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요편집이의 제기
피혁(皮革, leather)은 동물의 피부를 벗겨낸 가죽을 무두질 등 가공 공정을 거쳐 부패를 방지하고 내구성·유연성을 부여한 소재다. 단순히 '가죽'이라고도 부르며, 20세기 이후 인공적으로 제조된 합성 피혁(인조 가죽)이 등장하면서 이를 포함해 지칭하기도 한다. 동물 유래 원료와 구별할 때는 '천연 피혁'이라 칭한다. 동물의 체모(털)까지 함께 이용하는 소재는 모피(毛皮)로 별도 분류한다.[1][2]
역사·유래편집이의 제기
피혁은 예로부터 의복 재료(의료, 衣料)와 액체 저장 용기 등으로 쓰였다. 오늘날에도 특유의 물성과 질감 덕분에 의류, 신발, 가방, 가구, 공구, 스포츠 용품 등 다방면에 활용된다. 생피(生皮)는 그대로 두면 부패하거나 굳어 실용할 수 없으므로, 무두질(탄닌·크롬 등 화학적 처리)을 통해 수분을 차단하고 단백질(콜라겐)을 안정화해 부드럽고 내구성 있는 소재로 만든다. 위키백과 영문판에 따르면 피혁 제조 역사는 7,000년 이상 거슬러 올라가며, 현재 최대 생산국은 중국과 인도다.[2][3]
주요 원료 동물로는 소·말·산양·면양·돼지·뱀·악어·타조·가오리·어류 등이 이용된다. 현대에는 소 가죽이 전체 생산량의 약 65%를 차지하며, 양(13%), 염소(11%), 돼지(10%) 순이다. 말 가죽 중에서도 등 쪽 하층부인 '셸 코도반(shell cordovan)'은 거울 같은 광택과 주름 방지 성질로 고급 구두·지갑에 쓰인다. 캥거루 가죽은 경량·내마모성이 뛰어나 불윕(bullwhip), 모터사이클 슈트, 축구화(아디다스 코파 문디알 등), 복싱 스피드백에 애용된다. 타조 가죽은 깃털 자국(모공)이 만드는 독특한 '구스 범프' 무늬로 유명하다. 가오리 가죽은 등뼈 돌기 무늬를 염색해 장식하며, 중국·스코틀랜드·일본 검 손잡이 그립과 모터사이클 레이싱 장갑의 고내마모 부위에 쓰인다. 어류 가죽은 교차 섬유 구조 덕분에 동일 두께 대비 높은 강도를 보인다.[3]
작동 방식과 유형편집이의 제기
제조 공정
피혁 제조는 크게 준비 공정(preparatory stages), 무두질(tanning), 크러스트(crusting) 세 단계로 나뉘며, 필요에 따라 피니싱(finishing) 공정이 추가된다.[3]
준비 공정
생피를 무두질에 적합한 상태로 만드는 과정으로, 침지(soaking), 제모(hair removal), 석회 처리(liming), 중화(deliming), 연화(bating), 표백(bleaching), 피클링(pickling) 등이 포함된다. 한국어 위키백과에 따르면 생피를 석회유액에 담가 털과 표피를 제거한 뒤 산성 용액으로 석회를 중화한다.[2]
무두질(tanning)
원피의 주성분인 콜라겐 단백질을 안정화해 열·화학·미생물적 안정성을 부여한다. 무두질하지 않은 생피는 건조 시 딱딱해지고 재수화하면 부패하지만, 무두질한 가죽은 유연하게 건조되고 재수화해도 부패하지 않는다. 드럼에 원피와 무두질액(liquor)을 넣고 천천히 회전시켜 약액이 전층에 침투하게 한 뒤, pH를 서서히 높이는 바시피케이션(basification)으로 무두질제를 고정한다. 고정량이 많을수록 열수축 온도와 내수성이 높아진다.[3]
크러스트(crusting)
가죽을 얇게 깎고 윤활·염색하는 공정이다. 스플리팅(splitting), 셰이빙(shaving), 다이잉(dyeing), 화이트닝(whitening) 등이 수행되며, 건조·연화 조작으로 마무리된다. 이 단계에서 첨가된 화학제는 고정돼야 한다.[3]
피니싱(finishing)
표면 코팅·광택·엠보싱·글레이징·텀블링 등 외관과 물성을 조정하는 후처리다. 오일링(oiling)으로 내수성을 보강하기도 하는데, 이는 무두질 후 남은 천연 유분이 물에 씻겨 나가는 것을 보완한다. 밍크 오일, 넛풋 오일 등을 주기적으로 바치면 유연성과 수명이 크게 향상된다.[3]
무두질 방식별 분류
무두질액에 쓰는 화학제 종류에 따라 다음과 같이 나뉜다.[3]
탄닌 무두질(vegetable tanning)
나무 껍질 등 식물성 탄닌을 쓴 가장 오래된 방식이다. 미무두질 상태에서 연한 갈색(탄 색)을 띠며, 물에 불안정해 장시간 담그면 수축·경화된다. 이 성질을 이용해 끓인 가죽(boiled leather)으로 경화시켜 과거 갑옷이나 제본에 쓰였다. 현재는 고급 구두·벨트·공예용으로 쓰인다.
