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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그 오브 레전드 / 스토리·세계관 / 진보의 날

개요

필트오버에서 매년 열리는 '진보의 날'은 태양 관문의 개통을 기념하는 축제이자, 견습 발명가들이 명문 가문의 후원을 받기 위해 자신의 작품을 선보이는 시험의 날이다. [1] 자운 출신의 견습생 타마라 라우타리는 동료 기스베르트, 콜레트와 함께 메다르다 가문의 시험에 응시하기 위해 축제로 들뜬 필트오버의 거리를 가로지른다. [1] 타마라는 마법공학 수정의 출력을 기하급수적으로 증폭하는 '마법 혼천의 증폭기'를 출품했으나, 의도적으로 설계를 변형시켜 장치를 폭주시키고 심사장의 안전 설비에 의해 격리되는 방식으로 일부러 탈락한다. [1]

시험장에서 퇴장당한 타마라는 필트오버의 보안관 케이틀린에게 체포된다. [1] 케이틀린은 타마라의 방에서 압수한 설계도와 필트오버의 상세 지도를 근거로 그녀를 녹서스의 첩보 조직 '워메이슨' 소속 스파이로 지목하고, 슈리마 선박에 태워 추방한다. [1] 타마라는 모든 기록이 불태워지는 것을 지켜보며 임무가 끝났음을 직감하고, 자신이 희생양이 되어 동료 콜레트가 메다르다 가문 내부에 남게 되었음을 확인한 뒤 안도하며 잠든다. [1]

등장인물

  • 타마라: 필트오버에서 견습생으로 지내는 젊은 여성 발명가. 고향을 떠나 필트오버 3층 하숙방에서 생활하며 진보의 날 시험을 준비한다. 근육질 몸매에 긴 흑발, 높은 광대뼈와 턱선을 가졌다. 소매치기와 길거리 괴한을 경계하며, 마법공학 장비의 진위 여부를 식별할 만큼 기술에 정통하다. 켈라 알라브록서스의 추행을 손목 꺾기와 협박으로 제압한다. 기스베르트, 콜레트와 동행해 메다르다 가문 시험장에 입장한다. [1]
  • 기스베르트: 타마라의 동료 견습생. 자운 출신으로 자운이 필트오버보다 먼저 진보를 이룩했다고 주장하며, 진보의 날을 자운 지역 침수라는 비극으로 바라본다. 타마라에게 호감을 품고 있으며, 약속 시각에 늦은 타마라를 나무라면서도 금세 화해를 청한다. 콜레트와 함께 메다르다 가문 시험장에 동행한다. [1]
  • 콜레트: 타마라의 동료 견습생. 세 명 중 가장 어리지만 꼼꼼하고 세심해 서류 준비를 도맡아 셋 모두 무사히 입장하게 한다. 타마라에게 더 꾸미면 예쁠 거라고 권하지만, 타마라는 위험을 이유로 거절한다. 기스베르트, 타마라와 함께 메다르다 가문 시험장에 동행한다. [1]
  • 노아미 킴바: 타마라에게 구애해온 여성. 진보의 날 인파 속에서 타마라를 발견하고 손을 흔들며 키스 시늉을 보낸다. 앞서 세 번 정도 저녁에 만나 어울렸으며, 타마라가 바빠 동침 제안을 거절해 왔다. [1]
  • 켈라 알라브록서스: 검은 머리에 잘생긴 부유한 남성. 진보의 날 다리 위에서 타마라에게 추파를 던지며 메다르다 가문 인맥을 미끼로 동행을 강요한다. 타마라의 손목 꺾기 반격에 제압당하고, 난간에서 떨어뜨릴 뻔한 협박을 받은 뒤 물러난다. 소매치기들이 그를 뒤따라간다. [1]
  • 야고 메다르다: 현재 메다르다 가문 수장. 가문 대저택 담장에 청동 반신상이 설치되어 있다. [1]
  • 리그 오브 레전드케이틀린: 필트오버 보안관 재킷과 맞춤 모자, 넥타이 차림으로 메다르다 가문 대문 앞 분수대에 앉아 견습생들을 감시하는 여성. 격자무늬 은 구체가 달린 장총을 지녔다. 타마라와 눈이 마주치자 사냥꾼의 눈빛으로 시선을 피한다. [1]

배경 설정

  • 필트오버: '황금의 강'이 흐르는 부유한 도시. 강력 범죄율이 낮으나 자물쇠는 필수. 화학공학 램프와 마법공학 장비가 흔하며 부와 힘을 과시하는 문화가 강하다. 명문가 탑이 언덕에 밀집해 있다. [1]
  • 자운: 필트오버 아래 협곡에 위치한 도시. 필트오버의 분뇨가 흘러내려 꽃이 만발한다는 소문이 있다. 진보의 날을 필트오버와 달리 비극(지역 침수)으로 기억한다. 자운인은 핼쑥한 낯빛에 기침을 달고 산다. 필트오버와 자운인은 서로 뒤얽혀 영향을 주고받는다. [1]
  • 진보의 날: '태양 관문' 개통을 기념하는 필트오버의 축제일. 동서 교역 무제한 허용과 최초 세금 부과를 자축한다. 건물마다 깃발이 걸리고 노점상이 몰린다. [1]
  • 마법기계공학 다리: 필트오버 남북을 가르는 거대한 협곡 위 현수교. 중앙 아치형 다리에 노점과 인파가 몰린다. 다리 입구에 '부'와 '정직'을 상징하는 로브 입은 청동 동상이 서 있으며, 부 동상에 금속 부속품을 올리면 작동해 삼킨다. [1]
  • 메다르다 가문: 필트오버 명문가. 강철 대문과 흰 석조 담장, 역대 유명 인사 청동 반신상으로 둘러싸인 대저택을 북쪽 다리 끝 근처에 둔다. 견습생 발명품 시험을 통해 계약을 맺으며, 서류 검증이 엄격하다. 종이 세 번 울리면 대문을 닫는다. [1]
  • 영광된 진화단: 신학·공학·마법을 혼합해 신체를 기계로 개조하는 교단. 턱수염에 금속 어깨받이·투구, 피스톤 작동 인조 팔을 한 사제가 광장에 나타난다. [1]
  • 공기 수송관 시스템: 심부름꾼(전령)이 관을 통해 편지를 배달하는 필트오버 인프라. [1]
  • 진델로: 거대 지구의를 발명한 인물. 작년 행방불명된 뒤 지구의 작동이 멈췄다. [1]

