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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그 오브 레전드 / 스토리·세계관 / 사막의 후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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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요편집이의 제기

"사막의 후예"는 2016년 5월 12일 공개된 리그 오브 레전드 유니버스 공식 단편 소설로, 작가 그레이엄 맥닐이 집필했으며 분량은 약 7094단어이다.[1] 이야기는 슈리마의 고대 도시 베커라를 배경으로, 고향으로 돌아온 돌조각사 탈리야, 용병 시비르, 초월체 나서스, 그리고 배신자 제라스가 얽히는 사건을 다룬다.[1]

탈리야는 아이오니아, 프렐요드 등을 떠돌다 고향 슈리마의 항구 도시 벨준에 도착한다.[1] 녹서스 전함이 정박해 있어 불안감을 느끼고, 케네세트를 거쳐 생명의 어머니 강을 따라 베커라로 향한다.[1] 베커라에서 부상당한 시비르를 발견해 치료하며 약속을 지키려 머무른다.[1] 한편, 나서스는 점성술사의 탑에 피로 쓰인 글씨를 보고 베커라에 와서 아지르의 후예를 찾던 중, 가짜 태양의 사원과 아즈라히르 텔라무라는 주교를 발견하고 분노한다.[1] 나서스가 주교의 피를 시험해 가짜임을 밝혀내는 순간, 제라스가 군대를 이끌고 베커라를 공격한다.[1] 나서스는 시비르가 진정한 후예임을 확인하고, 제라스를 유인해 시비르와 탈리야가 도망칠 시간을 벌기 위해 홀로 제라스와 맞서 싸운다.[1] 두 초월체의 격돌로 사원이 붕괴되고 나서스가 중상을 입으며 제라스에게 밀리는 상황에서 이야기가 끝난다.[1]

줄거리편집이의 제기

스포일러 경고: 이 문단은 '사막의 후예' 단편 소설의 결말부 전개를 모두 포함하고 있습니다. [1]

태양의 사원에서의 결전

제라스가 밀려나 사원 벽에 부딪히자 석조 바닥이 갈라지고 지하 고분의 모래 먼지가 피어올랐다. [1] 거대한 석판들이 추락하는 가운데 제라스는 불타는 에너지 기둥을 뿜으며 돌진했고, 불기둥에 닿은 나서스가 울부짖으며 서로 격렬하게 충돌했다. [1] 마법 충격파가 사방으로 퍼져 사람들이 나뭇잎처럼 날려 가고 주변 건물이 연이어 무너졌다. [1] 시민들은 두 초월체의 싸움에서 필사적으로 도망쳤고, 마법이 풀린 제라스의 군사들은 도시 밖으로 흩어졌다. [1] 제라스가 심장의 마법 불을 무차별적으로 발산하자 곳곳에 화염이 일어났다. [1]

나서스는 굴러 떨어지는 불꽃 혜성을 피했는데, 그것은 차갑게 느껴지면서도 화상을 입혔다. [1] 나서스는 일어나 도끼로 날아오는 백색 불덩이들을 연달아 쳐냈다. [1] 제라스는 머리 위에서 갈퀴 같은 벼락을 내리치며 비웃었고, 나서스는 전력으로 도끼를 던져 명중시켰다. [1] 제라스가 고통과 분노로 포효하며 심장의 불꽃이 잠시 꺼졌다가 되살아났다. [1]

나서스가 제라스에게 뛰어올라 공중에서 격투를 벌이다 태양의 사원에 다시 부딪쳤다. [1] 충격으로 외벽이 무너지고 지붕 석재가 추락해 바닥이 갈라지며 지하실이 드러났다. [1] 녹아 있던 태양 원판이 동전처럼 굴러떨어져 산산조각 났고, 파편 하나가 나서스 허벅지를 찔러 붉은 피가 흘렀다. [1]

제라스의 압도적 우세와 심리전

부서진 잔해 사이로 제라스가 올라와 흐린 불꽃 화살을 나서스 가슴에 꽂아 넣었다. [1] 나서스가 신음하며 비틀거리자 제라스는 다시 마법 에너지를 발사해 심장에 명중시켰다. [1] 아득한 통증에 나서스가 무릎을 꿇자, 필멸자 군대야 한 손으로 해치우지만 제라스는 태양의 힘과 어둠의 마력을 겸비한 초월체로 만만치 않았다. [1]

나서스가 고개를 드니 온 도시가 불타고 있었다. [1] 나서스가 아지르의 마지막 후손은 보이지 않는 곳으로 피신했다고 말하자, 제라스는 반드시 찾아내 보잘것없는 혈통을 끝내겠다고 다짐했다. [1] 나서스가 도끼의 보석으로 광선을 막으며 살아있는 한 안 된다고 맞서자, 제라스는 복잡한 문양을 그리며 불꽃을 퍼부었고 나서스는 전부 막아내지 못했다. [1]

제라스가 다가와 나서스의 질투와 배반을 레넥톤에게 얘기해줬더니 사지를 자르겠다며 저주하며 울부짖더라고 도발했다. [1] 나서스가 포효하며 불기둥을 뿜어 제라스를 삼키자 제라스가 비명을 질렀다. [1] 그러나 전성기의 나서스와 레넥톤이 대적했던 때와 달리, 이제는 나서스의 위력이 흔적만 남은 반면 제라스는 수 세기 동안 힘을 키워 압도적이었다. [1] 제라스가 마지막 공격을 가볍게 떨쳐내고 마법으로 나서스를 들어올려 빙빙 돌리다 부서지는 사원 쪽으로 던졌다. [1] 나서스는 석조물을 부수며 떨어져 태양이 빚은 뼈가 불쏘시개처럼 부러졌다. [1]

최후의 대화와 제라스의 도발

나서스는 두 다리가 부러지고 왼쪽 팔 전체가 부상당한 채 잔해 위에 쓰러졌다. [1] 다치지 않은 팔로 일어나려 했으나 부러진 허리에서 날카로운 통증이 척추를 타고 올라와 시간이 필요했지만 지금은 시간이 없었다. [1] 제라스가 다가와 타고 남은 재 같은 불씨를 떨어뜨리며 미움 살 짓만 안 했으면 불쌍히 여겼을 텐데 영혼이 꺾였다고 조롱했다. [1] 나서스는 모래를 뱉으며 꺾이는 게 배반자 되는 것보다 낫고, 새 힘을 얻어도 결국 노예에 배신자일 뿐이라고 받아쳤다. [1] 나서스는 제라스의 분노를 느끼며 즐겼다. [1]

제라스가 죽기 직전 아지르에게 해방되었다고 말하자 나서스는 어안이 벙벙해졌고, 그렇다면 왜 아지르를 배반하냐고 물었다. [1] 제라스는 아지르가 멍청했고 너무 늦게 초월했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1] 극심한 통증 속에서 나서스의 어깨 뼈 조각이 서로 마찰하며 붙기 시작해 팔에 힘이 돌아왔지만, 태연한 척 축 늘어뜨렸다. [1] 나서스가 죽은 뒤 슈리마를 어찌할 거냐 묻자, 제라스는 고개 젓고 공중으로 솟구쳤다. [1] 제라스가 몸이 되돌아오는 걸 안다며 내려와 제대로 싸우라는 나서스의 외침에, 네 죽음을 천 번도 넘게 상상했지만 내 손으로 죽이진 않겠다고 말했다. [1]

사원의 붕괴와 매장

나서스가 올라가는 제라스를 지켜보는 사이 사원 벽이 갈라지고 기울어졌다. [1] 제라스가 태양 원판보다 밝은 빛을 내며 사막의 도살자(레넥톤)에게도 몫을 남겨둬야 한다고 말하고, 백색 불 사슬을 던져 너를 묻어두겠다고 선언했다. [1] 제라스가 초신성처럼 빛나며 불 사슬을 끌고 오자 석재가 우레 소리와 함께 떨어지고 살인적 화염이 베커라 시내를 뒤덮었다. [1] 위에서 암석 덩어리가 우박처럼 쏟아지고 아래서 땅이 갈라지며 솟구치는 가운데 사원 벽이 무너지며 나서스는 수백 톤 잔해 아래 묻혔다. [1]

기적적인 생환과 탈리야의 활약

어둠이 지나고 뜨거운 한 줄기 빛이 보였다. [1] 현실인지 환영인지 알 수 없었고 초월체의 죽음이 이런가 싶었으나 죽음은 아니었다. [1] 햇빛이 아른거리고 피부에 따스한 느낌이 들자 팔다리를 움직여 보니 완전히 아물어 있었다. [1] 오랜 시간이 흐른 듯했으나 얼마나 의식을 잃었는지는 알 수 없었다. [1] 제라스는 풀려났고 그 어느 때보다 강해져 있었다. [1]

머리 위 암석이 완벽한 돔 형태였고 표면이 유리처럼 매끄럽고 따뜻했으며 물결 무늬가 보였다. [1] 나서스가 빛이 들어오는 쪽을 주먹으로 연타해 유리화된 암석을 부수자 햇빛이 쏟아졌다. [1] 사원은 돌무더기가 되었고, 나서스는 자신을 보호해 준 돔 조각을 주워보니 여러 재질이 섞여 본래 하나의 암석이 아니었다. [1] 단검 같은 조각을 옷 속에 넣고 무너진 사원을 떠나 걷기 시작했다. [1] 죽은 자들의 중얼거림과 구슬픈 바람 소리를 들으며 잔해를 살폈다. [1]

