 빈 거나 다름없습니다."라고 보고했다 [1]. "꼬마애는?"이라는 물음에 "시킨 대로 잘했습니다."라고 답했고, 선장이 "좋아. 사이렌 호에서 만나지."라고 지시하자 레이픈은 그 말이 떨어지자마자 흐릿한 안갯속으로 물러났다 [1]. 빨간 머리 미녀도 계속해서 걸음을 옮겼고, 한밤의 어둠이 그녀를 반기며 감싸 안았으며, 마치 어둠과 하나가 된 듯 숨 막히는 정적뿐이었다 [1]. 깊은 꿈을 꾸는 것처럼 표정이 모두 지워진 얼굴로 그녀는 숨을 골랐고, 준비는 모두 끝났으며 이제 남은 일은 기다리는 것뿐이었다 [1].
밧줄 탈출과 생선 내장 통
다리 아래로 추락하는 순간 그레이브즈의 포효 소리가 들렸고, 내장이 끓어오르는 듯 분노에 가득 찬 소리이자 몸 안의 모든 세포가 안간힘으로 외치는 소리였다 [1]. 화자는 눈앞의 밧줄에 정신을 모았고, 숨이 멎을 것 같은 공포도 끝없는 심연도 생각할 수 없었으며 눈 속에서 빛이 끊어질 듯 점멸하며 어지러운 무늬를 그렸다 [1]. 쉴 새 없이 몰아치는 바람 속에서 모든 게 흐릿해지고 있었고, 간신히 밧줄을 붙잡았을 때는 환호성을 지를 뻔했으나 이내 손바닥이 쓸려 불에 덴 듯 화끈거려왔다 [1]. 참아야만 했고, 올가미 모양으로 묶인 밧줄을 타고 미끄러지며 매듭을 단단히 그러쥐었으나 손바닥의 열상 때문에 몸은 더욱 거세게 흔들렸다 [1]. 잠깐 동안 온갖 욕설을 되뇌며 허공에 매달려 있었고, 여기서 물로 떨어진다고 해도 죽을 리는 없었으나 머리로는 그 사실을 알면서도 바다로 뛰어드느니 차라리 돌 바닥에 떨어지고 싶었다 [1]. 아마 온몸이 으스러지겠지만 그래도 물에 빠지는 것보다 훨씬 마음이 편할 것이었다 [1]. 돌 바닥 위로 단단한 철제 밧줄 한 쌍이 공중을 가로지르고 있었고, 하나는 이쪽에서부터 본섬으로, 다른 하나는 본섬에서 이쪽으로 가는 밧줄이었다 [1]. 빌지워터 사람들은 바다 괴물 고기를 이 밧줄에 매달아 시장으로 날랐고, 밧줄을 움직이는 장치가 굉음을 내며 고막을 찢을 듯 흔들렸으며 사나운 바람은 그칠 줄을 몰랐다 [1]. 그때 잔뜩 녹슨 집채만 한 양철통이 밧줄을 타고 삐걱거리며 가까워지고 있었고, 화자는 얼굴 가득 회심의 미소가 퍼졌으나 내용물을 보기 전까지였다 [1]. 망할, 썩은 내가 진동하는 생선 내장이라니 구역질이 치밀어 올랐다 [1]. 이 장화에 들인 돈이 대체 얼마였더라, 심해에서 잡아 올린 바다용 가죽이고 거미줄로 짠 비단처럼 부드럽고 강철보다 튼튼하며 똑같은 장화는 발로란 전체에 네 켤레도 안 되는데, 젠장 [1]. 화자는 눈을 질끈 감은 채 생선 내장이 출렁이는 통에 뛰어들었고, 장인의 손길이 한 땀 한 땀 깃든 장화에 차가운 오물이 스며들었다 [1]. 아, 끔찍해, 창고에서부터 이게 무슨 꼴이야, 그래도 모자만은 아직 무사하니까 [1]. 그때 그놈의 재수 옴 붙을 총소리가 울려 퍼지며 밧줄이 뚝 끊어졌고, 타고 있던 양철통은 요란한 마찰음을 내며 밧줄에서 풀려났다 [1]. 추락하는 순간은 마치 영원과 찰나가 뒤섞인 듯 시간이 멈춘 것만 같았고, 화자는 충격으로 튕겨 돌 바닥에 떨어졌으며 바닥이 흔들리는 느낌과 함께 모든 풍경이 거꾸로 뒤집혔다 [1]. 하늘이 무너져 내렸고 생선 내장과 함께였다 [1].