주요 사건

  • 타마라가 진보의 날 아침 하숙방에서 일어나 발명품 가방, 도시락, 공책을 챙겨 나선다. [1]
  • 거리에서 행상인에게 허브차와 슈리마 태양빵을 사 먹고, 자운·필트오버 혼혈 인사법을 나눈다. [1]
  • '시계학의 도로', '유리 우물 길', '백 개의 술집 대로', '항성의 도로'를 지나 인코그니아 광장(진델로 지구의)을 가로질러 마법기계공학 다리로 향한다. [1]
  • 다리 위 인파 속에서 가짜 마법공학 장비(확대경 보강판, 발광 해조류 건틀릿)와 진짜(호흡 보조 탱크)를 식별한다. [1]
  • 영광된 진화단 사제와 스쳐 지나간다. [1]
  • 다리 난간 동상(부)에 청동 부속품을 바친다. [1]
  • 켈라 알라브록서스가 접근해 추행하려다 타마라의 관절기·협박에 제압당하고 물러난다. 소매치기들이 그를 쫓는다. [1]
  • 기스베르트, 콜레트와 합류해 메다르다 가문 대저택으로 향한다. 시계탑 그림자가 마법기계공학 대학 탑을 지나기 전 약속 시각이었으나 이미 종이 두 번 울렸다. [1]
  • 메다르다 가문 대문에서 서류 검사를 통과해 입장한다. 재무성 종이 세 번째 울린다. [1]
  • 분수대에 앉은 보안관(케이틀린)이 타마라를 주시하다 눈이 마주치자 시선을 피한다. 타마라는 사냥꾼의 눈빛임을 직감한다. [1]
  • 타마라 라우타리: 진보의 날 메다르다 가문 견습생 시험에 응시한 필트오버 출신 여성. 마법 혼천의 증폭기를 발명품으로 제출했으나 폭주하여 실패 처리됨. 이후 케이틀린에게 워메이슨 혐의로 체포되어 소지품이 소각되고 슈리마 갈레온 선박으로 추방됨 [1]
  • 기스베르트: 자운 출신 견습생. 타마라, 콜레트와 동행함. 시험에서 발명품이 조각조각 허물어지며 탈락함. 타마라가 끌려갈 때 따라오지 못함 [1]
  • 콜레트: 견습생. 타마라, 기스베르트와 동행함. 두 번째로 시험장에 호명되어 들어감. 기스베르트에 따르면 합격한 것으로 보임 [1]
  • 우베르티: 카드왈더 가문 수석 장인. 자가 운전차 설계자라는 소문이 있으나 카드왈더 가문 전속임. 메다르다 가 중개인이 설계도 사본을 훔쳤다는 뜬소문이 돌며 토레크 가문과 분쟁 발생 [1]
  • 집사: 메다르다 가문 집사. 진홍색과 금색 옷, 검은 지팡이 착용. 견습생들을 대기실로 안내하고 시험 규칙 설명 [1]
  • 숙녀(중이층 회랑): 잿빛 드레스에 진홍색 술 장식 외투, 금속 굽 구두 착용. 중이층 회랑에서 견습생들을 내려다보며 미소 지었다 사라짐 [1]
  • 심사위원들: 메다르다 가 숙련공 다섯 명. 진홍색 로브, 마법공학 강화 장비 착용. 금도금 깃펜으로 명부 기록. 타마라의 증폭기 폭주 시 안전 설비(작업대 바닥 수납) 가동 [1]
  • 여자 심사위원(인조 팔): 인조 팔 장착. 타마라의 이론을 '말도 안 되는 소리'라 일축하며 프라빈 사례 언급. 폭주 시 안전 설비 가동 주도 [1]
  • 남자 심사위원(목 보조기): 그물망 댄 목 보조기로 인공 음성 출력. 타마라에게 발명품 목적과 작동 원리 질문 [1]
  • 남자 심사위원(보석 안구/도자기 보강판): 백발, 보석 안구 박힌 도자기 보강판 이식, 화상 흉터 노출. 타마라에게 작동 원리 질문 및 시연 허가 [1]
  • 리그 오브 레전드케이틀린: 필트오버 보안관. 긴 라이플 소지. 타마라를 워메이슨(녹서스 첩자)으로 단정하여 체포. 방에서 필트오버 상세 지도와 설계도 발견 주장. 소지품 소각 후 슈리마 갈레온 선박으로 추방 명령 [1]
  • 케이틀린의 부하들: 세 명. 타마라를 거칠게 제압해 엘리베이터에 태움. 협곡 길과 부두까지 호송 [1]
  • 슈리마 자객들: 살갗 거무스름한 슈리마 출신. 갈레온 선박에서 타마라 인수. 은 부속품 반 닢에 할머니도 팔 냉혹한 살인자들로 묘사 [1]
  • 선장: 슈리마 갈레온 선박 선장. 케이틀린 지시에 따라 타마라 수송 담당 [1]

배경·설정

필트오버의 도시 구조와 계층

필트오버는 자갈길과 고층 건물들이 밀집한 도시로, 명문가들이 모여 사는 언덕의 탑들이 햇빛을 받아 반짝이며 이곳이 소위 ‘황금의 강’이 흘러나오는 진원지이다 [1]. 건물들은 네모지게 절단된 석회석과 경사지게 깎인 목재, 청동 벽과 구리 처마, 여러 장의 유리로 무늬를 낸 창문으로 이루어져 있다 [1]. 거리는 잘 차려입은 사람들로 북적이고 배달부, 집행관, 주류 판매업자, 할부 판매원 등이 오가며, 떠돌이 장물아비들은 배럴 위에 캔버스 천을 덮고 수상쩍은 물건을 팔고 순찰대가 나타나면 도망칠 준비를 한다 [1]. 자운에서 넘어온 소매치기들도 인파 속에 섞여 있다 [1]. 대부분의 건물은 화학공학 기법으로 만든 램프로 불을 밝히며, 이른 아침에도 부와 힘을 과시하기 위해 불을 켜둔다 [1]. 부는 곧 힘이고 힘은 곧 부라는 사상이 문화 전반에 깔려 있어 사람들이 화려한 강화 장비를 착용한다 [1]. 마법공학 보강판을 이식한 듯 보이는 여성의 확대경은 은판에 풀로 붙인 렌즈이고 제작자 인장도 날조된 가짜였으며, 남성의 건틀릿도 청동에 자운의 자연발광 해조류를 채운 유리관을 넣은 가짜였다 [1]. 오직 구부정한 남성의 호흡 보조 탱크만이 진짜 마법공학 제품이었고, 그의 차림새로 보아 뼛속 깊이 자운인임이 분명했다 [1].

진보의 날의 의미와 필트오버·자운의 인식 차이

진보의 날은 ‘태양 관문’이 처음 열린 순간을 기념하는 날로, 발로란 동부와 서부 간 교역이 무제한으로 허락되고 필트오버가 교역에 세금을 부과해 황금을 벌어들이기 시작한 것을 자축하는 날이다 [1]. 필트오버에서는 경사스러운 축제일로 건물마다 알록달록한 깃발이 걸려 거리가 축제 분위기이다 [1]. 반면 자운에서는 지각 변동으로 교역로가 생겼지만 자운의 한 지역 전체가 물에 잠기는 대참사가 일어난 날로, 전혀 기쁜 날이 아니다 [1]. 똑같은 날이지만 양측의 의미는 정반대이다 [1]. 자운인들은 핼쑥한 낯빛에 기침에 시달린 기색이 역력하다 [1].

타마라의 일상과 견습생 생활

타마라는 필트오버에서 3층 하숙방에 머물며 견습생 생활을 한다 [1]. 방은 깔끔하게 정돈되어 있고 작업대에는 공책, 치수 측정기, 설계도, 흑빵·치즈·말린 과일이 모슬린 보자기에 싸여 있다 [1]. 벽돌 벽에는 소형 금속가공용 용광로가 붙박여 있고 연기는 쇠 파이프로 배출된다 [1]. 책상 위 나무 상자에는 여러 달 공들여 만든 발명품이, 설계도 종이 뭉치는 매트리스 밑에 숨겨져 있다 [1]. 그녀는 견습생용 튼튼한 작업복(레깅스, 주머니 많은 속 셔츠, 입고 벗기 편한 재킷)을 입고 긴 흑발을 가죽끈과 구리 핀으로 정돈한다 [1]. 동료 견습생들은 시험을 앞두고 하루에 두어 시간밖에 못 자며 제작에 매달리고, 타마라는 그들과 잡담하지 않고 곧장 식당을 나선다 [1]. 그녀는 행상인에게서 따뜻한 허브차와 달콤한 슈리마 태양빵을 사 은 부속품으로 값을 치르고 거스름돈은 주지 말라고 한다 [1]. 행상인은 머리와 가슴을 두드려 인사하는데, 이는 부모 중 한쪽은 자운, 한쪽은 필트오버 출신임을 뜻한다 [1].

주요 지점과 이동 경로

타마라는 ‘시계학의 도로’를 거쳐 ‘유리 우물 길’, ‘백 개의 술집 대로’, ‘항성의 도로’를 지나 인코그니아 광장에 이른다 [1]. 광장에는 진델로가 발명한 거대한 지구의가 있으나 진델로가 행방불명된 뒤 작동이 멈췄다 [1]. 광장을 가로질러 북쪽 아치형 통로로 향하던 중 ‘영광된 진화단’ 사제로 보이는 남성(턱수염, 금속 어깨받이와 투구, 피스톤 작동 압축 공기식 기계 팔)과 마주친다 [1]. 이후 마법기계공학 다리로 향한다 [1]. 다리 입구 양옆에는 부와 정직을 상징하는 로브 걸친 동상 두 개가 서 있다 [1]. 타마라는 청동 부속품을 부의 동상 손바닥에 올리고, 동상이 손가락을 오므려 부속품을 삼키게 한다 [1]. 다리 위는 인산인해를 이루고 와인·과자 노점들이 늘어서 있으며, 순찰대(푸른 재킷, 번쩍이는 부츠, 체크무늬 바지)가 주정뱅이들을 끌고 간다 [1]. 타마라는 손가락에 면도칼 달린 반지를 낀 소매치기를 목격한다 [1].