도시는 사라지고 슈리마 잔해 위에 다시 지은 것들도 모두 없어졌으며, 지면은 암반이 솟아 있고 파도가 치다 얼어붙은 듯 구불구불했다. [1] 제라스의 불길을 막아준 그 파도 아래에서 베커라 시민들이 나와 기적적으로 살아난 것을 놀라워했다. [1] 나서스가 고개 끄덕이며 탈리야가 슈리마를 구했다고 말하고 걸음을 옮겼다. [1]

새로운 목적과 레넥톤을 향한 다짐

베커라는 지난번처럼 황량한 껍질이었고, 슈리마 멸망 날 제라스와 처음 싸운 뒤에도 이런 폐허를 보았으나 이번엔 등을 돌리지 않기로 했다. [1] 제라스는 레넥톤을 피에 굶주린 야수라 했지만, 나서스는 형을 위해 목숨을 내놓고 조국을 구하려 모든 것을 희생한 숭고한 전사의 모습을 기억했다. [1] 레넥톤이 살아 있다면 영웅으로서의 기억이 남아 있을 것이고, 그 기억을 끄집어내면 광기에서 꺼낼 수 있을 것이다. [1] 언젠가 만나면 둘 중 하나는 죽을 거라 생각했으나 이제 생각이 달라졌고, 아지르의 혈통이 남아 있으니 희망이 있었다. [1] 나서스가 레넥톤이 필요하다고, 너 없인 제라스를 못 막는다고 말하며 사막이 그의 이름을 불렀다. [1] 등 뒤 모래가 베커라를 삼키며 끝났다. [1]

등장인물편집이의 제기

  • 리그 오브 레전드탈리야: 고향 슈리마의 벨준 항구에 도착해 생기와 열정을 느끼며, 가족을 구하기 위해 남쪽으로 향하는 주인공 [1]
  • 샤마라: 반들반들한 흑옥 같은 눈을 가진 깡마른 우두머리 상인으로, 탈리야와 네리마제스의 비단 판매상들과 동행하다 케네세트에서 더 이상 남쪽으로 가면 위험하다고 만류함 [1]
  • 리그 오브 레전드나서스: 누더기를 걸치고 붕대 감은 손을 가진 거대한 남자로, 베커라에서 슈리마의 후예를 찾기 위해 왔으며 자신이 '사막의 방랑자'임을 드러냄 [1]
  • 아즈라히르 텔라무: 검은 부리 달린 투구를 쓴 주교로, 스스로를 매 황제의 후예이자 베커라의 첫 번째 목소리라 칭하나 나서스의 피 검증 결과 아지르의 혈통이 아님이 밝혀짐 [1]
  • 리그 오브 레전드아지르: 초월 의식으로 부활해 슈리마를 재건한 황제로, 나서스가 찾는 슈리마의 후예와 관련되어 언급됨 [1]
  • 리그 오브 레전드레넥톤: 나서스의 동생으로, 과거 초월 의식 때 나서스를 부축해 사원에 올랐으며 제라스와 함께 능에 갇혔다가 풀려나 현재는 복수에 미친 살인마가 되었다고 묘사됨 [1]
  • 리그 오브 레전드제라스: 배신자로서 아지르를 죽이고 잘못된 초월 의식을 일으킨 존재로, 나서스가 베커라로 오게 된 계기가 됨 [1]
  • 바바잔 할머니: 탈리야가 모국의 땅에서 느끼는 유대감을 향긋한 차를 마실 때와 비유하며 언급함 [1]
  • 이케시아 장인들: 옛 나라 이케시아에서 망명한 장인들로, 베커라의 성문을 회반죽 없이 정교하게 쌓았다고 나서스가 회상함 [1]
  • 리그 오브 레전드나서스: 슈리마의 관리자이자 초월체. 제라스의 마법에 의해 깨어나 베커라로 향함. 제라스를 알아보고 대적함. 강력한 피의 냄새(시비르의 혈통)를 맡고 동쪽 폐가로 찾아감. 탈리야와 시비르를 만나 시비르를 보호하려 하며 제라스의 군대를 유인하기 위해 홀로 광장으로 나감. 제라스와 초월체 간의 결전을 벌임. 레넥톤과의 과거를 제라스가 자극함. [1]
  • 리그 오브 레전드제라스: 슈리마를 멸망시킨 제국의 반역자이자 어둠의 마법사. 차가운 쇠사슬과 고대 석관 파편에 둘러싸인 작열하는 어둠의 마법 에너지 형태로 베커라 상공에 떠 있음. 청백색 불꽃 혜성을 포탄처럼 발사해 시장을 파괴하고 시민들을 학살함. 군사들을 지배해 베커라를 공격함. 나서스를 겁쟁이라 조롱하며 레넥톤을 언급해 자극함. 태양 원판의 변두리를 녹이며 주교를 재로 만듦. 나서스의 도끼 공격에 쇠사슬이 폭발함. [1]
  • 리그 오브 레전드탈리야: 아이오니아에서 야스오를 떠난 후 유목민 부족 출신으로 혼자 여행 중인 소녀. 베커라 동쪽 변방 폐가에서 부상당한 시비르를 발견해 간호함. 대지모신의 가르침(삶의 씨실과 날실)에 따라 시비르를 버리지 않고 곁에 지킴. 돌과 바위를 움직이는 마법(대지의 마법)을 사용해 나서스를 막으려 함. 나서스를 '영웅의 심장을 가진 아이'라 칭함. 시비르와 함께 베커라를 탈출하려 함. [1]
  • 리그 오브 레전드시비르: 고대 슈리마 제국의 후예이자 용병. 십자 모양의 검(샬리카)을 가짐. 베커라 외곽에서 중상을 입고 탈리야에게 구조됨. 부활한 고대 슈리마 도시를 직접 목격함. 많은 사람을 죽인 과거로 인해 여러 부족에게 쫓김. 아지르에게 살려달라 한 적 없으며 제라스, 나서스와 엮이기 싫어함. 나서스가 건네준 옥 펜던트(제라스의 눈을 피하게 함)를 받고 탈리야와 함께 피신함. 나서스에게 '의무'를 다해 시민을 구하라고 명령함. [1]
  • 리그 오브 레전드아지르: 부활한 슈리마의 황제. 시비르의 피로 되살아남. 제라스와 대치할 예정. 나서스도 아지르의 계획을 모름. 탈리야가 노예로 부릴지 우려함. [1]
  • 리그 오브 레전드레넥톤: 나서스의 동생. 수 세기 동안 나서스와 함께 슈리마를 위해 싸움. 제라스에 의해 어둠 속에 갇혀 미치광이가 됨. 제라스가 나서스를 자극하기 위해 언급함. [1]
  • 세타카: 초월체 최고의 여전사. 나서스와 300년을 함께 싸움. 이케시아 멸망 전 날 괴물의 공격을 받고 전사함. 그녀의 검 샬리카를 시비르가 물려받음. [1]
  • 리그 오브 레전드야스오: 아이오니아에서 탈리야가 떠난 인물. [1]
  • 주교: 수천 년 동안 희석된 약한 피를 가진 가짜. 제라스 앞에서 비명을 지르며 허공에서 몸부림치다 재가 되어 흩어짐. [1]
  • 베커라 시민들: 제라스의 불덩이 공격과 군사들의 학살로 사망하거나 태양의 사원 앞 광장에 무릎 꿇고 포위됨. [1]
  • 제라스의 군사들: 제라스의 마법에 지배되어 푸른 불이 이글거리는 눈을 가짐. 채찍질에 화난 전투용 짐승들과 함께 성벽을 부수고 시내로 진입해 학살함. 나서스와 대적하나 순식간에 제압됨. [1]
  • 리그 오브 레전드나서스: 슈리마의 수호자이자 초월체. 제라스와 태양의 사원에서 격돌하며 치명상을 입었으나 초월체의 재생력으로 회복함. 탈리야가 시민들을 구한 것을 확인하고 레넥톤을 찾아 제라스에 맞설 결의를 다짐함 [1]
  • 리그 오브 레전드제라스: 초월체이자 마법사. 나서스를 압도적인 힘으로 제압하고 태양의 사원을 붕괴시켜 나서스를 매장함. 아지르의 후손을 찾아 혈통을 끊겠다고 선언하며 레넥톤을 '사막의 도살자'라 부르며 이용하려 함 [1]
  • 리그 오브 레전드탈리야: '석공'이자 마법사. 제라스의 공격으로부터 베커라 시민들을 모래 파도로 보호해 생존시킴. 나서스가 그녀의 공적을 인정함 [1]
  • 리그 오브 레전드레넥톤: 나서스의 형제이자 초월체. 제라스에 의해 '피에 굶주린 야수'로 왜곡되었으나, 나서스는 그의 숭고한 전사로서의 본모습을 기억하며 구출할 방법을 모색함 [1]
  • 리그 오브 레전드아지르: 슈리마의 황제. 제라스에 의해 '멍청했고 너무 늦게 초월했다'고 평가받음. 제라스는 죽기 직전 아지르가 자신을 해방시켰다고 주장함 [1]
  • 아지르의 마지막 후손: 제라스가 찾아 제거하려는 대상. 나서스에 의해 '볼 수 없는 곳'으로 피신해 있음 [1]
  • 베커라 시민들: 제라스와 나서스의 전투로 도시가 붕괴되자 도망쳤으며, 탈리야의 모래 파도 덕분에 생존함 [1]