크롬 무두질(chrome tanning)
크롬산염(크롬 황산염 등)을 써 하루 만에 공정이 끝나는 산업적 방식이다. 무두질 직후 연한 청색('wet blue')을 띤다. 탄닌 무두질보다 유연하고 물에 강해 현대 피혁의 주류(약 80~90%)를 이룬다. 다만 크롬은 중금속이라 폐수 관리가 부실할 때 환경 오염 우려가 있다. 19세기 후반 공정 단축·방수성 확보를 위해 개발됐다.
알데하이드 무두질(aldehyde tanning)
글루타르알데하이드·옥사졸리딘 화합물을 써 'wet white'라 불리는 연한 크림색 가죽을 만든다. '크롬 프리' 대표 방식으로 유아용 신발, 자동차 내장재에 쓰인다. 포름알데하이드는 작업자 유해성·민감성 문제로 퇴출 추세다. 샤모아(chamois) 가죽은 대구 간유 등 기름 산화로 생성된 알데하이드로 무두질해 다공·고흡수성을 띤다.
브레인 무두질(brain tanning)
사슴·소·버팔로 등 동물 뇌유를 유화해 쓰는 노동집약적 전통 방식이다. 벅스킨(buckskin)이 대표적이며, 극도로 부드럽고 세탁 가능하다.
명반 무두질(alum tanning, tawing)
명반(알루미늄 염)과 밀가루·난황 등 결합제를 쓴다. 엄밀히 말해 무두질이 아니라 '토잉(tawing)'이라 부르며, 장시간 물에 담그면 명반이 빠져 생피 상태로 되돌아간다.
등급·부위별 분류
가죽은 표피·진피·내피 3층 구조 중 치밀한 섬유층인 진피가 주원료다. 이 다층 구조가 부드러우면서 강도·통기성·내수성을 동시에 부여한다. 인공 필름(폴리아미드 등)으로는 이 복합 물성을 재현하기 어렵다.[2]
탑 그레인(top-grain) 계열
외층 그레인층(조직이 치밀한 표면)을 포함한 최상급이다.
- 풀 그레인(full-grain): 그레인층을 전혀 연마하지 않은 최고 등급. 사용하며 파티나(patina)가 생긴다. 가구·신발에 쓰이며 아닐린 염료로 마감한다. 러시아 가죽이 이에 속한다.
- 코렉티드 그레인(corrected grain): 표면 결함을 버핑·샌딩으로 제거하고 염색·엠보싱해 균일하게 만든다.
- 누벅(nubuck): 그레인 면을 샌딩해 짧은 단백질 섬유 나프(nap)를 일으켜 벨벳 같은 감촉을 낸다.
스플릿(split) 계열
탑 그레인을 분리하고 남은 하층(코리움, corium)에서 얻는다. 두꺼운 가죽은 미들 스플릿·플레시 스플릿으로 더 나눌 수 있다.
- 바이캐스트(bicast): 스플릿에 폴리우레탄·비닐 코팅을 엠보싱해 그레인 무늬를 흉내 낸다. 탑 그레인보다 약간 뻣뻣하지만 질감 균일하다.
- 페이턴트(patent): 고광택 코팅(전통적으로 아마인유 래커, 현대엔 바이캐스트 기반)을 입힌 가죽. 1818년 세스 보이든(Seth Boyden) 양산 기술로 대중화.
- 스웨이드(suede): 스플릿 이면(육면)을 기모 처리해 부드러운 나프를 만든다. 어린·소형 동물 가죽이 적합하며 성체 가죽은 거칠다.
본디드(bonded) / 재생 가죽
가죽 부스러기를 분쇄해 폴리우레탄·라텍스로 섬유 메시에 접착한 복합재다. 가죽 섬유 함량 10~90%로 물성이 크게 달라진다.
'제뉴인 레더(genuine leather)' 표기
특정 등급을 지칭하지 않으며, 보통 가공된 스플릿이나 바이캐스트, 다층 접착 가죽을 뜻한다. 국가별 표시 규제 차이가 있다.[3]
인공·합성 피혁
천연 피혁의 다층 섬유 구조를 모방해 폴리염화비닐(PVC), 폴리우레탄(PU), 폴리에스테르·폴리아미드 부직포 등에 폼·천 백킹을 대고 표면 엠보싱·착색한 소재다. '의혁(擬革)', '견지(堅紙)' 등 초기 모방재에서 발전했으나, 통기성·투습성 등 천연 피혁 고유 물성을 완벽 재현하진 못한다. 최근엔 통기성 가공과 표면 무늬 재현 기술이 개선돼 핸드백·가방 등에 널리 쓰인다.[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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