켈라 알라브록서스와의 충돌

다리 입구에서 검은 머리의 잘생긴 남성 켈라 알라브록서스가 타마라에게 접근해 추파를 던지고, 북부 지역 거물들을 안다며 시험에 유리하게 도와주겠다고 제안한다 [1]. 타마라가 거절하고 밀쳐내자 팔을 잡으려 하고, 타마라는 그의 손을 낚아채 비틀어 손목이 부러질 뻔하게 만든 뒤 난간으로 밀어붙인다 [1]. 다리 아래 자운 건물 옥상에 처박히게 될 것이라 경고하며, 자신의 힘으로 성공하겠다고 선언하고 놓아준다 [1]. 알라브록서스는 아픈 손목을 감싸 쥔 채 물러나고, 타마라가 고갯짓하자 소매치기들이 그를 쫓아간다 [1].

동료들과의 합류와 메다르다 가문 시험장 도착

기스베르트와 콜레타가 나타나 타마라가 늦었다고 재촉한다 [1]. 다리 아래 기계화된 시계탑의 그림자가 마법기계공학 대학교 탑(실험실 구역, 통풍 파이프에서 녹색 빛 회색 연기 분출)을 지나기 전에 만나기로 했는데 이미 필트오버 재무성에서 두 번째 종이 울렸고, 세 번째 종이 울리면 메다르다 가문 대문이 닫힌다 [1]. 메다르다 가 대저택은 강철 대문과 높고 새하얀 석조 담장으로 둘러싸여 있으며, 담벼락 움푹 들어간 곳에 역대 유명 인사와 현 수장 야고 메다르다의 청동 반신상이 있다 [1]. 입구에서 가문 상징색 옷을 입은 무장 사내들이 서류를 확인해 입장시키며, 인장 오류나 날조 서류를 가진 견습생은 항의 없이 돌아간다 [1]. 타마라 일행은 콜레타가 서류를 검토해둔 덕분에 지체 없이 통과한다 [1]. 대문을 통과할 때 세 번째 종이 울리고, 타마라는 직감적으로 멈춰 거리를 살핀다 [1].

의문의 여성(케이틀린) 목격

대리석 분수대 가장자리에 필트오버 보안관 재킷을 입고 느슨한 넥타이, 맞춤 제작한 듯한 모자를 깊이 눌러쓴 여성이 앉아 있다 [1]. 한쪽 다리를 구부려 무릎 위에 팔꿈치를 얹고 견습생들을 훑어보며, 어깨에는 격자무늬 은 구체가 달린 긴 총신의 라이플을 얹었다 [1]. 구체 안에는 번쩍이는 보석이 보인다 [1]. 여성과 눈이 마주치자 재빨리 시선을 피하는데, 타마라는 그 눈빛을 사냥꾼의 눈빛으로 알아본다 [1].

필트오버의 진보의 날 시험

진보의 날을 맞아 메다르다 가문 저택에서 견습생 선발 시험이 치러졌다. 타마라, 기스베르트, 콜레트를 포함한 스무 명 가량의 견습생들이 대기실에 모여 있었다. 저택 입구 근처에는 마법공학 격납기가 차체 아래 달리고 금과 은 케이블로 차축과 연결된 자가 운전 마차가 주차되어 있었으며, 타마라는 격납기에서 새어 나오는 빛을 보며 혀에 찝찔한 맛을 느꼈다. 기스베르트는 이 마차가 우베르티의 설계 작품일 것이라고 추측했고, 콜레트는 메다르다 가문의 중개인들이 카드왈더 가문 수석 장인 우베르티의 설계도 사본을 훔쳤다는 소문을 전했다. 이 일로 잔혹한 살육극이 벌어졌으며 토레크 가문이 우베르티를 영입하려 하나 카드왈더 가문은 혐의를 전면 부인 중이었다. 타마라는 가문 수석 장인의 설계도 도난을 공개 인정하는 것은 약함을 선언하는 꼴이라며 저택의 광택제 칠해진 검은 출입문으로 들어갔다. [1]

메다르다 가문 저택의 내부 구조와 장식

진홍색과 금색 옷을 입은 집사가 견습생들을 대기실로 안내하는 동안, 견습생들은 저택 곳곳을 둘러보며 경탄했다. 아치형 곁방, 호화로운 응접실, 장엄한 회랑, 황금 액자 초상화, 슈리마 무덤에서 거금을 들여 직수입한 괴수 머리를 단 전사 형상의 거대한 사암 조각상, 아이오니아풍 무기가 십자로 교차 장식된 벽, 번쩍이는 대리석 바닥, 프렐요드 무쇠숲 나무의 나선형 가지로 제작한 웅장한 계단 등이 메다르다 가문의 막대한 부를 과시하고 있었다. 타마라는 이 모든 것이 손님들에게 위협감을 주어 스스로 위축되게 만들려는 의도로 보인다고 생각했다. 중이층 회랑에서 잿빛 드레스에 진홍색 술 장식 외투를 입은 숙녀가 집사 에스코트를 받으며 지나갔는데, 구두 굽 소리가 금속 부딪치는 소리처럼 기묘하게 울렸다. 그녀는 견습생들을 내려다보며 희미한 미소를 짓고 사라졌다. [1]

대기실과 시험 안내

대기실 바닥에는 빗살 무늬가 새겨져 있었고, 레벡이 설계한 상아와 자개 시계가 메트로놈처럼 정확하게 시각을 알리고 있었다. 안쪽 방으로 통하는 검게 옻칠된 문에는 눈높이에 뚜껑이 달려 있었다. 집사는 지팡이로 바닥을 두들기며 견습생들을 벽 쪽 의자에 앉혀 대기시켰다. 호명되면 시험장으로 들어가 연단 옆에 서서 이름과 발명품을 소개하고 작동 원리를 간략히 설명해야 하며, 메다르다 가문 소속 숙련공들이 심사한다. 답변은 짧게 하는 편이 좋고, 성공 시 왼쪽 문, 실패 시 오른쪽 문으로 퇴장한다. 집사의 건투를 빈다는 인사에서 진심이 느껴졌다. 타마라는 가방 속 작품으로 합격을 확신했으나, 기스베르트와 콜레트와 시선을 주고받으며 심장이 거세게 두근거리는 긴장감을 느꼈다. 기스베르트는 이마에 땀방울이 맺혀 있었고, 콜레트는 꼿꼿이 앞만 보며 다른 견습생들을 살피고 있었다. [1]

시험 진행과 견습생들의 호명

검은 문의 뚜껑이 열리고 첫 번째 견습생이 불려 들어갔다. 문이 열리자 오래된 나무의 퀴퀴한 냄새와 열띤 분위기가 뿜어져 나왔다. 두 번째로 콜레트가 호명되어 결연히 들어갔다. 기스베르트는 콜레트가 잘해낼 것이라 말했고, 타마라도 그를 격려했으나 내심 자운 출신 소년이 필트오버 명문가 저택에서 시험 치르는 것이 불리할까 걱정했다. 이후 일곱 명이 더 불려 들어갔고, 타마라는 레벡의 시계를 확인하며 시험 시간이 점점 짧아지는 것을 알아챘다. 숙련공들이 벌써 싫증이 난 것인지, 순서가 뒤로 밀릴수록 불리한지 유리한지 알 수 없었다. 기스베르트가 호명되자 의자에서 튀어 오르다시피 하며 가방을 아슬아슬하게 붙잡고 벌겋게 달아오른 얼굴로 들어갔다. 타마라는 심호흡을 하라 조언했고, 기스베르트는 "정말로 훌륭해? 합격할 만큼?"이라 물었으며 타마라는 "그럼"이라 답했다. 이후 나머지 견습생들도 입실하고 맨 마지막으로 타마라만 남았다. 혼자 남겨진 대기실에서 감시당하는 기분을 느끼다 이름이 불리자 안도감을 느끼며 문으로 향했다. [1]

시험장의 구조와 심사위원

원형 방은 촛대 위에 떠 있는 구체형 조명등으로 환하게 밝혀져 있었다. 촛대는 횃불을 쥔 손 모양으로 조각되어 있었다. 계단식 강의실 형태의 구조로 뒤편 벽까지 동심원 의자가 있었고, 중앙에 단순한 목재 연단과 작업대가 놓였다. 좌우 벽에 각각 성공(왼쪽)과 실패(오른쪽) 문이 있었다. 계단식 좌석은 백 명 이상 수용 가능했으나 심사위원은 다섯 명뿐이었다. 남자 둘, 여자 셋 모두 진홍색 로브를 걸친 숙련공으로, 커다란 명부를 펼치고 금도금 깃털 펜으로 기록 중이었다. 펜촉이 종이를 스치는 소리가 선명해 음향 효과가 좋음을 알 수 있었다. 다섯 명 모두 마법공학 강화 장비를 착용했고 가짜는 없어 보였으나, 모두 심사를 얼른 끝내고 싶어하는 기색이었다. [1]