배경·설정편집이의 제기

슈리마와 벨준

탈리야는 슈리마의 용광로 같은 열기와 생기가 넘치는 분위기가 그리웠음을 벨준의 암석 부두에 발을 딛는 순간 깨달았다. 아이오니아와 프렐요드를 여행했지만 모국의 땅에서만 깊은 유대감을 느꼈다. 부둣가 계단을 오르며 미소가 떠나지 않았으나, 항구에 정박한 녹서스 전함 때문에 초조해져 나쁜 기억이 떠올라 오래 머무르지 않았다. 저잣거리 소문을 확인하고 식량만 구입한 뒤 곧바로 떠났다. 소문은 사막의 전사 목격담이나 마른 하늘에 날벼락, 메마른 땅에 물줄기가 생겼다는 허무맹랑한 내용이 대부분이었다. [1]

케네세트와 사이 사막

벨준을 떠날 때 탈리야는 남쪽 케네세트로 향하는 네리마제스 비단 상단과 동행했다. 무장을 갖춘 상단의 마차를 타고 사이 사막 북쪽 경계에 있는 악명 높은 도시 케네세트 장터에 도착했다. 상단 우두머리 샤마라는 더 남쪽으로 가면 위험하다고 만류했으나, 탈리야가 가족을 구해야 한다고 답하자 붙잡지 않았다. [1]

생명의 어머니 강과 베커라의 부활

케네세트를 빠져나온 탈리야는 고대 슈리마 제국의 수도에 수원이 있다는 거대하고 구불구불한 강줄기, 사람들이 다시 ‘생명의 어머니’라고 부르는 강을 따라 남쪽으로 향했다. 보는 눈이 없는 틈을 타 바위를 말처럼 타고 물결 모양으로 움직이며, 사이 사막 모래 속에 반쯤 묻혀 있다고 알려진 베커라로 곧장 내려갔다. 샤마라는 베커라를 버려진 폐허 위의 작은 부족 동네라고 했으나, 멀리서도 도시가 다시 태어났음을 한눈에 알 수 있었다. [1]

베커라 장터는 색채와 소리로 가득 찼고, 천막 아치 아래에서 격한 흥정 소리와 향신료, 고기 구이 냄새가 풍겼다. 탈리야는 호객 행위와 구걸을 무시하고 인파를 헤치며 걸었다. 허름한 성벽으로 향하는 넓은 길에 수백 명의 인파가 모여 있었고, 문가에는 노인들이 담뱃대를 피우고 있었다. 바베 족, 자가야 족, 예셰제 족 표식과 모르는 표식 수십 가지가 보였으며, 철천지원수였던 부족들이 형제처럼 나란히 걷는 모습에 탈리야는 많이 변했음을 중얼거렸다. [1]

탈리야는 동쪽 변방 건물 폐허에 머물 곳을 마련해 두었으나, 부상당한 여인을 돌보겠다는 약속 때문에 발길이 묶였다. 대지모신은 약속을 어기는 사람을 싫어한다고 어머니가 말씀하셨기 때문이다. 가방에는 말린 고기, 귀리, 빵, 치즈, 물 두 주머니가 들어 있었고 혼자 먹기엔 충분했으나 나눌 몫이었다. 옷 안감에 꿰맨 금화는 거의 바닥났지만 갈 길이 멀지 않았고, 한 걸음씩 부모님의 품에 가까워지고 있음을 느꼈다. [1]

나서스의 등장과 정체

탈리야는 행복한 상상에 잠겨 앞을 보지 못하고 집채만 한 남자와 정면으로 부딪쳐 바닥에 나뒹굴었다. 바위벽 같은 남자에게 시장 사람들은 바위 옆의 냇물처럼 빙 둘러 갔다. 남자는 머리부터 발끝까지 누더기를 걸쳤고, 넝마로 감싼 손잡이의 긴 지팡이를 짚었으며, 두 다리가 기이한 각도로 비뚤어져 있었다. 탈리야가 사과하자 남자는 대답 없이 붕대 감긴 손을 내밀어 힘들이지 않고 일으켜 세웠다. 소매 사이로 금이 반짝이는 것을 탈리야가 얼핏 보았다. 남자는 강한 억양으로 슈리마가 이제 위험한 곳이라며 조심하라고 말했다. [1]

남자는 베커라의 금간 성벽으로 향했다. 큰 석재는 키만큼 쌓여 있고 그 위는 햇볕에 구운 벽돌로 칠해져 있었으며, 그의 눈에는 볼품없는 모조품으로 보였다. 성문을 통과하던 중 모랫물을 녹색 유리병에 담는 놋쇠 기계 앞 상인이 남자의 거대한 형상을 보고 말을 잇지 못하고 굳었다. 남자는 점성술사의 탑에 피로 쓰인 글씨를 보고 이곳에 왔으며, 제라스도 이쪽으로 이끌릴 것이라 생각했다. 고대 슈리마 제국의 후예가 베커라에 있음을 느꼈고, 적이 움직이기 전에 찾아야 했다. 슈리마 혈족은 드물고 강력하며, 아지르를 깨운 것도 그들이다. 후예가 잘못된 손에 들어가면 부활한 슈리마가 다시 무너질 수 있었다. [1]

남자는 상인에게 이 성문은 이케시아 망명 장인들이 회반죽 한 방울 없이 돌을 정확히 깎아 쌓았다고 말했다. 상인이 고대 설화라 하자, 남자는 자신이 처음 왔을 때 60미터 성벽이 새 대리석으로 금빛 결이 살아 있게 쌓여 있었고, 자신과 동생이 빛나는 창과 금 갑옷의 일만 군대 선봉에서 환호를 받으며 이 성문으로 승리의 행진을 했다고 회상했다. 1년 후 모든 것이 사라졌으며, 종말인지 새로운 시작인지 알 수 없다고 했다. 상인이 얼굴을 창백하게 하며 남자를 알아보고 ‘사막의 방랑자’ 나서스라 부르자, 남자는 자신이 나서스임을 인정하며 나보다 더 많이 방황하는 존재가 있다고 말했다. [1]

베커라의 재건과 태양의 사원

나서스는 인파를 따라 도심 사원으로 향했다. 체구만으로도 시선을 끌었지만 식수 상인 때문에 정체가 드러날 것이었다. 성벽과 성문처럼 시내도 과거 영광을 담아내지 못했다. 베커라는 아지르 황제 어머니의 고향으로, 젊은 황제가 후한 대접을 베풀어 전국에서 들여온 꽃과 계단식 정원, 은과 옥이 박힌 탑, 거대한 신전에서 솟는 물줄기가 수로를 따라 흘렀었다. 수천 년 후 장엄한 구조물은 폐허가 되어 앙상한 돌무더기만 남았고, 수구파 노력으로 지난 몇 세기에 걸쳐 조금씩 재건되었다. 나서스는 대가들이 설계한 건물이 옛 영광을 흉내 낸 우스꽝스러운 모방작이 되었음을 보았다. 네모진 대리석 벽은 삐뚤삐뚤한 돌덩이와 목재로 다시 쌓여 있었고, 기본 윤곽은 같으나 악몽 속을 걷는 듯 모든 것이 기괴하게 변질되어 있었다. [1]

도시 심장부 광장에 들어선 나서스는 재건된 중심부에 세워진 것을 보고 발톱 달린 손을 떨며 주먹 쥐었다. 그것은 사암과 노암으로 만든 태양의 사원으로, 슈리마 제국 중심의 거대 건축물을 어린아이가 흉내 낸 듯 보였다. 과거 태양의 사원은 발로란 대륙의 시기를 받은 걸작으로 먼 나라 건축가들이 수천 킬로미터를 와서 보기도 했다. 사원의 검은 벽은 현무암처럼 윤이 났으나 대충 깎은 돌덩이에 석판이 삐뚤게 고정되어 있었고, 태양 원판은 금이 아닌 청동과 구리로 만들어졌으며, 대칭 맞지 않는 두 기둥 사이 밧줄로 매달아 겨우 띄워 놓은 상태였다. [1]

깃털 예복을 입은 주교가 원판 앞에서 두 팔을 들고 기도했다. 나서스는 광장을 가로질러 가며 네 모퉁이의 울퉁불퉁한 계단을 보았다. 짐승 머리 투구와 청동 갑옷의 경비병 둘이 보초를 서다 나서스를 보고 몸을 돌렸다. 투구는 주둥이 긴 짐승 둘로, 하나는 악어 입을 어설프게 흉내 냈고 다른 하나는 으르렁거리는 자칼 머리였다. 창을 겨누던 경비병들은 나서스가 누더기를 벗고 몸을 곧추세우자 놀랐다. 나서스는 초월한 영웅들이 필멸자 사이를 걷던 과거에서 온 초월체로, 병든 몸이 태양 원판 마법으로 공중에 떠올라 자칼 머리와 짙은 피부의 반인반수 형상으로 다시 태어났다. 가슴과 어깨는 단단한 금판으로 감싸져 있고 슈리마 인장이 새겨진 봉헌띠를 둘렀으며, 금의 광택은 사라졌으나 띠는 그대로였다. 지팡이 천을 찢자 거대한 전투용 도끼가 드러났고, 중앙의 푸른 보석이 햇빛을 끌어모아 도끼날이 번쩍거렸다. [1]