그레이브즈와의 재회와 과거 갈등
몸을 지탱할 힘조차 없었지만 간신히 일어나 도망갈 길을 찾아야 했고, 갱플랭크의 수하들이 탄 조각배가 빠르게 다가왔으며 검은 깃발이 고요하게 흔들리고 있었다 [1]. 현기증이 일었지만 기다시피 부두에 묶여 있는 작은 통통배를 향해 걸었고, 절반도 못 가 산탄이 날아와 선체는 모래성처럼 단숨에 두 동강 나버렸다 [1]. 잔해가 수면 아래로 가라앉는 모습을 바라보며 주저앉았고, 팽팽했던 긴장의 끈이 뚝 끊어지며 맥이 탁 풀렸다 [1]. 내 몸에서 풍기는 고약한 냄새를 참고 겨우 숨을 들이쉬었고, 어느새 다가온 그레이브즈의 노여움 가득한 시선이 나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1]. 도대체 다리에서는 어떻게 내려온 거람, 뭐 원래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녀석이니까 [1]. 그레이브즈가 물에 빠진 생쥐 꼴인 화자를 위아래로 훑어보더니 씩 웃으며 "비싼 옷을 다 버려서 어쩌나?"라고 말했고, 화자는 이를 악물고 몸을 일으키며 "언제 철들래? 내가 도와주려고 할 때마다……"라고 말했다 [1]. 말이 끝나기도 전에 그레이브즈는 분을 삭이지 못하고 바닥에 총을 갈겼고, 파편이 튀었는지 정강이에 둔탁한 통증이 느껴졌다 [1]. 화자가 "제발 좀 들어 보……"라고 하자 그레이브즈가 "이제 듣는 건 때려치우기로 했어. 크게 한탕 하기로 해놓고 아무 말도 없이 내뺀 놈 얘기를 들어서 뭐해?"라고 독기를 뿜었다 [1]. 화자가 "아무 말도 없이? 내가 분명……"이라고 항변하려 하자 다시 총탄이 날아와 돌조각이 사방으로 튀었다 [1]. 바람이 더욱 거세졌고, 놈들의 배도 그만큼 더 빨리 도착할 것이며 팽팽하게 부푼 돛들이 불쑥 튀어나온 뼈처럼 보였다 [1]. 화자가 "난 함께 탈출하려고 했어. 이상한 낌새를 눈치챘으니까. 그런데도 막무가내로 밀어붙인 건 너잖아, 이 자식아. 매번 그랬던 것처럼 너는 그때도 무식하게 밀어붙였다고!"라고 소리치며 어느새 손안에는 한 장의 카드가 들려 있었다 [1]. 그레이브즈가 목소리를 높이며 한 걸음 다가와 "그때 내가 너희는 뒤에서 지원만 해달라고 했지? 잘 끝내고 빠져나갈 수 있다고, 평생 놀고먹을 정도로 벌어들일 수 있다고. 근데 도망쳤지. 나만 두고."라고 해묵은 증오를 드러냈고, 해묵은 증오는 화자가 알던 그레이브즈를 완전히 다른 사람으로 바꿔놓았다 [1]. 더 이상 아무 말도 할 수 없었고, 그의 마음 안에서 무언가가 돌이킬 수 없이 무너져버린 것이다 [1]. 화자는 달싹이는 입술을 꾹 다물었고, 입안이 바싹 말라 침도 삼킬 수 없었다 [1].