타마라의 발명품 '마법 혼천의 증폭기' 발표

여자 심사위원이 이름을 물었고, 타마라는 "타마라 라우타리"라 답했다. 남자 심사위원이 그물망 댄 목 보조기로 인공 음성을 내며 발명품 이름을 물었고, 타마라는 가방에서 작품을 꺼내 작업대에 올렸다. 철사를 얽어 정육면체로 배열하고 한가운데 산성 약품으로 조각을 새긴 구체가 들어 있는 형태였다. 발명품 이름은 '마법 혼천의 증폭기'라 밝혔다. 목적을 묻자 "수정의 성질을 동력원으로 이용, 그 출력을 기하급수적으로 증폭하여 이제껏 역사상 유례가 없을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것"이라 답했다. 무던한 어조였으나 오만함이 도드라졌고, 심사위원 전원이 고개를 들어 눈을 마주보았다. 백발의 남자 심사위원(보석 안구 박힌 도자기 보강판 이식, 화상 흉터 드러남)이 작동 원리를 묻자, 타마라는 "동력 수정의 기하학적 구조, 그리고 그것이 회전하는 축. 이 두 가지 요소가 결정적"이라며 구체 뚜껑을 열고 정밀한 수정 고정 장치(가느다란 체인 형태)를 보였다. "회전의 속력과 각도를 판독함으로써, 수정이 낼 수 있는 최적의 동력을 산출하도록 한다"고 설명했다. [1]

심사위원의 반박과 시연 요구

인조 팔을 장착한 여자 심사위원이 "말도 안 되는 소리"라며, 수정 동력 방출 시간이 없어 통제가 안 된다고 반박했다. 2년 전 프라빈이 똑같은 시도를 하다 금광 구역 절반을 날려 먹을 뻔했다고 지적했다. 타마라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라 맞섰고, 심사위원은 "증명할 수 있나? 실증적인 증거가 필요하네"라 요구했다. 타마라가 "증거를 보여드릴 수 있습니다"라 하자 심사위원은 미심쩍어하며 시연을 허락했다. [1]

마법공학 수정 시연과 폭주

작업대 표면 뚜껑이 열리며 세공 장식된 받침대가 솟아올랐고, 그 위에 타마라 손톱만 한 크기의 파란색 마법공학 수정이 놓여 있었다. 수정은 내부 빛으로 아른거렸으며, 남은 동력이 적었으나 헤아릴 수 없이 강력하고 귀중한 물건이었다. 타마라는 수정을 들어올려 발명품 구체 안에 집어넣고 섬세한 체인으로 고정한 뒤 뚜껑을 닫았다. 정육면체 윗면 제어 장치를 작동 기점에 맞춰 맞물리는 부분들을 움직였다. 전선관이 수정 동력원을 감지하자 웅- 하는 소리와 함께 부드러운 푸른 빛이 새어 나왔고, 타마라는 씩 웃었다. 소음이 점점 커지며 요동쳤고, 입안의 비릿한 쇠 맛도 커졌다. 조명구들이 감응하여 파동을 일으키자 장치 기초 부품 하나가 튕겨 나왔고, 증폭기는 작업대 위에서 사방으로 진동하다 에너지 줄기가 윗면을 꿰뚫고 솟구쳤다. 아래에서 위로 번개가 거꾸로 치는 광경이었다. [1]

안전 설비 작동과 심사 결과

화상 흉터 남자 심사위원이 "장치를 끄게, 라우타리 견습생!"이라 외쳤다. 타마라가 손을 뻗었으나 푸른 빛줄기가 손등을 후려쳐 새빨간 자국을 남겼고, 그녀는 물러날 수밖에 없었다. "못 하겠어요. 너무 빨리 증폭되고 있어요!"라 외쳤으나, 이는 본래 설계에서 변경한 부분으로 인한 파괴적 참사였다. 푸른 불똥이 천장 조명등과 충돌해 폭발시켰고, 조명등이 하나둘 박살 나며 방 안 남은 조명은 증폭기의 푸른 빛뿐이었다. 인조 팔 여자 심사위원이 일어나 주먹을 쥐자 바닥 금속판이 움직이며 작업대 전체가 바닥 밑으로 꺼졌고, 뚜껑이 폐쇄되었다. 문틈에서 푸른 빛이 잠깐 새어 나왔으나 둔탁한 소음과 함께 사그라들었다. 타마라는 안전 설비 덕에 폭발을 면했음을 깨달았다. 심사위원은 "인명피해를 끼칠 수 있는 발명품을 가져온 견습생이 자네가 처음이라고 생각하는 건 아니겠지?"라 말했고, 타마라는 실망했으나 놀라지는 않았다. 전문가로서 자부심 때문에 본연의 목적을 해치려는 충동이 들었으나 의도한 결과였다. 인조 안구 남자 심사위원이 명부에 적으며 "어느 문으로 나갈지는 알고 있겠지요?"라 물었다. [1]

시험 탈락 후 저택 퇴장과 기스베르트와의 재회

타마라가 나간 오른쪽 문밖은 휑한 석재 통로로 지하를 거쳐 강철 출입문에 이르렀다. 문 앞에는 마법 압력식 강화 팔과 헬멧류 장비로 무장한 근육질 병사들이 포위 작전도 견딜 만큼 대기하고 있었고, 타마라가 나가자마자 문을 탕 닫았다. 밖으로 나오자 남쪽 협곡으로 이어지는 옆길이 펼쳐졌고, 크기 모양 들쭉날쭉한 조약돌 골목길에 자운발 녹색 안개가 낮게 깔려 있었다. 맞은편 다 쓰러져가는 벽돌담 앞에 기스베르트가 주저앉아 있었고, 발치에는 박살 난 발명품이 팽개쳐져 있었다. 기스베르트는 "잘 안 됐어?"라 물었고, 타마라는 "제대로 안 됐어. 폭발했어"라 답했다. 기스베르트는 눈이 휘둥그레졌다 소리 내어 웃다 입을 틀어막고 사과했다. 타마라가 히죽 웃자 기스베르트도 다시 웃었다. 기스베르트는 "내 건 터지지는 않고 조각조각 허물어지기만 했으니 다행인가? 어차피 메다르다 가문 분들께서 자운인 따위를 신성한 자기들 세계에 끼워줬을 리도 없었겠지!"라 자조했다. 타마라는 못 들은 척 화제를 돌려 콜레트 소식을 물었고, 기스베르트는 "못 봤어. 성공했나 보다"라 답했다. 타마라는 안도하며 "적어도 우리 중 한 명은 합격했네. 슬픔이나 달래러 갈까? 진보의 날이잖아. 박식하신 숙련공 선생님들을 날려버릴 뻔했다는 것도 성과라면 성과지"라 말했다. [1]

케이틀린 보안관의 체포와 심문

그때 길 저편에서 빛을 등진 호리호리한 여자가 부하들을 거느리고 다가왔다. 여자는 긴 라이플을 어깨에 고정하고 총부리를 타마라의 머리에 조준했다. 아까 광장에서 보았던 보안관 케이틀린이었다. 케이틀린은 "미안하지만, 라우타리 견습생, 술 마시는 건 다음 기회로 미뤄둬야 할 것 같군요"라 말했고, 기스베르트가 항의했으나 소용없었다. 보안관 일행은 타마라를 우격다짐으로 끌고 갔고, 기스베르트는 따라올 용기를 내지 못했다. 타마라는 그가 휘말리지 않아 다행이라 생각했다. 협곡을 따라 구불구불한 좁은 길로 거대한 케이블카 방향 벼랑을 따라 움직였고, 해안 부두로 이어졌다. 타마라가 "저를 체포하는 건가요? 제가 뭘 잘못했죠?"라 묻자 케이틀린은 "이미 당신 방에서 모든 걸 찾아냈어요. 마법공학 학술지들도, 설계도도"라 답했다. 타마라가 "견습생인데 설계도는 당연히 있어야죠"라 대꾸하자, 케이틀린은 "단순한 설계도가 아니라, 필트오버의 상세한 지도까지 필요한 견습생은 흔치 않을 것 같은데요"라며 자신이 케이틀린 보안관임을 밝혔다. 헤아리기 귀찮을 만큼 오랜 세월 순찰해 도시 골목골목을 잘 알며, 타마라가 만든 지도는 정말 훌륭해 바이도 눈가리개 한 채 필트오버를 누빌 수 있겠다고 말했다. [1]