나서스가 비키라 말하자 경비병들은 겁먹었으나 자리를 지켰다. 나서스가 거대한 포물선을 그리며 도끼를 휘두르자, 올라갈 때 첫 번째 경비병이 30미터 밖으로 날아가고 내려올 때 두 번째가 흙먼지 속에 처박혔다. 나서스는 발톱 발로 계단을 오르며 성벽 밖을 둘러보았다. 지평선까지 척박한 모래 사막이 삼면을 에워쌌고, 동쪽은 완만하게 솟아 울퉁불퉁한 낮은 언덕을 이루었으며, 언덕 위에는 사막 야자수와 바나바 나무 여러 그루가 땅 속 수백 미터 아래까지 뿌리를 내리고 있었다. 나서스는 생명의 어머니 강이 준 양분으로 활기찼던 옛 시절을 떠올렸고, 아지르가 생명을 다시 불어넣을지 불확실하므로 슈리마 후예를 반드시 찾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1]

나서스의 과거와 초월 의식

다른 경비병들이 고함을 치며 사원 꼭대기로 올라왔다. 그들의 언어는 고대 슈리마어에서 파생되었으나 사라진 슈리마어만큼 아름답거나 정교하지 않았다. 나서스는 마지막으로 태양의 사원에 올랐을 때 고통과 두려움을 기억했다. 초월 의식을 치러야 했으나 병약한 몸을 가누지 못해 동생 레넥톤 품에 안겨 올라왔다. 정상에 다다랐을 때 태양은 거의 최정점에 있었고, 몸에서 부서진 모래시계 모래처럼 생명이 빠져나가고 있었다. 나서스가 혼자 두라 애원했으나 레넥톤은 고개를 저으며 ‘끝까지 함께 할 거야’라고 속삭였다. 그 말은 칼날보다 깊은 생채기를 남겼다. [1]

필멸자 시절 레넥톤은 종잡을 수 없는 아이로 폭력적이고 잔인할 때도, 숭고하고 용감할 때도 많았다. 초월 의식으로 힘을 얻은 레넥톤은 더욱 강해졌고, 슈리마를 구하려 자신을 희생해 황제의 능으로 배신자 제라스를 끌고 들어갔다. 그러나 두 형제가 한 어떤 일도 슈리마를 구하지 못했다. 아지르는 죽마고우에게 목숨을 잃었고, 잘못된 초월 의식의 폭발적 마법이 도시를 초토화시켜 사막 모래 속에 묻었다. 나서스는 레넥톤과 제라스를 뒤로 하고 능 입구를 봉인한 순간을 매일 되새기며, 선택의 여지가 없었음에도 죄책감을 떨칠 수 없었다. [1]

이제 제라스와 레넥톤은 자유의 몸이 되었고, 아지르는 죽음을 정복하고 초월체로 다시 태어나 슈리마를 부활시켰다. 수천 년 잠든 고대 도시가 모래 무덤에서 깨어났다. 그러나 소문이 사실이라면 나서스가 사랑한 레넥톤은 없고, 복수의 이름으로 무자비한 학살을 자행하는 미친 살인마만 남았다. 나서스는 ‘내가 그렇게 만들었지’라고 중얼거렸다. 사원 정상에 오르며 변한 동생 생각을 떨치려 안간힘을 썼고, 동생은 불타는 모래 위에서 나서스 이름을 울부짖는 괴물이 되었으며, 언젠가 그 괴물을 대적해야 함을 알았다. [1]

아즈라히르 텔라무와의 대면

나서스는 팔과 허리춤의 봉헌띠를 펄럭이며 사원 정상에 올라 도끼를 자루 아래로 세워 돌바닥에 짚고 주변을 둘러보았다. 거칠고 투박한 태양 원판에 햇빛이 반사되어 흩어졌고, 밧줄은 볼썽사납게 가까웠으며, 베커라 솜씨는 어설펐다. 천장에 장식은 없었고, 연단에는 초월 의식을 치른 영웅들 모습이나 천체도, 방위도도 새겨져 있지 않았다. [1]

청동 갑옷과 흙먼지 묻은 망토의 근위병 열 명이 나서스와 주교 사이에 섰다. 검은 부리 투구를 쓴 주교 아즈라히르 텔라무는 날개 같은 넓은 소매와 빛에 따라 색 변하는 긴 예복을 입은 키 크고 늘씬한 남자로, 투구 아래 얼굴은 귀족적이고 엄격하며 냉철해 마치 아지르 같았다. 주교가 나서스냐 묻자, 나서스는 너무 오래 떠나 있었나 보다고 답하며 자신이 나서스임을 밝히고 주교 정체를 물었다. 주교는 가슴을 부풀리며 자신이 매 황제의 후예이자 베커라의 첫 번째 목소리, 빛을 받은 자, 빛 속을 걷는 자, 신성한 불의 수호자, 새벽을 부르는 자라 소개했다. 나서스가 아지르 황제 후예냐 묻자, 주교는 후예가 아니라 진짜 후예라 쏘아붙이며 용건을 물었다. [1]

나서스는 도끼를 지면과 평행하게 들어올리며 피를 보여달라 했다. 석조물을 도끼로 내리치자 사원 천장에서 모래 먼지가 피어올라 반짝이는 장막처럼 주교와 근위병 주위를 돌았다. 모래 먼지는 눈 깜짝할 사이에 매서운 태풍이 되었고, 근위병들은 얼굴을 가렸으며 주교는 시야를 잃고 콜록거리며 쭈그려 앉았다. 모래 폭풍은 에카설 떼 털을 몇 분 만에 뽑아 버리는 사막 바람처럼 거세게 휘몰아쳤고, 갑옷 틈새로 모래가 들어와 살갗을 휘갈겼으며, 태양 원판이 앞뒤로 흔들려 쇠고리와 밧줄이 팽팽해졌다. [1]

나서스는 모래 폭풍 분노를 온몸에 흡수해 사지에 힘이 돌고 몸집이 커져 고대 전설 속 초월체처럼 위압적인 형상이 되었다. 나서스는 기습적으로 근위병들에게 돌진해 도끼 자루나 날 납작한 면으로 가격해 한 명씩 제압했다. 슈리마의 아들인 그들을 죽이고 싶지 않았으나 훼방꾼을 놔둘 수 없었다. 쓰러진 근위병들을 지나 주교 앞에 선 나서스는 강아지를 드는 사냥개처럼 주교 목덜미를 잡아 얼굴 높이로 들어 올렸다. 주교는 모래 폭풍에 살갗이 그을리고 눈물을 흘렸다. 나서스는 주교 얼굴을 태양 원판에 갖다 대었고, 금세 원판 위로 혈흔이 번졌으나 이미 갈색으로 굳어 있었다. 나서스는 주교 피가 황제 혈통이 아니라며, 찾는 사람이 아니라고 애석해했다. [1]

침공군의 출현

그 순간 멀리 지평선에서 푸른 섬광이 비쳐 와 원판 표면에 반사되었다. 나서스는 눈을 가늘게 뜨고 빛을 노려보았다. 고개를 돌려 지평선을 보니 행진하는 군인들 발에 채인 모래가 먼지구름을 만들었고, 햇빛 받은 창과 갑옷이 번쩍였으며, 전투용 북과 피리 소리가 들렸다. 밧줄로 멍에를 씌운 전투용 짐승들이 나타났고, 가시 돋친 작대기로 짐승들을 몰았다. 단단하게 석회화된 가죽과 길게 구부러진 날카로운 이빨로 무장한 짐승들은 베커라의 허술한 성벽을 단숨에 무너뜨릴 수 있는 살아있는 불도저였다. [1]

짐승들 뒤에는 다양한 부족 표식을 새긴 군사들이 진격했다. 발놀림 가벼운 정찰병부터 말을 탄 사수, 비늘 방패와 육중한 도끼를 든 전투원까지 최소 오백 명은 되어 보였다. 평소라면 서로 보자마자 달려들 부족들이었기에, 나서스는 이들이 다른 누군가의 지배를 받고 있다고 직감했다. 강력한 마법 존재가 느껴지고 비릿한 금속 맛이 입 안을 메웠으며, 모든 감각이 예민해졌다. 사원 아래 수백 명 목소리가 들리고, 청동 원판 결점이 보이고, 발톱 사이로 모래알 촉감이 느껴졌으며, 비릿한 냄새가 코를 찔렀다. 잃어버린 옛 시절 희미한 흔적과 먼 메아리가 그 냄새에 실려 왔고, 도시 폐허와 동쪽 언덕이 만나는 지점에서 피 내음이 그를 부르고 있었다. [1]

베커라의 폐가와 탈리야의 간호

베커라 동쪽 변방에 지붕이 거의 무너지고 발목 높이까지 모래가 찬 폐가가 있었다. 사면이 벽으로 둘러싸이고 나뭇잎이 우거져 뜨거운 햇볕을 막아주는 곳이었다. 탈리야는 언제든 떠날 수 있게 가방을 한구석에 세워 두었는데, 겉면에는 물 주머니와 염소 우유 주머니가 매달려 있었고 안에는 2주 분량의 말린 고기, 옷가지, 발로란 전역을 다니며 모은 돌멩이와 자갈 주머니가 들어 있었다.[1]