갱플랭크의 등장과 처형 예고
그때 그레이브즈의 어깨너머로 작은 빛이 예리하게 반짝였고, 장총이라면 갱플랭크의 부하들이 부두에 도착한 것이리라 [1]. 화자는 망설임 없이 그쪽을 향해 카드를 날렸고, 동시에 그레이브즈도 방아쇠를 당겼다 [1]. 카드는 그레이브즈의 등에 총을 겨눴던 갱플랭크의 부하를 쓰러뜨렸고, 내 뒤에서도 해적 한 놈이 털썩 고꾸라졌으며 한 손에는 날이 선 칼을 들고 있었다 [1]. 그레이브즈가 쏘지 않았다면 지금쯤 목은 내 몸에 붙어있지 않았을 거고, 카드를 날리지 않았다면 그레이브즈도 저 세상에 갔을 테다 [1]. 습관이란 이렇게 무서운 거고, 우리의 눈이 마주쳤다 [1]. 갱플랭크의 수하들이 괴성을 지르며 포위망을 좁혀오고 있었고, 머릿수가 너무 많아 정면으로 붙는다면 이길 수 없을 게 뻔했다 [1]. 그렇다고 항복할 그레이브즈가 아니었고, 산탄총을 치켜들어 방아쇠를 당겨댔으나 탄환이 떨어진 듯 빈 총신 소리만 공허하게 울릴 뿐이었다 [1]. 화자는 아직 카드가 남아 있었지만 꺼내지 않았고, 카드 몇 장 던진다고 무슨 소용이겠는가, 반격할 수 있는 거리도 숫자도 아니었다 [1]. 화자는 자포자기한 심정이 되어 물끄러미 시커먼 바다 쪽을 바라보았고, 갈매기들이 끼룩거리는 소리가 비웃음 소리처럼 귓전을 울렸다 [1]. 반면 그레이브즈는 해적 놈들처럼 괴성을 지르며 내달렸고, 옛날부터 저랬다 [1]. 그는 총구를 들어 맨 앞에서 뛰어오던 상대의 코를 박살냈으나 곧 개떼처럼 몰려온 놈들에게 흠씬 두들겨 맞고 붙잡혔다 [1]. 놈들은 피를 뒤집어쓴 채 쓰러진 그레이브즈를 끌고 갔고, 나 또한 얼마 지나지 않아 놈들에게 포위당하고 말았다 [1]. 일순간 우리를 소란스럽게 비웃던 분위기가 찬물을 끼얹은 듯 고요해졌고, 불길한 예감에 심장이 납덩이처럼 차갑게 내려앉았다 [1]. 심해에 다다른 돌덩이가 바닥의 모래를 뒤집어쓰면 이런 느낌일까 [1]. 안타깝게도 내 예감은 틀리지 않았고, 해적 놈들이 바닷길이 열리듯 양쪽으로 갈라섰고 붉은 외투의 사내가 땅을 울리며 뚜벅뚜벅 걸어왔다 [1]. 갱플랭크였다 [1]. 가까이서 보니 상상했던 것보다 훨씬 거대했고, 연륜이 묻어나는 얼굴에는 깊은 주름이 갈라진 땅처럼 새겨져 있었다 [1]. 갱플랭크는 한 손에 귤을 들고 조각도로 천천히 껍질을 벗겨내기 시작했고, 느릿느릿 신중한 손놀림이었으며 시큼 달큼한 냄새가 공중에 훅 끼쳤다 [1]. "네놈들…… 뼈 공예라고, 혹시 들어본 적 있나?"라고 마침내 정적이 깨지고 야수가 으르렁대는 듯한 목소리가 바람을 조용하지만 묵직하게 뒤흔들었다 [1]. 또다시 얼굴에 주먹이 내리꽂혔고, 쾅 소리를 내며 이내 갱플랭크 배의 갑판에 나동그라지고 말았다 [1]. 머릿속에서 새 떼가 날아오르는 듯한 기분과 함께 통증이 뒤따랐고, 손목에 채워진 무쇠 수갑이 살을 파고들었으며 부어오른 손은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시퍼렇게 멍들어 있었다 [1]. 놈들은 나를 거칠게 끌어다 트위스티드 페이트 옆에 무릎 꿇게 했고, 이 악랄한 놈들이 일으켜 세웠더라도 다리가 말을 듣지 않아 다시 주저앉을 수밖에는 없었을 것이다 [1]. 슬쩍 보니 해적 놈들은 한 건 한 듯 잔뜩 들떠 있었다 [1]. 내 얼굴에 주먹을 날렸던 우락부락한 근육질의 해적 놈이 눈앞에서 얼쩡거렸고, "이 코흘리개 자식아."