엘리베이터 하강과 부두에서의 증거 인멸

케이틀린이 레버를 당겨 엘리베이터가 도시 최하부를 향해 내려가기 시작했다. 타마라가 이해 못 하겠다 하자 케이틀린은 "남의 말을 이해하기보다는 스스로 개척해나가는 게 당신 성향에 맞겠죠"라 답했고, 타마라가 뜻을 묻자 대답하지 않았다. 타마라는 눈물 글썽이며 "아버지에게 받은 돈이 다 떨어지기 전에 메다르다 가문과 계약 맺고 싶었는데... 그래야 자운의 화학 공장에 취직할 수 있단 말이에요"라 애원했으나 아무도 듣지 않았다. 엘리베이터가 부둣가에 멈추자 거대한 슈리마 갈레온 선박이 보였고, 철제 수레 위에 타마라의 소지품(학술지, 설계도, 몇 달간 공들인 결과물)이 너덜너덜 찢어진 채 쓰레기처럼 처박혀 있었다. 기름 냄새가 풍겼다. 타마라는 남자들을 뿌리치고 케이틀린 앞에 무릎 꿇고 "제발 이러지 마세요! 전 아무 잘못도 없어요"라 흐느꼈으나, 케이틀린은 무시하고 일꾼에게 담배를 건네받아 수레 종이 뭉치에 담뱃불을 놓았다. 기름에 젖은 책과 두루마리가 펑 소리와 함께 불타 순식간에 잿더미가 되었다. 타마라는 자신의 노력이 회색 연기로 변해 피어오르는 걸 지켜보다 케이틀린 발치에 침을 뱉고 "빌어먹을, 평생 잿빛 대기에나 파묻혀 살아라!"라 외쳤다. [1]

케이틀린의 정체 폭로와 추방

케이틀린은 타마라를 발치로 끌어당기며 "제법이네. 당신의 우리말 억양은 꽤 그럴싸해요. 적당히 거칠게 말할 줄도 알고, 비속어도 섞어 쓰고... 하지만 이 도시 밑바닥부터 최상층까지 온갖 말투를 다 들어봤는데, 당신 말씨는 그 어디에도 들어맞지 않아. 당신네들 특유의 앙심과 거무튀튀한 그을음이 너무 많이 섞여 있단 말이지"라 말했다. 타마라가 "저는 필트오버에서 나고 자랐어요. '황금의 처녀'라고요. '천공의 금고'가 보이는 데에서 태어났다고요! 거짓말 아니에요!"라 항변하자, 케이틀린은 머리를 흔들며 "아니. 당신 억양은 유창하지만, 그래 봤자 녹서스인의 거만한 속내는 가려지지 않아. 당신 정체가 뭔지는 뻔히 알아요. 적국에 숨어들어서 염탐하는 워메이슨 이야기는 나도 진작부터 들었으니까. 적국의 영토를 파악하고, 습격할 경로를 계획하고, 침공에 필요한 기초 작업을 하고..."라 밝혔다. 타마라가 항변하기도 전 부하들이 그녀를 갈레온 선박 입구로 끌고 갔다. 안에서 거무스름한 살갗의 슈리마 출신 자객들(은 부속품 반 닢에 할머니도 팔 냉혹한 살인자들)이 맞이했다. 케이틀린은 "두 번 다시 필트오버에는 발도 들이지 마시길. 또 내 앞에 나타나면 그땐 머리에 총알을 박아버릴 테니. 알아들었지?"라 경고하고 선장에게 지시했다. [1]

타마라의 추방과 필트오버 탈출

타마라는 선원들에 의해 배가 해안가에서 멀리 벗어났을 때에야 갑판 위로 올라가도 된다는 허락을 받았다. 이는 그녀가 헤엄쳐서 육지까지 가지 못하게 하려는 의도였으나, 애초에 타마라는 그럴 생각도 없었다. 그녀는 보석처럼 반짝이는 필트오버의 풍경이 지평선 너머로 멀어지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그곳을 떠나게 된 것이 애석했지만, 임무가 마침내 끝나서 후련한 마음도 들었다.[1]

설계도 유실과 기억 의존

정교하게 만든 설계도와 지도가 잿더미가 되어버린 것은 아쉬운 일이었으나, 타마라는 그런 위험 부담을 진작 감수하고 있었다. 그녀는 내용을 모두 기억하고 있었으므로 언제라도 다시 만들 수 있었다. 타마라는 눈을 감고 머릿속에 통째로 외워둔 필트오버의 지도를 떠올렸는데, 여기에는 밤마다 필트오버의 구석구석을 다니며 보았던 지형지물들과 발걸음 수를 헤아리며 걸었던 골목길, 교차로, 도로들이 포함되어 있었다.[1]

발각 경위 추측과 녹서스 첩자 존재 직감

타마라는 자신이 무슨 단서를 남겨서 케이틀린에게 발각되었는지 곰곰이 생각해 보았으나, 굳이 신경 쓸 필요는 없다고 판단했다. 케이틀린이 확실히 영리한 보안관이긴 했지만, 타마라를 찾아낸 장본인은 케이틀린이 아니라 누군가 다른 사람일 거라는 직감이 들었기 때문이다. 바로 그 점 때문에 타마라는 초조해했는데, 녹서스의 첩자를 밝혀낼 수 있을 만큼 영악한 자가 필트오버에 존재한다는 사실 때문이었다.[1]

워메이슨 조직의 비밀과 콜레트의 잔류

그 정체가 누구든, 그자가 녹서스의 '워메이슨 비밀 조직'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던 간에, 딱 한 가지 사실만은 아직 알려지지 않은 게 분명했다. 워메이슨 첩자들은 반드시 짝을 지어서 행동하며, 그중 한 명이 적국에 더 깊이 침투하기 위해서는 다른 하나를 희생시키기도 한다는 사실이었다. 타마라는 빙긋 웃으며, 콜레트가 메다르다 가문의 심장부에서 얼마나 귀중한 정보들을 캐낼지 상상하니 웃음이 나올 수밖에 없었다.[1]

항해 중 휴식

타마라는 빈 곡식 자루들을 쌓아 만든 침대에 몸을 눕히고, 마음 편히 잠에 들었다.[1]

기타

공개 정보

  • 제목: 진보의 날
  • 부제: 그레이엄 맥닐
  • 공개일: 2016-12-02
  • 분량: 약 5761단어 [1]

주요 등장인물

  • 타마라: 필트오버에서 견습생으로 지내는 여성. 고향에서 노숙하던 경험이 있으며, 발명품을 제작해 명문가와의 계약을 노린다 [1]
  • 기스베르트: 타마라의 동료 견습생. 자운 출신으로 진보의 날에 대해 필트오버와 다른 시각을 가지고 있다 [1]
  • 콜레트: 타마라의 동료 견습생. 가장 어리지만 꼼꼼하고 세심하다 [1]
  • 노아미 킴바: 타마라에게 구애해온 여성. 세 번 정도 만났으며 타마라에게 밤을 함께 보내자고 제안해왔다 [1]
  • 켈라 알라브록서스: 다리에서 타마라에게 추파를 던진 부유한 남성. 북부 지역 거물들과 친분이 있다고 주장했다 [1]
  • 정체불명의 여성: 필트오버 보안관 재킷을 입고 라이플을 멘 채 견습생들을 관찰하던 사냥꾼 같은 눈빛의 여성 [1]