탈리야는 그늘 아래 누운 여인의 옆구리 붕대를 살피다 마른 핏자국을 보고 놀랐다. 검에 베인 상처 같았으나 확신할 수는 없었다. 갑옷을 벗기고 씻기는 동안 옆구리의 치명상 외에도 수많은 흉터를 발견했는데, 하나만 빼고 모두 전사로서 정면으로 싸워 얻은 상처였다. 이 여인과 정면으로 싸우지 않은 적은 단 한 명뿐임이 분명했다. 붕대를 갈자 여인이 신음했고, 사막 한복판에서 혼자 얼마나 아팠을지는 대지모신만이 알 일이었다.[1]

탈리야는 여인에게 "싸움 잘하시죠? 잘하시는 거 알아요. 그러니까 이깟 상처 얼른 이기고 일어나세요"라고 말을 걸었다. 여인이 듣는지는 알 수 없었지만 이야기를 하면 영혼이 몸으로 돌아오는 데 도움이 될 것 같았다. 아이오니아에서 야스오를 떠난 뒤 탈리야는 한곳에 필요 이상으로 머무르지 않으며 혼자 다녔는데, 베커라에서는 식량만 사서 갈 생각이었으나 의식을 찾지 못한 여인을 두고 갈 수 없었다. 가족을 찾고 싶었으나 대지모신은 모든 인간이 삶의 씨실과 날실로 엮여 있다고 가르쳤고, 실 한 올이 헤어지면 언젠가 모든 실이 헤어진다 하여 곁에 남아 약속을 지키기로 했다.[1]

탈리야가 여인의 짙은 머리칼을 이마에서 쓸어 넘기며 부상 연유를 상상하다가 생김새를 살폈다. 피부는 토종 슈리마인처럼 햇빛에 그을려 어두웠고, 가끔 눈꺼풀이 떨릴 때 보이는 눈동자는 선명한 푸른색이었다. 탈리야가 "이제…깨어나실 때까지 제가 별다르게 해드릴 일이 없는 것 같네요"라고 한숨을 내쉬던 그때 서쪽에서 굉음이 우르릉 울렸다. 바위가 바위에 갈리는 소리로, 지진보다는 산사태나 베커라 시내 건물 붕괴에 가까워 보였다. 탈리야는 다친 사람이 없기를 바랐다.[1]

시비르의 각성과 정체

"무슨…일이지? 여기가 어디야?" 여인이 일어나 주변을 더듬으며 물었다. 탈리야가 "여긴 베커라에요. 밖에서 피를 흘리며 쓰러져 계신 걸 제가 발견했어요"라고 답하자 여인은 "내 검은 어딨지?"라고 물었다. 탈리야가 뒤쪽 벽을 가리켰다. 단단한 가죽 칼집에 싸인 기이한 무기가 귀여운 새 무늬 담요 아래 숨겨져 있었다. 탈리야가 "칼날이 어찌나 날카롭던지 잘못 밟았다가는 발이 잘려 나갈 것 같아서 치워 뒀어요"라고 하자 여인이 의심하는 투로 "넌 누구지? 너 나를 아니? 너네 부족이 나를 죽이려고 하는 거야?"라고 물었다.[1]

탈리야가 미간을 찌푸리며 "그럴 것 같진 않은데요. 저희 부족은 유목민이에요. 천을 짜기도 하고, 이곳저곳을 돌아다니죠. 그런데 사람을 죽이진 않아요"라고 답하자 여인이 "그럼 다행이네. 나를 노리는 부족이 더 많은데"라고 말하고 천천히 숨을 내뱉었다. 허리를 세우다 실밥이 당겨 얼굴을 찡그리는 여인에게 탈리야가 "당신을 왜 죽이려고 하죠?"라고 묻자, 여인이 똑바로 앉으려 애쓰며 "내가 많은 사람을 죽였으니까. 의뢰를 받아 죽인 적도 있고, 방해가 돼서 죽인 적도 있고. 하지만 요즘은 내가 돌아가지 않겠다고 해서 죽이려는 사람이 더 많아"라고 답했다.[1]

"돌아가지 않다뇨? 어디로요?"라는 물음에 여인이 형형한 푸른 눈으로 탈리야를 보며 "도시. 사막 밑에서 올라온 도시"라고 답했다. 탈리야가 "그게 사실이에요? 고대 슈리마가 진짜로 부활했단 말이에요? 직접 보셨어요?"라고 묻자 여인이 "두 눈으로 똑똑히 봤어. 많은 사람들이 그곳으로 가고 있어. 대부분 동쪽과 남쪽 부족들인데 다른 부족들도 곧 가게 될 거야. 어리석은 짓이지"라고 말했다. "사람들이 지금 가고 있다고요?" "그래. 점점 더 많이." "그런데 왜 돌아가지 않으려 하시는 거에요?" "질문이 너무 많아 피곤하네." 탈리야가 어깨를 으쓱하며 "질문은 서로를 알기 위한 첫 번째 단계잖아요"라고 하자 여인이 미소 지으며 "맞는 말이네. 그래도 사람을 가려가며 물어봐. 말이 아닌 검으로 답하는 사람도 있거든"이라고 했다. "당신도 그런가요?" "그럴 때도 있지. 하지만 넌 생명의 은인이니까 그냥 넘어가도록 할게." "그럼 하나만 더 얘기해 주세요." "뭘?" "당신 이름이요." "시비르." 여인이 고통을 참으며 답했다.[1]

탈리야는 아는 이름이었다. 슈리마에서 시비르의 이름을 모르는 사람은 거의 없었고, 십자 모양의 검을 보고 정체를 이미 짐작하고 있었다. 그때 낙석 소리 위로 새로운 소리가 들려왔다. 고향에서는 처음 듣지만 아이오니아 해변, 녹서스 땅굴, 프렐요드 얼어붙은 황무지에서 수도 없이 들어본 소리였다. 탈리야가 베커라를 빠져나가는 데 걸릴 시간을 계산하며 가방을 흘깃 보자 시비르도 소리를 듣고 다리를 돌려 일어서려 안간힘을 썼다. 힘이 들어 앓는 소리가 나고 이마에 땀이 맺혔다. "움직이시면 안돼요." "저 소리 들려?" "그럼요. 꼭 비명소리 같아요." 시비르가 고개를 끄덕이며 "맞아. 비명소리야."라고 했다.[1]

제라스의 공격과 나서스의 강림

하늘에서 불덩이가 비처럼 내렸다. 쭉 뻗은 제라스의 두 팔에서 발사된 청백색 불꽃 혜성이 포탄처럼 공중을 갈랐다. 첫 불덩이가 시장에 떨어져 운석처럼 폭발했고 뜨거운 화염이 치솟았다. 불붙은 파편이 공중으로 날아갔고 제라스의 악랄한 웃음소리가 뜨거운 바람에 실려왔다. 다른 이의 고통을 즐기는 광기는 늙지도 않고 그대로였다. 시내에서 비명소리가 들려왔고, 베커라 사람들에게 느꼈던 나서스의 분노는 오아시스 위 아침 안개처럼 사라졌다. 채찍질에 화가 난 전투용 짐승들이 뒤로 물러났다가 땅을 흔드는 위력으로 달려나가길 반복하며 성벽을 부쉈다. 경무장한 군사들이 무너진 성벽 잔해를 넘어 시내로 진입해 열 가지도 넘는 구호를 외치며 학살을 시작했다.[1]

나서스는 도끼를 휘둘러 매고 사원 계단을 한 번에 네 단씩 밟아 내려왔다. 공포에 질린 수백 명이 서쪽에서 중앙 광장으로 몰려오고 있었고, 뒤로는 고함과 무기 충돌 소리가 들렸다. 시민들은 광장 주변 건물에 들어가 문과 창문을 걸어 잠그고 숨었다. 나서스는 함락된 도시의 피비린내 나는 거리를 수도 없이 걸어 보았기에 전투 후 군사들이 얼마나 잔인해질 수 있는지 잘 알았다. 제라스는 베커라 시민들을 남녀노소 가릴 것 없이 모두 처단할 것이 분명했다.[1]

불덩이가 벼락처럼 계속 내리쳤고 비명소리와 타는 냄새가 공기를 채웠다. 마법 공격으로 암석이 녹아 갈라지며 굴러 떨어졌고 시장은 불타고 있었으며 새까만 연기 기둥이 하늘로 치솟았다. 나서스는 강력한 힘을 지닌 피의 냄새를 맡고 공포에 질린 사람들 틈을 지나 곧장 동쪽으로 향했다. 주교는 수천 년 동안 희석된 약한 피를 가진 가짜였지만 지금 감지한 피는 강력했다. 필멸자의 심장 소리가 나서스 귓속에서 뇌성처럼 울렸다. 황제와 전사여왕의 혈통을 이은 사람, 원대한 야심과 힘을 지닌 자들의 후손, 영웅의 피였다.[1]