라고 퉁퉁 부은 입안 때문에 발음이 뭉개지며 아릿한 피 맛이 목구멍을 타고 흘러들었다 [1]. "주먹질 하나 제대로 못 하냐?"라고 하자 순간 다시 한 방 먹고 말았고, 폐부를 찌르는 듯한 고통이 몸을 관통해 갑판에 쓰러졌다 [1]. 놈이 내 팔을 끌어당겨 다시 무릎 꿇게 했고, 입안에 고인 피를 칵 뱉어내자 부러진 이가 딸려 나왔다 [1]. 씩 웃어 보였고, 우락부락한 해적 놈은 뚫어질 듯 나를 내려다보고 있었으며 무식하게 힘만 센 놈이었다 [1]. "돌아가신 지 오 년 된 우리 엄마도 너보단 주먹이 셌어."라고 하자 놈이 한 대 더 날릴 기세로 주먹을 꽉 움켜쥐었으나 갱플랭크의 손짓 한 번에 그대로 동작을 멈췄고, 딱 놈의 꼭두각시다웠다 [1]. "그만."이라고 했고, 화자는 휘청거리면서도 갱플랭크를 똑바로 쳐다보려 애썼으며 희미하던 시야가 점차로 밝아왔다 [1]. 갱플랭크의 허리춤에 트위스티드 페이트가 훔치려 했던 단검이 꽂혀 있었고, 아름다운 단검이다, 꼴에 보는 눈은 있나 보군 [1]. 갱플랭크가 트위스티드 페이트 쪽으로 다가가며 "트위스티드 페이드. 솜씨가 좋다는 얘긴 많이 들었다. 난 원래 손재주가 좋은 도둑을 존중해. 하지만 진짜 솜씨 좋은 도둑이라면 내 물건에 손대면 어떻게 되는지도 알 텐데…"라고 말하고, 몸을 낮춰 화자의 눈을 정면으로 바라보며 불을 뿜을 듯 뜨거운 동시에 한기가 서린 눈빛이 번뜩였다 [1]. "그리고 그레이브즈…… 네놈이 털끝만큼이라도 분별이 있었다면 내 밑에서 일했겠지. 이미 물 건너간 얘기지만."라고 한심하다는 듯 혀를 찼다 [1]. 갱플랭크가 가뿐히 일어나 우리를 등지고 섰고, 거대한 바위가 앞을 가로막듯 우뚝 솟은 어깨를 보니 현기증이 일었으며 깊고 굵은 목소리가 안개처럼 갑판에 드리웠다 [1]. "난 상식적인 사람이다. 전부 나한테 복종하길 원하는 게 아니야. 그저 적당히 서로 존중하며 살아가자는 건데…… 네놈들에게는 눈 씻고 찾아봐도 존중이란 없더군. 그럼 대가를 치러야겠지."라고 표정을 읽을 수 없는 그의 얼굴에서 눈썹이 꿈틀거렸고, 맹수가 사냥감을 찾는 것처럼 보였다 [1]. 갱플랭크의 수하들이 굶주린 사냥개마냥 우리를 에워쌌으나 화자는 떨지 않았고, 놈들이 만족하도록 내버려둘 수는 없으니까 최대한 무표정한 얼굴을 유지하려 기를 쓰며 고개를 쳐들었다 [1]. 화자가 턱짓으로 트위스티드 페이트를 가리키며 "부탁 하나만 하자. 저 자식이 죽는 걸 두 눈으로 볼 수 있게 해줘."라고 청하자 갱플랭크의 입가에 희미한 미소가 피어올랐고, 좀처럼 의미를 알 수 없는 미소였다 [1]. 그가 고개를 끄덕이자 선원 하나가 냉큼 달려가 배에 달린 종을 쳐댔고, 뇌리를 울리는 강렬한 소리이자 구역질이 나올 것 같은 소리였다 [1]. 항구 쪽에서도 화답하듯 곳곳에서 종소리가 울려왔고, 이내 피 냄새를 맡은 쥐가오리 떼처럼 취객, 뱃사람, 장사꾼들…… 온갖 시정잡배들이 구경거리를 찾아 밖으로 쏟아져 나왔다 [1]. 이거군, 갱플랭크는 누가 이 섬의 주인인지 모두에게 똑똑히 보여주고 싶었던 거다 [1]. "온 빌지워터가 다 지켜보고 있으니 잔치를 시작해 볼까! 죽음의 여신을 대령해라!"라고 그가 호탕하게 외쳤다 [1]. 쿵쾅대는 발소리와 흥분 서린 환호가 갑판을 가득 메웠고, 소란을 뚫고 오래된 대포가 그르렁거리며 이끌려 나왔다 [1]. 낡고 녹슨 대포는 초록빛으로 변색되었지만 그럼에도 독특한 아름다움을 풍기고 있었다 [1].