배경 설정

  • 필트오버: '황금의 강'이 흐르는 부유한 도시. 강력 범죄 발생률이 낮지만 자물쇠는 필수다. 부와 힘을 과시하는 문화가 강하며, 마법공학 장비를 착용한 부유층이 많다. 일부는 가짜 마법공학 장비를 착용하기도 한다 [1]
  • 자운: 필트오버 아래 위치한 도시. '잿빛 대기'로 인해 주민들이 기침을 달고 산다. 필트오버와 밀접하게 뒤얽혀 있으며, 부모가 양쪽 출신인 경우가 있다 [1]
  • 진보의 날: 필트오버에서는 '태양 관문' 개방을 기념하고 교역세 징수 시작을 자축하는 날이다. 자운에서는 지각 변동으로 지역 전체가 수몰된 비극의 날로 여긴다. 이날을 앞두고 문단속을 철저히 한다 [1]
  • 마법기계공학 다리: 필트오버 남북을 가르는 거대한 협곡 위에 놓인 현수교. 중앙 아치형 다리에 노점들이 늘어서며, 양옆에 '부'와 '정직'을 상징하는 동상이 서 있다. 동상에 청동 부속품을 올리면 내부 장치가 작동해 부속품을 삼킨다 [1]
  • 메다르다 가문: 필트오버의 유력 명문가. 강철 대문과 흰 석조 담장으로 둘러싸인 대저택을 소유한다. 종이 세 번 울리면 대문을 닫아버리는 엄격한 원칙주의 가문이다 [1]
  • 영광된 진화단: 신학, 공학, 마법을 혼합해 신체를 기계로 개조하는 교단. 피스톤 작동 압축 공기식 기계 팔을 한 사제가 등장한다 [1]
  • 공기 수송관 시스템: 편지를 배달하는 전령들이 이용하는 시스템 [1]
  • 진델로: 거대한 지구의를 발명한 인물. 행방불명된 이후 지구의가 작동을 멈췄다 [1]

세부 묘사

  • 타마라의 하숙방: 3층, 거위털 매트리스, 무명 이불, 색유리 창(검댕으로 거뭇함), 벽돌 벽에 붙박이 금속가공용 용광로(쇠 파이프로 연배출), 작업대(공책, 치수 측정기, 설계도, 흑빵/치즈/말린 과일 도시락), 발명품 든 나무 상자(설계도는 매트리스 밑에 은닉) [1]
  • 타마라의 복장: 견습생용 튼튼한 작업복(레깅스, 주머니 많은 속 셔츠, 입고 벗기 편한 재킷), 긴 흑발을 가죽끈과 구리 핀으로 정돈 [1]
  • 거리 풍경: 네모진 석회석과 경사진 목재 고층 건물, 청동 벽/구리 처마/유리 무늬 창문, 배달부/집행관/주류 판매업자/할부 판매원/장물아비/소매치기/순찰대(푸른 재킷, 번쩍이는 부츠, 체크무늬 바지) 공존 [1]
  • 마법공학 장비 착용자들: 확대경 보강판 이식 여성(실은 은판에 단순 렌즈, 위조 인장), 발광 해조류 채운 유리관 건틀릿 남성(가짜), 호흡 보조 탱크 남성(진짜, 자운인) [1]
  • 인코그니아 광장: 진델로의 거대한 지구의(격자 세공 구체, 작동 중지), 발명가 지망생/예술가/자운인 군중 [1]
  • 다리 위 사건: 켈라 알라브록서스가 타마라에게 동업 제안 및 추파, 타마라가 손목 꺾기로 제압하고 난간으로 밀어붙여 협박 후 해산시킴. 소매치기들이 알라브록서스 뒤를 쫓음 [1]
  • 시계탑 그림자: 멈춘 지 수년 된 기계화 시계탑의 그림자가 마법기계공학 대학교 탑(실험실 구역, 녹색 빛 회색 연기 배출)을 지나고 있었음. 기스베르트와 콜레타는 이 그림자가 탑을 지나기 전 만나기로 약속했었음 [1]
  • 메다르다 가문 입구: 가문 상징색 옷 입은 무장 사내들이 서류 확인 후 입장시킴. 위조/잘못된 서류 소지자는 항의 없이 돌아감. 타마라 일행은 콜레트의 사전 검토로 무사 통과 [1]
  • 재무성 종소리: 필트오버 재무성에서 세 번째 종이 울림. 타마라가 직감적으로 멈춰 주변을 살핌 [1]

복선 및 암시

  • 타마라가 발명품 설계도를 매트리스 밑에 숨겨둔 점 [1]
  • 자운의 분뇨 처리와 '유별나게 꽃이 만발하는 정원' 언급 [1]
  • 필트오버 부유층의 가짜 마법공학 장비 착용 실태 [1]
  • 진델로의 행방불명과 지구의 작동 중지 [1]
  • 필트오버와 자운의 진보의 날에 대한 상반된 인식 [1]
  • 영광된 진화단 사제의 등장으로 교단의 존재감 암시 [1]
  • 소매치기들의 조직적 움직임(고참은 다리 구역 장악, 신참은 길가 활동) [1]
  • 보안관 복장 여성의 사냥꾼 눈빛과 타마라 주시 [1]
  • 재무성 세 번째 종소리와 동시에 타마라의 직감 발동 [1]

인용구

  • 행상인: "즐거운 진보의 날 되세요, 손님! 오늘 하루 손님의 톱니바퀴가 제대로 돌길 빌어요." [1]
  • 타마라: "자운의 잿빛 대기가 당신에게 닿지 않기를." [1]
  • 기스베르트: "자운이야말로 필트오버보다 먼저 진보를 이룩한 도시" / "자운에서는 진보의 날을 좀 다른 관점으로 바라본다." [1]
  • 켈라 알라브록서스: "나한테 '없는' 거라야 돈 주고 살 가치가 있으니까요." / "북부 지역을 주름잡는 거물 몇 명이 내 친구인데... 나하고 좀 어울려 주면 그들에게 당신 얘기를 좋게 해줄게요." [1]
  • 타마라: "가라고 좋게 말했잖아." / "내 앞에서 꺼지라고. 안 그러면 여기서 확 밀어버린다." / "나는 네 '좋은 말'이나 '도움' 따위 필요 없어. 그딴 거 없어도 나는 원래 잘하고, 성공하든 실패하든 내 힘으로 직접 할 거야." [1]
  • 콜레트: "종이 세 번 치면 칼같이 대문을 닫아버릴 거라고." [1]
  • 타마라: "빌어먹을 부자들에게 우리가 뭘 만들 수 있는지 제대로 보여주자고." [1]

시험 대기실과 메다르다 저택 내부

대문이 닫힌 뒤 타마라는 동료들을 따라잡으러 발길을 돌렸다. 콜레트와 기스베르트는 다른 견습생 스무 명 정도와 함께 한쪽에 몰려 있었으며, 모두 마법공학 격납기가 차체 밑에 달리고 금과 은 케이블로 차축 앞뒤에 연결된 자가 운전 마차를 보며 넋이 나가 있었다. 격납기에서 새어 나오는 부드러운 빛을 본 타마라는 혀에 찝찔한 맛이 고이는 느낌을 받았다[1].

기스베르트는 그 마차가 우베르티가 설계한 자가 운전차라고 말했고, 타마라는 우베르티가 카드왈더 가문에서만 일한다며 반박했다. 콜레트는 메다르다의 중개인들이 우베르티의 설계도 사본을 훔쳤다는 공방의 소문을 전했고, 그 일로 잔혹한 살육극이 벌어졌으며 토레크 가문이 우베르티를 꾀어내려 하지만 카드왈더는 혐의를 전면 부인한다고 덧붙였다. 타마라는 가문 수석 장인의 설계도를 도둑맞았다고 공개적으로 인정하는 건 약하다고 선언하는 꼴이라며 대저택의 검은 출입문을 열었다[1].

진홍색과 금색 옷을 입은 집사가 나타나 견습생들을 대기실 쪽으로 안내했다. 견습생들은 아치형 곁방, 호화로운 응접실, 장엄한 회랑, 황금 액자 초상화, 슈리마 무덤에서 직수입한 거대 사암 조각상, 아이오니아풍 무기 장식, 대리석 바닥, 프렐요드 무쇠숲 나무의 나선형 가지로 만든 웅장한 계단 등 메다르다 가문의 막대한 부가 전시된 저택 내부를 보며 경탄했다. 타마라는 이 모든 것이 손님들에게 위협감을 주고 위대한 메다르다 가문의 성취를 과시해 사람들이 스스로 위축되게 하려는 목적처럼 보였다[1].

중이층 회랑에서 잿빛 드레스에 진홍색 술 장식 외투를 입은 숙녀가 또각또각 금속 소리 같은 구두 굽 소리를 내며 지나가는 모습이 보였다. 그녀는 견습생들을 내려다보며 희미한 미소를 짓고 사라졌다[1].