사람들이 이름을 외치며 도움을 청했으나 애써 외면했다. 더 중요한 일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는 슈리마 사람들을 위해 싸우고 적으로부터 슈리마를 보호하며 평생을 헌신하기 위해 태양의 힘으로 다시 태어났다. 지금 그 목적을 수행 중이었으나 시민들을 파멸에 남겨두고 가자니 익숙한 죄책감이 고개를 들었다. '얼마나 더 이렇게 방관해야 하는가?' 생각을 지우고 모래가 쌓인 울퉁불퉁한 길을 따라 걸었다. 주변 건물은 대부분 부서진 골조와 잘린 사각 기둥 형태로 모래에 묻혀 있었고 사막 쥐들이 줄행랑을 쳤다. 심장소리에 가까워질수록 주변이 황량해지고 도시 폐허는 모래 속에 점점 더 잠겨 갔다.[1]

폐가에서의 대면

마침내 허름한 구조물에 도착했다. 주변보다 벽이 두껍고 튼튼해 과거 목욕탕으로 쓰였을 듯했다. 안으로 들어서자 두 영혼의 땀과 피 냄새에 나서스가 고개를 움츠렸다. 한 명은 어린 영혼, 다른 한 명은 너무 오래된 영혼이라 그와 같은 태양 아래를 걸었던 친구를 만난 기분이었다. 동쪽 바다 건너 지역에서나 입을 법한 하늘하늘한 긴 옷을 걸친 어린 소녀가 문가에 나타났다. 시장에서 만난 그 소녀였다. 소녀는 두려워하면서도 자연의 마법을 일으키려는 듯 곡선과 원을 그리며 결연하게 두 손을 움직였다. 땅이 진동했고 발치에서 돌들이 모래를 털어내며 움직이기 시작했다. 소녀 뒤로는 칠 벗겨진 벽을 붙잡고 일어서려 애쓰는 여인이 보였다. 옷은 붉게 젖어 있었고 중상이지만 목숨까지 앗아갈 정도는 아니었다.[1]

"난 사막의 관리자 나서스다." 나서스가 말했다. 눈빛으로 보아 소녀는 이미 정체를 짐작한 듯했다. 소녀는 놀라 입이 벌어졌지만 피하지 않았다. "비켜다오." "안돼요. 저 분은 건드리면 안돼요. 지켜드린다고 약속했단 말이에요." 나서스가 도끼를 돌려 등 뒤에 걸치고 한 걸음 나아가자 집 안으로 물러서는 소녀의 발 밑에서 지면이 복잡한 모양으로 굽이쳤다. 땅속에서 암반이 솟아오르자 벽에서 석고칠이 벗겨져 가루처럼 떨어지고 돌바닥에 금이 가더니 지붕까지 타고 올라갔다. 필멸자 시절 나서스는 소녀와 비슷한 능력을 가진 사람을 대적했다가 거의 목숨을 잃을 뻔한 적이 있었다. 부상당한 여인은 충격받은 표정으로 소녀를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소녀의 능력을 전혀 몰랐던 모양이었다.[1]

"슈리마의 바위를 깨뜨리는 힘을 지녔구나." "그러니까 물러서세요. 안 그러면 아저씨까지 깨뜨리는 수가 있어요." 소녀의 대담함에 나서스가 미소 지으며 "영웅의 심장을 가진 아이로구나. 비록 내가 찾고 있는 사람은 따로 있지만…네 마법은 훌륭해. 내가 너라면 제라스에게 마력을 빼앗기기 전에 이 도시를 떠날 게야." 소녀 얼굴이 하얗게 질리며 "전 아무데도 안 갈 거에요. 시비르님을 지켜 주기로 약속했거든요. 그리고 대지모신은 약속을 어기는 걸 싫어해요." "그럼 보호자로서 알아 두렴. 나는 시비르를 해치러 온 게 아니란다." "그럼 왜 오신 거에요?" "구해 주러 왔단다."[1]

붕대를 감은 여인이 절뚝거리며 다가와 소녀 옆에 섰다. 극심한 고통 속에서도 의연한 태도가 인상 깊었다. 고대 슈리마의 혈통을 바로 이은 사람이라면 지당히 그래야 했다. "제라스가 누굽니까?" 여인이 물었다. "당신의 존재를 이미 너무 잘 알고 있는 어둠의 마법사요." 여인이 고개를 끄덕이고 탈리야에게로 몸을 돌려 굳은살 박힌 손을 소녀 어깨에 올리며 "구해줘서 고맙지만 신세는 그만 지도록 할게. 약속은 지킨 걸로 해 둬. 이젠 내가 알아서 할 테니까." 소녀는 안도하면서도 주저했다. "신경 써 주셔서 감사해요. 그치만 제대로 걷지도 못하시잖아요." "그래, 좋아." 시비르가 고마운 얼굴로 응하고 나서스에게로 몸을 돌려 중앙에 에메랄드가 박힌 십자 모양의 반짝이는 금빛 검을 등 뒤에서 꺼내 필멸자답지 않은 능숙한 솜씨로 겨누었다. "구해주겠다는 사람이 요즘 너무 많아 지긋지긋하네요. 다들 바라는 대가가 있던데, 거인 아저씨가 진짜로 원하는 건 뭐예요?" "당신을 살리는 거요." "내 목숨은 내가 알아서 챙길 수 있어요." "옆구리에 난 상처를 보면 그럴 것 같지 않은데. 당신은…" "이거요? 거절 당하기 싫어하는 겁쟁이들이랑 의견 차이가 좀 있었어요. 이것보다 더한 일도 있었지만 난 항상 살아남았어요. 그리고 보호 같은 건 필요 없어요. 요즘엔 뭘 하든 운명이 절 지켜주는 것 같거든요." 나서스가 고개를 저으며 "미래는 돌에 새겨진 글씨가 아니오. 오히려 언제든 방향을 바꿀 수 있는 강물에 가깝소. 천체에 운명이 쓰여 있는 사람도 조심하지 않으면 삶의 물줄기가 황무지로 흐를 수 있소."라고 했다.[1]

샬리카와 세타카의 유산

나서스가 시비르의 무기를 가리키며 "그 검이 원래 누구의 것이었는지 알고 있소?"라고 묻자 시비르가 "그걸 왜 알아야 하죠? 지금 내 것이면 그만이지."라고 반문했다. "그 검은 초월체라는 존재가 설화가 되기 전, 초월체 최고의 여전사 세타카가 썼던 샬리카 요. 나는 세타카의 곁에서 300년을 함께 싸우는 영광을 누렸고, 그녀의 업적은 가히 전설적이었소. 당신은 세타카의 이름도 모르는 것 같지만." "죽으면 잊혀지는 법이죠." 시비르가 어깨를 으쓱하며 말했다.[1]

오래 전 죽은 전쟁 동료에 대한 냉정한 반응을 무시하고 나서스가 말을 이었다. "한 번은 사막의 고행자가 세타카에게 말했소. 슈리마의 황제가 전세계를 지배하는 날을 살아 보게 될 거라고. 슈리마는 아직 세계를 정복하지 못했기에 세타카는 자신을 이길 자가 아무도 없을 것이라 생각했소. 하지만 이케시아가 멸망하기 전 날, 세타카는 괴물의 공격을 받고 다시 일어나지 못했소. 나는 숨이 꺼져 가는 그녀를 품에 붙들고 있다가 영면에 임했을 때 사막 아래 깊은 곳에 눕히고 가슴 위에 그 무기를 올려주었소." "검을 뺏으러 오신 건가요? 그럼 그리 호락호락하게 되진 않을 거에요." 나서스가 한 쪽 무릎을 꿇고 가슴 위에 양손을 엇갈려 올리며 "당신은 고대 슈리마 제국의 후예요. 그 무기는 황제의 피가 흐르는 당신이 지니고 있어야 하오. 당신의 피는 아지르와 슈리마를 되살렸고, 거기엔 무언가 의미가 있을 거요." "아뇨. 아무 의미 없어요. 난 아지르한테 살려 달라고 한 적 없어요. 신세 진 거 없다구요. 난 당신과도, 그리고 제라스인지 뭔지 하는 사람과도 연관되고 싶지 않아요." "당신의 뜻은 중요하지 않소. 당신이 운명을 받아들이든 받아들이지 않든 제라스는 당신을 죽이려 할 거요. 제라스는 아지르의 혈통을 완전히 끊어 버리기 위해 베커라에 왔소."[1]

아지르와 제라스, 그리고 의무

"아지르가 시비르님에게 원하는 건 뭘까요? 그리고 이제 어떻게 되는 거죠? 아지르가 우릴 노예로 부릴까요?" 탈리야가 물었다. "질문이 많은 아이에요." 시비르가 말했다. 나서스가 망설이다 입을 열었다. "아지르가 무엇을 계획하고 있는지는 나도 모른단다. 하지만 아지르와 제라스는 분명히 서로 대치하게 될 거야. 그렇게 되면 시비르 당신은 순순히 목을 내놓든지, 살아남아 또 싸우든지 해야 할 것이오." 시비르가 상의를 들추고 피에 젖은 붕대를 보이며 씁쓸한 미소 지었다. "내 평생 남의 뜻을 순순히 따른 적은 단 한 번도 없어요. 하지만 당분간 제가 싸울 수 있는 건 졸음 밖에 없을 것 같네요." "반드시 살아남아야 하오. 그리고 준비를 하시오." 나서스가 몸을 일으키며 말했다. "무슨 준비요?" 얼마 안 되는 짐을 탈리야와 함께 챙기며 시비르가 물었다. "슈리마를 차지하기 위한 전투가 있을 것이오. 그러니 지금은 일단 몸을 피해야 하오. 제라스의 군대가 베커라 시민들을 몰살하고 있소." "왜 베커라를 공격하는 거죠?" 가방을 어깨에 둘러매며 탈리야가 물었다. "시비르를 찾고 있는 거지." 나서스가 답했다.[1]