결말과 여운
미스 포츈은 사이렌 호의 갑판에서 불타는 빌지워터 항구를 내려다보았다. 갱플랭크의 전함은 완전히 불타 사라졌고, 해적들은 폭발과 칼날고기 떼에 전멸했다. 미스 포츈은 갱플랭크가 구경꾼을 불러모아 트위스티드 페이트와 그레이브즈를 처형하려 한 점을 역이용해 그를 죽음에 이르게 했다. [1]
갱플랭크의 죽음 소식은 종소리와 함께 빌지워터 전역으로 퍼져나갔다. 미스 포츈은 십오 년 전 갱플랭크가 부모를 살해하고 자신도 총에 맞았던 날부터 복수를 준비해왔으며, 갱플랭크가 방심하기를 기다렸다가 오늘 비로소 성공했다. 그러나 기쁨 대신 공허함을 느꼈다. [1]
부하 레이픈이 "다 끝났다"고 보고하자 미스 포츈은 "아직 아니야"라며, 갱플랭크의 잔당을 모두 잡아 심문하고 관련 시설을 불태우며 시체를 찾아오라고 명령했다. 레이픈은 그녀의 잔혹함에 처음 공포를 느꼈다. [1]
한편 바닷속으로 가라앉은 그레이브즈는 트위스티드 페이트가 넘겨준 카드로 순간이동해 탈출하려 했으나, 가라앉는 갱플랭크의 얼굴을 보고 발길을 돌려 그를 구하러 다시 바다로 뛰어들었다. [1]
그레이브즈는 쇠사슬에 묶인 채 바다 밑으로 끌려가던 트위스티드 페이트를 찾아 수갑을 단검으로 부수고 수면으로 올라왔다. 폭발로 인한 잔해와 시체들이 바다를 뒤덮은 가운데, 그레이브즈는 의식을 잃은 트위스티드 페이트를 부서진 선체 위에 올리고 심폐소생술로 살려냈다. [1]
트위스티드 페이트는 "네 방식대로 해보려고 그랬지. 고집불통 인간은 어떤 기분인가 한 번 알아보려고"라며 농담조로 말했고, 그레이브즈는 "기껏 보내줬더니 왜 돌아왔어"라며 안도와 분노를 섞어 소리쳤다. [1]
칼날고기 떼와 더 큰 포식자들이 몰려드는 가운데, 그레이브즈는 나무판자로 노를 저어 몇 시간 동안 바다를 표류했다. 트위스티드 페이트의 중절모가 떠내려오는 것을 건져주자 그는 자연스럽게 머리에 썼다. [1]
그레이브즈는 총을 잃은 대신 필트오버의 유명한 총기 장인을 찾아가자고 제안했고, 트위스티드 페이트는 "요즘 거기로 돈이 모인다고 하더라"며 생각에 잠겼다. [1]
이 문서는 공식 공개 자료 1개를 AI가 문단별로 새로 정리하고, 문단마다 별도의 AI 검수를 거친 초안입니다. 자료에 확인되지 않는 내용은 적지 않았습니다. 패치 내역과 관련 문서는 아래에 따로 모아 보여 줍니다. 세부 설정과 최신 수치는 출처를 확인하세요. [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