대기실은 그리 크지도 작지도 않았으며 바닥에는 빗살 무늬가 아로새겨져 있었고, 레벡이 설계한 상아와 자개 시계가 메트로놈처럼 정확하게 시각을 알려주었다. 안쪽 방으로 이어지는 검게 옻칠 된 문에는 눈높이에 뚜껑이 달려 있었다. 집사는 지팡이로 바닥을 두들기며 모두 벽 앞 의자에 앉아 기다리라고 했다[1].

집사는 호명되는 견습생은 시험장으로 들어가 연단 옆에 서서 이름과 발명품을 소개하고 작동 원리를 간략히 설명하라고 안내했다. 메다르다 가 소속 숙련공들이 심사하며, 심사위원들이 더 잘 알 거라고 생각하고 답변은 짧게 하라고 했다. 성공하면 왼쪽 문으로, 실패하면 오른쪽 문으로 퇴장하라고 했다. 집사의 마지막 인사에서 진심이 느껴졌다[1].

타마라는 가방에 든 작품으로 반드시 합격할 수 있으리라 확신했고, 기스베르트, 콜레트와 시선을 주고받았다. 둘 다 초조해 보였고 타마라도 심장이 거세게 두근거렸다. 그녀는 기스베르트의 손을 꼭 잡았고, 그는 땀방울을 흘리며 고맙다고 했다. 콜레트는 꼿꼿이 앞만 보며 다른 견습생들을 살폈다[1].

검은 문의 뚜껑이 열리고 첫 견습생이 호명되어 들어갔다. 두 번째로 콜레트가 불려 들어갔고, 기스베르트는 그녀가 잘해낼 거라고 말했다. 타마라도 그를 격려했으나 내심 자운 출신 소년이 필트오버 명문가 저택에서 시험 치는 게 불리하다고 걱정했다. 이후 일곱 명이 더 불려 들어갔고, 타마라는 레벡의 시계를 확인하며 시험 시간이 점점 짧아지는 것을 알았다. 기스베르트가 호명되자 튀어 오르다시피 일어나 들어갔고, 타마라는 심호흡하라고 조언했다. 기스베르트는 자신의 작품이 훌륭하냐고 물었고 타마라는 그렇다고 대답했다. 이후 나머지 견습생들이 입실하고 맨 마지막으로 타마라만 남았다[1].

시험장 심사 과정

타마라가 시험장에 들어서자 원형 방이 촛대 위 구체형 조명등으로 환하게 밝았다. 촛대는 횃불을 쥔 손 모양으로 조각되어 있었다. 방 구조는 계단식 강의실 형태로 뒤편 벽까지 의자들이 동심원을 그렸고, 중앙에 목재 연단과 작업대, 좌우에 성공(왼쪽)과 실패(오른쪽) 문이 있었다. 계단식 좌석은 백 명 이상 수용 가능했으나 심사위원은 다섯 명뿐이었다. 남자 둘, 여자 셋 모두 진홍색 로브를 걸친 숙련공이었고, 금도금 깃펜으로 명부에 적고 있었다. 모두 마법공학 강화 장비를 착용했고 가짜는 없어 보였으나 얼른 끝내고 싶어하는 기색이 역력했다[1].

여자 심사위원이 이름을 물었고 타마라는 '타마라 라우타리'라고 대답했다. 남자 심사위원이 그물망 댄 목 보조기로 인공 음성을 내며 시연할 발명품을 물었다. 타마라는 가방에서 철사를 얽어 정육면체로 배열하고 한가운데 산성 약품으로 조각을 새긴 구체가 든 '마법 혼천의 증폭기'를 꺼내 작업대에 올렸다[1].

남자 심사위원이 목적을 묻자 타마라는 수정의 성질을 동력원으로 이용해 출력을 기하급수적으로 증폭해 역사상 유례없는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것이라고 답했다. 심사위원 전원이 고개를 들고 눈을 마주보았다. 백발의 남자 심사위원(보석 안구 박힌 도자기 보강판을 얼굴에 이식, 화상 흉터 드러남)이 작동 원리를 물었다. 타마라는 동력 수정의 기하학적 구조와 회전 축이 결정적이라며 구체 뚜껑을 열고 정밀한 수정 고정 장치(가느다란 체인)를 보여주며 회전 속력과 각도를 판독해 최적 동력을 산출한다고 설명했다[1].

인조 팔을 장착한 여자 심사위원이 '말도 안 되는 소리'라며 수정 동력을 방출할 시간이 없어 통제가 안 된다고 반박했다. 프라빈이 2년 전 똑같은 시도를 하다 금광 구역 절반을 날려 먹을 뻔했다고 했다. 타마라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고 맞섰고, 심사위원은 믿음은 과학의 근거가 아니라며 실증적 증거를 요구했다. 타마라는 증거를 보여줄 수 있다고 했고, 심사위원은 시연해 보라고 끄덕였다[1].

작업대 표면 뚜껑이 열리며 세공 장식 받침대가 솟아올랐고, 그 위에 타마라 손톱만 한 크기의 파란색 마법공학 수정이 놓여 있었다. 수정은 내부 빛으로 아른거렸고, 남은 동력은 적었으나 헤아릴 수 없이 강력하고 귀중한 물건이었다. 타마라는 수정을 들어 발명품 구체 안에 집어넣고 체인으로 고정했다. 제어 장치를 작동 기점에 맞춰 움직이자 웅하는 소리와 함께 부드러운 푸른 빛이 새어 나왔다[1].

소음이 요란한 굉음으로 증폭되며 파도치듯 요동쳤고, 조명구들이 감응해 파동을 일으켰다. 장치 기초 부품 하나가 튕겨 나오고 증폭기가 작업대 위에서 마구 진동하며 에너지가 윗면을 꿰뚫고 솟구쳤다. 화상 흉터 남자 심사위원이 장치를 끄라고 소리쳤다. 타마라가 손을 뻗었으나 푸른 빛줄기가 손등을 후려쳐 새빨간 자국을 남겼고, 그녀는 물러날 수밖에 없었다. 타마라는 너무 빨리 증폭되고 있다고 외쳤다. 본래 설계에서 변화를 준 부분이 있어 이런 사태를 염두에 두었으나 이토록 파괴적일 줄은 몰랐다[1].

푸른 불똥이 천장으로 솟구쳐 구체형 조명등과 충돌했고, 조명등이 폭발하며 빛의 분수가 쏟아졌다. 조명등이 하나둘셋 박살 나고 방 안에는 증폭기의 푸른 빛만 남았다. 인조 팔 여자 심사위원이 일어나 주먹을 쥐자 바닥 금속판이 움직이며 작업대 전체가 바닥 밑으로 꺼졌다. 바닥 뚜껑이 닫히고 둔탁한 소음과 함께 빛이 사그라들었다. 타마라는 안전 설비가 된 방임을 깨달았고, 심사위원은 인명피해를 끼칠 발명품을 가져온 견습생이 처음이 아니라고 말했다. 타마라는 실망했으나 놀라지는 않았고, 전문가로서 자부심 때문에 본연의 목적을 해치려는 충동이 들기도 했다고 생각했다. 인조 안구 남자 심사위원이 명부에 적으며 어느 문으로 나갈지 아느냐고 물었다[1].

저택 퇴장과 기스베르트와의 재회

타마라가 나가는 길은 들어왔던 길보다 훨씬 수수했다. 오른쪽 문밖으로 나서자 휑한 석재 통로가 나왔고 지하로 이어져 강철 출입문에 이르렀다. 문 앞에는 마법 압력식 강화 팔과 헬멧류로 몸을 강화한 근육질 병사들이 포위 작전도 견딜 만큼 대기하고 있었고, 타마라가 나가자마자 문을 탕 닫았다[1].

출입문 밖은 도시 남쪽으로 이어지는 옆길이었고, 내려가면 협곡에 이른다. 자운도 필트오버도 아닌 곳이었다. 크기 모양이 들쭉날쭉한 조약돌 골목길에 자운에서 뻗쳐오는 녹색 안개가 낮게 깔려 있었고, 맞은편 다 쓰러져가는 벽돌담 앞에 기스베르트가 주저앉아 있었다. 그의 발치에는 박살 난 발명품이 팽개쳐져 있었다[1].