시비르가 굳어진 얼굴로 긴 한숨을 내쉰 후 입을 열었다. "나서스님이라고 했죠? 어릴 적부터 당신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어요. 전쟁과 영광스런 전투에 대한 이야기들이요. 동생과 함께 슈리마를 지켰다는 전설… 모두 사실이에요?" "사실이오. 레넥톤과 나는 슈리마를 위해 수 세기 동안 싸웠소." 시비르가 나서스를 향해 절뚝거리며 한 걸음 다가왔다. 표정은 수백 년 전통을 무시하고 자기 자신의 초월을 위해 태양 원판을 준비할 것을 사제단에게 명령하던 아지르처럼 단호하고 거만했다. "그럼 지금 슈리마를 위해 싸우세요. 사막의 아들과 딸들이 지금도 죽어가고 있어요. 내가 평생 동안 들어온 그 영웅이 맞다면 지금 밖으로 나가서 최대한 많은 사람을 구하세요. 그게 당신의 의무잖아요."[1]

예상하지 못했던 이야기였지만 '의무'라는 말을 듣고 나서스 가슴에서 오랫동안 꺼져 있던 심지에 작은 불씨가 붙었다. 불씨는 곧 온몸으로 퍼져 나갔고, 나서스는 슈리마의 멸망 이후 고독 속에서 오랫동안 잃고 있었던 길을 찾았다. "맞소. 그게 내 의무요." 나서스가 손을 올려 목에 건 가죽 끈에 달린 펜던트를 풀며 말했다. "내 목숨을 걸고 슈리마의 사람들을 지키겠다고 맹세하리다. 그러니 이제 어서 몸을 피하시오." 펜던트에는 옥이 박혀 있었다. 초록빛 바다색 표면 위로 옅은 금결이 혈관처럼 뻗어 있었고, 천천히 뛰는 심장처럼 희미한 빛이 고동치며 뿜어져 나왔다. 나서스가 시비르에게 펜던트를 건네며 "이걸 품고 있으면 제라스의 눈에 띄지 않을 거요. 효력이 영원하진 않겠지만 충분히 오래갈 거요." "얼마나 오래요?" "내가 당신을 다시 찾을 때까지." 나서스가 몸을 돌리며 답했다.[1]

제라스의 군대를 자신 쪽으로 유인하는 것이 시비르와 탈리야를 살릴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임을 안 나서스는 혹여 마음이 바뀔까 서둘러 길을 나섰다. 떠나는 모습을 두 사람이 지켜봐 주었지만 그는 뒤돌아보지 않았다. 도심은 화염에 휩싸여 있었고 나서스는 시민들의 비명소리를 따라갔다. 미쳐 날뛰는 군사들의 칼에 베인 주검을 보고 가슴에 울분이 끓어올랐다. 오래 전 대적 때도 셀 수 없이 많은 인명이 희생되었는데 또 죽어 나가다니. 나서스가 근육을 풀기 위해 어깨를 돌렸다. 지난 번 대적 때는 동생이 곁에 있었다. 그 생각이 드니 갑자기 두려움이 엄습했다. '둘이서도 이기지 못했는데, 혼자서 대체 어떻게 이긴단 말인가?'[1]

광장에서의 제라스와의 대결

나서스가 광장 출구를 봉쇄하고 있는 군사 다섯 명을 발견했다. 등을 돌리고 있던 그들이 나서스가 도끼를 꺼내는 소리에 뒤를 돌아보았다. 초월한 전사를 만나면 사색이 되어야 정상이지만 제라스의 마법에 지배된 군사들은 놀란 기색도 없이 푸른 불이 이글거리는 눈으로 그를 보았다. 그들이 칼과 창을 겨누며 달려들자 나서스가 정면으로 맞섰다. 도끼를 낮게 휘둘러 한 번에 세 명을 날려버렸고, 네 번째 병사는 주먹으로 가슴을 격파했으며, 다섯 번째 군사는 맨손으로 가볍게 처리했다.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만신창이가 된 병사들을 뒤로한 채 나서스가 걸음을 옮겼다.[1]

광장에 들어서니 살아남은 시민들이 태양의 사원 앞에 신자처럼 무릎을 꿇고 엎드려 있었다. 머리에 검이 겨눠진 그들은 공포에 떨고 있었고, 피 묻은 군사들이 이글거리는 끔찍한 신을 바라보며 하늘 높이 창을 던졌다. 배반자 제라스는 사원 위 공중에 떠올라 있었고, 그의 초월한 몸에서 나오는 용광로 같은 열기 아래 태양 원판의 변두리가 녹아 들어가고 있었다. 그의 앞에는 주교가 비명을 지르며 허공에서 몸부림치고 있었다. "필멸자들은 참 어리석어. 아지르 같이 형편없는 황제의 후예를 자칭하는 이유가 대체 뭐지?" 제라스가 말했다. "제라스!" 광장을 울리는 쩌렁쩌렁한 목소리로 나서스가 외쳤다.[1]

필멸자 군사들은 고개를 돌려 보면서도 공격할 태세는 취하지 않았다. 침묵이 흐르는 동안 나서스는 제라스의 증오가 파도처럼 몰아쳐오는 것을 느꼈다. 해골에 가까워진 주교의 몸이 일순간에 재가 되어 제라스 주위에서 소용돌이치는 뜨거운 바람에 흩어져 날아갔다. 나서스가 한 손에 도끼를 단단히 쥐고 뚜벅뚜벅 광장 안으로 들어갔다. 모든 시선이 그를 향하고 있었다. "너일 줄 알았어. 수천 년 동안 땅 밑에 나를 가둬 놓은 겁쟁이가 아니면 또 누구겠어?" 필멸자의 몸으로 걸어 다니던 때처럼 사탕발림하듯 제라스가 말했다. "그곳으로 다시 돌아가게 해 주지." 나서스가 말했다.[1]

제라스의 형상이 더욱 밝게 타올랐다. "그 땐 사랑하는 동생이 도와줬잖아. 어디, 감옥에서 나온 레넥톤은 만나봤나?" "그 이름, 함부로 입에 올리지 마." 나서스가 으르렁거렸다. "어떻게 변했는지 보기는 했나?" 나서스가 입을 다물자 제라스가 불의 영혼들이 서로 부딪는 듯한 소리로 웃어 젖혔다. "당연히 못 봤겠지. 봤으면 그 놈 손에 바로 죽었을 테니까." 부스러져 가는 사원 벽 아래로 제라스가 내려왔다. 그의 몸을 이루는 불꽃들이 사지를 훑는 듯이 일렁이며 반딧불이 같은 불씨를 흩날렸다. 그의 지배를 받는 군사들은 석상처럼 가만히 서 있었다. 필멸자는 끼지 못하는, 초월체 간의 대결이었다.[1]

"네 놈이 가진 힘은 원래 아지르를 위한 것이었어. 넌 태양의 선택을 받지 않았어." 제라스를 향해 천천히 걸어가며 나서스가 말했다. "그건 레넥톤도 마찬가지였잖아." "그 이름 말하지 말랬지." 나서스가 이빨을 꽉 깨물고 말했다. "네 동생은 약했는데, 이미 알고 있었지? 생각했던 것보다 쉽게 무너지더군. 네가 어둠 속에 버리고 갔다고, 적과 함께 가두고 죽도록 내버려 뒀다고, 그렇게 말해주기만 했는데 미치광이가 됐어." 제라스가 일부러 자극하고 있다는 걸 알면서도 나서스 머릿속엔 제라스의 몸을 감싸고 있는 사슬을 떼어내고 싶다는 생각뿐이었다. 대전사와 살아있는 마력 덩어리. 시대를 벗어난 두 초월체가 도시의 심장부에서 서로에게 맞섰다.[1]

잠자코 서 있던 나서스가 전광석화처럼 움직여 순식간에 거리를 좁히며 선제공격을 했다. 두 다리로 땅을 박차고 공중으로 뛰어올라 머리 위에서 아래로 포물선을 그리며 도끼를 내리쳤다. 도끼는 제라스의 가슴을 가격했고, 그 충격으로 쇠사슬이 폭발했다.[1]

기타편집이의 제기

베커라의 폐가와 탈리야의 간호

탈리야는 베커라 동쪽 변방의 쓰러져가는 폐가에서 의식을 잃은 여인을 간호하고 있었다. 지붕이 거의 떨어져 나가고 발목 높이까지 모래가 들어찬 곳이었지만 사면이 벽으로 둘러싸이고 나뭇잎이 우거져 뜨거운 햇볕을 막아주었다. 탈리야는 언제든 떠날 수 있도록 가방을 싸두었는데, 가방 옆면에는 물 주머니와 염소 우유 주머니가 매달려 있었고 안에는 2주 동안 먹을 말린 고기, 옷가지, 발로란 전역을 다니며 모은 돌멩이와 자갈 주머니가 들어 있었다.[1]

탈리야는 여인의 옆구리 붕대를 갈아주며 마른 핏자국을 발견했고, 검에 베인 듯한 치명상 외에도 전사로서 전면에서 싸워 얻은 수많은 흉터가 있음을 확인했다. 단 하나만 제외하고 모두 정면 전투의 상처였다. 탈리야가 붕대를 갈자 여인은 고통스러워하며 신음했다. 탈리야는 아이오니아에서 야스오를 떠난 후 한 곳에 오래 머무르지 않으며 혼자 다녔는데, 베커라에서는 식량만 사고 떠날 생각이었으나 여인을 두고 갈 수 없어 남아 있었다. 대지모신은 모든 인간이 삶의 씨실과 날실로 엮여 있다고 가르쳤고, 실 한 올이 헤어지면 언젠가 모든 실이 헤어진다고 믿었기 때문이다.[1]

시비르의 정체와 대화

여인이 의식을 되찾자 자신의 검을 찾았고, 탈리야는 담요 아래 숨겨둔 십자 모양의 검(샬리카)을 가리켰다. 여인은 자신을 시비르라고 밝혔다. 탈리야는 슈리마에서 시비르의 이름을 모르는 사람이 거의 없으며, 십자 모양의 검을 보고 정체를 짐작하고 있었다. 시비르는 많은 사람을 죽였기에 죽이려는 부족이 많으며, 최근에는 '도시', 즉 사막 밑에서 올라온 고대 슈리마로 돌아가지 않겠다고 해서 표적이 되었다고 말했다. 시비르는 두 눈으로 고대 슈리마의 부활을 똑똑히 봤으며, 많은 사람들이 동쪽과 남쪽 부족을 중심으로 그곳으로 가고 있다고 전했다.[1]

제라스의 베커라 공격

서쪽에서 굉음과 함께 하늘에서 제라스가 발사한 청백색 불꽃 혜성이 포탄처럼 떨어져 시장과 건물을 덮쳤다. 제라스의 웃음소리가 바람에 실려왔고, 채찍질에 흥분한 전투용 짐승들과 경무장한 군사들이 성벽을 무너뜨리고 시내로 진입해 학살을 시작했다. 나서스는 도끼를 매고 사원 계단을 내려와 동쪽으로 향했는데, 황제와 전사여왕의 혈통을 이은 강력한 피의 냄새(시비르)를 맡았기 때문이다. 시민들의 구조 요청을 외면하고 시비르에게 향하던 나서스는 익숙한 죄책감을 느꼈으나 생각을 지우고 폐허가 된 거리를 걸었다.[1]

나서스, 탈리야, 시비르의 만남

나서스는 목욕탕으로 쓰였던 허름한 구조물에서 탈리야와 시비르를 발견했다. 탈리야는 곡선과 원을 그리며 대지의 마법으로 돌을 움직여 나서스를 막으려 했고, 나서스는 소녀의 능력에 놀라며 필멸자 시절 비슷한 능력을 가진 자에게 거의 죽을 뻔했던 일을 떠올렸다. 나서스는 자신이 사막의 관리자 나서스임을 밝히고 시비르를 구하러 왔다고 말했다. 시비르는 나서스의 펜던트를 보고 제라스가 어둠의 마법사임을 알았고, 나서스는 시비르의 검이 초월체 최고의 여전사 세타카의 샬리카임을 설명했다. 나서스는 300년 동안 세타카와 함께 싸웠으며, 이케시아 멸망 전날 세타카가 괴물의 공격을 받고 죽자 사막 깊은 곳에 눕히고 가슴 위에 검을 올려주었다고 회상했다.[1]

운명과 의무에 대한 논쟁

시비르는 운명이 자신을 지켜준다며 보호가 필요 없다고 주장했으나, 나서스는 미래는 돌에 새겨진 글씨가 아니라 언제든 방향을 바꿀 수 있는 강물과 같다고 반박했다. 나서스는 시비르가 고대 슈리마 제국의 후예이니 황제의 피가 흐르는 그녀가 검을 지녀야 하며, 그녀의 피가 아지르와 슈리마를 되살린 데 의미가 있다고 주장했다. 시비르는 아지르에게 살려달라 한 적 없으며 신세 진 것 없다고 거부했다. 탈리야가 아지르의 계획을 묻자 나서스는 아지르와 제라스가 대치할 것이며, 시비르는 순순히 죽든지 살아남아 싸우든지 해야 한다고 답했다. 시비르는 평생 남의 뜻을 따른 적 없다며 싸울 의지를 보였다.[1]

나서스의 펜던트와 결단

나서스는 옥이 박힌 펜던트를 시비르에게 건네주며, 이것을 품고 있으면 제라스의 눈에 띄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효력은 영원하지 않지만 나서스가 시비르를 다시 찾을 때까지는 갈 것이라고 말했다. 시비르가 '의무'를 언급하며 슈리마의 아들딸들이 죽어가니 나가서 구하라고 황제처럼 명령하자, 나서스는 오랫동안 잃었던 길을 찾았다며 목숨 걸고 슈리마 사람들을 지키겠다고 맹세하고 광장으로 향했다. 나서스는 제라스의 군대를 자신에게 유인해 시비르와 탈리야가 도망칠 시간을 벌려 했다.[1]

광장에서의 제라스와의 대치

나서스는 광장 출구를 막던 군사 다섯 명을 도끼와 맨손으로 순식간에 제압했다. 광장에서는 시민들이 태양의 사원 앞에 무릎 꿇고 있었고, 제라스는 사원 위 공중에 떠올라 주교를 재로 만들어버렸다. 나서스가 제라스를 부르자 제라스는 수천 년 전 자신을 가둔 겁쟁이라 조롱하며 레넥톤을 언급했다. 나서스는 레넥톤의 이름을 함부로 부르지 말라며 분노했고, 제라스는 레넥톤이 이미 미치광이가 되었다고 자극했다. 두 초월체가 도시 심장부에서 맞섰고, 나서스는 전광석화처럼 뛰어올라 도끼로 제라스의 가슴을 가격해 쇠사슬을 폭발시켰다.[1]

전투의 결말과 나서스의 중상

제라스가 마법으로 나서스를 들어올려 허공에서 회전시킨 뒤 무너지는 사원 쪽으로 내던졌다. 나서스의 몸은 석조물을 부수며 지면에 추락했고, 태양이 빚은 뼈가 불쏘시개처럼 부러졌다. 두 다리와 왼쪽 팔 전체가 부러졌으며, 허리 골절로 인한 통증이 척추를 타고 올라와 일어설 수 없었다. 초월체의 회복력으로 시간이 지나면 나을 상처였으나 즉시 움직여야 하는 상황에서는 시간이 부족했다. [1]

제라스와의 대화와 심리전

제라스가 다가와 추락을 조롱하며 긴 세월의 방황으로 영혼이 꺾였다고 말하자, 나서스는 배반자가 되는 것보다 낫다며 맞받아쳤다. 제라스는 아지르가 죽기 직전에 자신을 해방시켰다고 주장했고, 나서스가 배반 이유를 묻자 아지르가 멍청했고 초월이 너무 늦었다고 답했다. 나서스가 죽은 뒤의 계획을 묻자 제라스는 공중으로 솟구치며 나서스의 회복을 알고 있다고 말했고, 직접 죽이지는 않겠다고 선언했다. [1]

제라스의 최후 공격과 매몰

제라스는 사막의 도살자인 레넥톤에게 몫을 남겨둬야 한다며 태양 원판보다 밝은 빛을 내뿜으며 불 사슬을 끌고 왔다. 암석 덩어리가 우박처럼 쏟아지고 지면이 갈라지며 솟구치는 가운데 사원 벽이 무너졌고, 나서스는 수백 톤의 잔해 아래에 묻혔다. [1]

기적적인 생존과 탈출

의식을 되찾았을 때 팔 다리가 완전히 아물어 있었고, 머리 위에는 유리처럼 매끄럽고 따뜻한 돔 형태의 암석이 있었다. 표면에는 물결 무늬가 새겨져 있었다. 나서스가 주먹으로 연타하자 열기에 유리화된 암석이 부서지며 햇빛이 들어왔고, 사원은 돌무더기로 변해 있었다. 자신을 보호한 돔 조각을 주워보니 여러 재질이 섞여 있었으며, 단검처럼 생긴 조각을 옷 속에 넣고 걸음을 옮겼다. [1]

탈리야의 활약과 시민들의 생존

제라스의 화염을 막아준 파도 아래에서 베커라 시민들이 무사히 걸어 나왔다. 처음에는 소수였으나 점차 수가 불어났고, 이들은 기적적인 생존에 놀랐다. 나서스는 고개를 끄덕이며 탈리야가 슈리마를 구했다고 말한 뒤 등을 돌렸다. [1]

나서스의 결심과 미래

베커라는 지난번 방문 때와 같은 황량한 폐허였으나, 이번엔 죄책감으로 등을 돌리지 않기로 했다. 제라스가 레넥톤을 야수로만 보았으나, 나서스는 형을 위해 목숨을 바치고 조국을 구하려 희생한 숭고한 전사의 모습을 기억하고 있었다. 그 기억을 되살려 광기에서 구해낼 수 있다고 믿었고, 아지르의 혈통이 남아 있는 한 희망이 있다고 판단했다. 레넥톤이 필요하다고 외치며 사막으로 향했고, 등 뒤의 모래가 베커라를 삼켰다.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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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1개
1League of Legends 유니버스 공식 단편 · 사막의 후예 ↗https://universe.leagueoflegends.com/ko_KR/story/rg-shurima-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