기스베르트가 웃으며 잘 안 됐냐고 물었고, 타마라는 제대로 안 됐고 폭발했다고 답했다. 기스베르트는 웃다가 미안하다며 사과했고, 타마라가 끄덕이며 히죽 웃자 기스베르트도 웃었다. 기스베르트는 자기 건 터지진 않고 조각조각 허물어지기만 했다며, 어차피 메다르다 가문이 자운인을 신성한 자기들 세계에 끼워줄 리 없었다고 자조했다. 타마라는 못 들은 척 화제를 돌려 콜레트를 못 봤냐고 물었다. 기스베르트는 못 봤으니 성공한 거라며 눈빛이 밝아졌다. 타마라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고, 기스베르트는 슬픔이나 달래러 가자며 진보의 날이니 박식한 숙련공 선생님들을 날려버릴 뻔한 것도 성과라고 말했다[1].

케이틀린 보안관의 체포와 심문

그때 길 저편에서 빛을 등진 호리호리한 여자 실루엣이 다가왔다. 뒤따르는 사람들은 그녀의 부하들인 듯했고, 앞장선 여자는 긴 라이플을 어깨에 고정해 타마라의 머리를 조준하고 있었다. 아까 광장에서 보았던 보안관이었다. 보안관은 라우타리 견습생, 술 마시는 건 다음 기회로 미뤄야겠다고 말했다. 기스베르트가 항의했으나 소용없었고, 보안관 일행은 타마라를 우격다짐으로 끌고 갔다. 기스베르트는 따라올 용기를 내지 못했다. 타마라는 그가 휘말리지 않아 다행이라 생각했다. 보안관 일행은 양팔을 붙잡고 협곡까지 질질 끌고 갔다. 필트오버는 법치주의 국가라 벼랑 너머로 던지지는 않을 것이나, 고향(자운)이었다면 이미 칼을 맞거나 협곡 아래로 던져졌을 것이라 생각했다[1].

일행은 거대한 케이블카로 향하는 벼랑을 따라 구불구불한 좁은 길로 움직였다. 이쪽으로 가면 도시 해안의 분주한 부두들로 이어진다. 타마라가 체포냐고 묻자 보안관은 이미 방에서 모든 걸 찾아냈다며 마법공학 학술지들과 설계도를 언급했다. 타마라는 견습생이라 설계도는 당연히 있어야 한다고 대꾸했다[1].

그들은 바다와 부두로 뻗은 레일 위 철망 플랫폼에 이르렀다. 드넓은 해협에는 수백 척 선박이 정박해 있고, 동서로 이동하는 바닷길을 열어줄 '태양 관문'의 거대한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었다. 프렐요드 쇄빙선, 녹서스 함대 바크형 범선, 슈리마 갤리선, 빌지워터 도둑들 선박 등 다양한 배들이 보였다. 필트오버 군함들이 감시하고 있었고, 흑단 선체에 노와 충각이 돌출되어 있었으며 마법공학 무기를 동력으로 움직인다는 소문도 있었다. 타마라는 진위 여부는 알 수 없지만 사람들이 사실이라고 믿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했다[1].

보안관 부하 세 명이 타마라를 엘리베이터로 집어넣으며 필요 이상으로 거칠게 붙잡았다. 보안관은 단순한 설계도가 아니라 필트오버 상세 지도까지 필요한 견습생은 흔치 않다며 자신이 케이틀린 보안관이라고 소개했다. 헤아리기 귀찮을 만큼 오랜 세월 순찰해 도시 골목골목을 누구보다 잘 아는데, 타마라가 만든 지도는 정말 훌륭해 바이도 눈가리개를 한 채 필트오버를 누빌 수 있겠다고 했다. 케이틀린이 레버를 당기자 엘리베이터가 덜덜 진동하며 도시 최하부로 내려가기 시작했다[1].

타마라가 무슨 말인지 이해 안 된다고 하자 케이틀린은 남의 말 이해하기보다 스스로 개척해나가는 게 성향에 맞겠다고 했다. 타마라가 그게 무슨 뜻이냐고 묻자 케이틀린은 대답하지 않았다. 타마라는 눈물을 글썽이며 아버지가 준 돈이 다 떨어지기 전에 메다르다 가문과 계약해 자운 화학 공장에 취직하고 싶었던 견습생일 뿐이라 애원했다. 모두 들은 척도 하지 않았고, 엘리베이터가 부둣가에 멈추자 거대한 슈리마 갈레온 선박이 눈앞에 나타났다. 배 앞 철제 수레에 타마라의 소지품(학술지, 설계도, 몇 달간 공들인 결과물)이 너덜너덜 찢어진 채 쓰레기처럼 처박혀 있었고 기름 냄새가 풍겼다[1].

타마라는 자신을 붙잡은 남자들을 뿌리치고 케이틀린 앞에 무릎 꿇으며 제발 이러지 말라고 흐느꼈다. 케이틀린은 무시하고 수레 쪽으로 건너가 지나던 일꾼에게 담배를 건네받아 종이 뭉치에 담뱃불을 놓았다. 기름에 젖은 책과 두루마리가 펑 소리와 함께 불길에 휩싸였고, 불과 몇 분 만에 잿더미가 되었다. 타마라는 자신의 노력이 회색 연기로 변해 피어오르는 걸 망연히 지켜보다 케이틀린 발치에 침을 뱉으며 '빌어먹을, 평생 잿빛 대기에나 파묻혀 살아라'라고 외쳤다[1].

케이틀린은 타마라를 발치로 끌어당기며 우리말 억양이 꽤 그럴싸하고 적당히 거칠게 말할 줄도 안다고 인정했다. 하지만 이 도시 밑바닥부터 최상층까지 온갖 말투를 다 들어봤는데, 타마라 말씨는 어디에도 들어맞지 않으며 특유의 앙심과 거무튀튀한 그을음이 너무 많이 섞여 있다고 했다. 타마라는 필트오버에서 나고 자랐고 '황금의 처녀'이며 '천공의 금고'가 보이는 데서 태어났다고 항변했다. 케이틀린은 고개를 흔들며 억양은 유창하지만 녹서스인의 거만한 속내는 가려지지 않는다고 했다. 정체는 뻔히 안다며 적국에 숨어들어 염탐하는 워메이슨 이야기 진작부터 들었고, 적국 영토 파악, 습격 경로 계획, 침공 기초 작업 등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1].

타마라가 항변하기도 전에 부하들이 그녀를 갈레온 선박 입구로 끌고 갔다. 안에서 살갗 거무스름한 슈리마 출신 자객들이 맞이했다. 은 부속품 반 닢에 할머니도 팔아치울 냉혹한 살인자들이었다. 케이틀린은 라이플을 팔로 안으며 두 번 다시 필트오버에 발 들이지 말라고, 또 나타나면 머리에 총알을 박아버리겠다고 말했다. 타마라는 대꾸하지 않았고 케이틀린의 말이 진담임을 알았다. 케이틀린은 선장을 불러 지시했다[1].

  • 타마라는 배가 해안가에서 멀리 벗어났을 때에야 갑판 위로 올라가도 된다는 허락을 받았다. 이는 그녀가 헤엄쳐서 육지까지 가지 못하게 하려는 의도였으나, 애초에 그럴 생각도 없었다.[1]
  • 타마라는 보석처럼 반짝이는 필트오버의 풍경이 지평선 너머로 멀어지는 모습을 지켜보며, 그곳을 떠나게 된 것이 애석하지만 임무가 끝나 후련하다고 느꼈다.[1]
  • 정교하게 만든 설계도와 지도가 잿더미가 된 것은 아쉬웠으나, 내용을 모두 기억하고 있어 언제든 다시 만들 수 있다고 판단했다.[1]
  • 타마라는 자신이 무슨 단서를 남겨 케이틀린에게 발각되었는지 고민했으나, 케이틀린이 영리하긴 해도 타마라를 찾아낸 장본인은 케이틀린이 아니라 다른 누군가일 것이라는 직감을 느꼈다.[1]
  • 녹서스의 첩자를 밝혀낼 만큼 영악한 자가 필트오버에 있다는 사실에 초조함을 느꼈다.[1]
  • 타마라는 워메이슨 첩자들이 반드시 짝을 지어 행동하며, 한 명이 적국에 더 깊이 침투하기 위해 다른 하나를 희생시키기도 한다는 사실이 아직 알려지지 않았음을 확신했다.[1]
  • 동료인 콜레트가 메다르다 가문의 심장부에서 귀중한 정보들을 캐낼 것을 상상하며 빙긋 웃었다.[1]
  • 타마라는 빈 곡식 자루들을 쌓아 만든 침대에 누워 마음 편히 잠에 들었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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