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요
《개구리》(고대 그리스어: Βάτραχοι, 라틴어: Ranae)는 고대 그리스의 극작가 아리스토파네스가 지은 고대 희극(Old Comedy) 작품이다. 기원전 405년 아테네의 디오니소스 축제 중 하나인 레나이아(Lenaia)에서 초연되어 1등상을 수상했다.[1][2][3] 작품 제목은 극의 첫 합창 부분(파로도스)에서 개구리 합창단이 디오니소스를 괴롭히며 울어대는 소리에서 유래했다.[3]
역사·유래
창작 배경과 초연
펠로폰네소스 전쟁 말기, 아테네가 스파르타의 봉쇄 아래 놓여 있던 시기에 쓰여졌다. 초연 당시 이미 소포클레스와 에우리피데스라는 두 걸출한 비극 시인이 연달아 세상을 떠난 뒤였으며, 아테네는 6개월 뒤 아이고스포타모이 해전에서 패배해 항복하게 된다.[3] 이러한 위기감이 작품 전반에 깔려 있다.
후대 수용과 각색
1974년에는 스티븐 손드하임과 버트 셰블로브에 의해 동명의 뮤지컬로 각색되었다. 이 버전에서는 에우리피데스와 아이스킬로스 대신 조지 버나드 쇼와 윌리엄 셰익스피어가 등장한다.[3]
작동 방식과 유래
줄거리 구조
신 디오니소스가 노예 크산티아스와 함께 저승으로 내려가(카타바시스) 죽은 비극 시인 에우리피데스를 데려와 아테네 연극의 수준을 되살리려 한다는 설정을 뼈대로 한다.[3]
#### 저승으로의 여정
디오니소스는 헤라클레스로 변장해 저승 입구를 찾으려 한다. 헤라클레스가 앞서 케르베로스를 납치하러 갔다가 저승 관리인들의 미움을 샀기 때문에, 변장한 디오니소스는 곳곳에서 위협을 받고 크산티아스와 옷을 바꿔 입기를 반복한다.[3] 호수(아케론 강일 가능성)에 이르러 카론에게 배를 타지만, 노예인 크산티아스는 걸어서 돌아가야 한다. 이때 개구리 합창단이 "브레케케크스 코악스 코악스(Βρεκεκεκὲξ κοὰξ κοάξ)"라고 울며 파로도스를 부르는데, 이 소리가 디오니소스를 몹시 짜증나게 한다.[3]
#### 저승에서의 소동
저승 궁전에 도착한 디오니소스는 관리인에게 헤라클레스로 오인받아 괴물들을 풀겠다는 협박을 당하고, 크산티아스와 옷을 세 번이나 바꿔 입는다. 결국 정체가 탄로나 플루토와 페르세포네 앞에서 채찍질을 당한 뒤 진위가 가려진다.[3]
#### 파라바시스(합창단의 직접 발언)
합창단은 아테네의 정치 상황을 비판하며, 시민권 부여의 일관성 결여와 능력주의 부재를 지적한다. 기원전 411년 과두정 변혁에 가담했다가 권리를 잃은 올리가르키 추종자들을 용서하고 시민권을 돌려주라고 호소한다. 이 발언이 초연 당시 큰 반향을 일으켜 1등상 수상의 주요 원인이 되었으며, 실제 파트로클레이데스의 법령으로 이어지기도 했다.[3]
#### 비극 시인 경연(아곤)
저승에서 아이스킬로스와 에우리피데스가 "최고 비극 시인" 자리를 놓고 경연을 벌인다. 소포클레스는 아이스킬로스에 대한 존경으로 불참한다. 디오니소스가 심판을 맡아 두 시인의 작품을 인용·비평하게 한다.[3]
##### 문체와 기법 논쟁
에우리피데스는 자작의 인물이 현실적이고 논리적이라 우월하다고 주장하고, 아이스킬로스는 이상화된 영웅적 인물이 덕성의 본보기라고 맞선다.[3] 아이스킬로스는 에우리피데스의 서두 운율이 예측 가능하고 공식적이라며 "레키티온(ληκύθιον ἀπώλεσεν, 작은 기름병을 잃었다)"이라는 구절을 반복해 끼워 넣어 조롱한다. 이 대목에서 시학 용어 '레키티온(lekythion)'이 유래했다.[3] 에우리피데스는 아이스킬로스의 합창가가 단조롭다며 "이 코폰 우 펠라테이스 에프 아로가안(ἰὴ κόπον οὐ πελάθεις ἐπ᾽ ἀρωγάν, 아아 타격이다, 구하러 오지 않겠나)"라는 후렴을 매번 붙여 패러디한다.[3]
##### 저울질 테스트
저울을 가져와 각자 대사를 올렸을 때 더 무거운 쪽이 이기는 방식으로도 겨룬다. 에우리피데스는 아르고 선, 페이토(설득), 곤봉을 올리고, 아이스킬로스는 스페르케이오스 강, 죽음, 마부 시체가 딸린 전차 두 대를 올린다. 후자가 더 "무거운" 소재이므로 아이스킬로스가 이긴다.[3]
##### 정치적 조언 테스트
디오니소스는 여전히 결정을 못 내리고, 아테네를 구할 실질적 조언을 구한다. 첫째, 망명 중인 알키비아데스를 어찌할 것인가. 둘째, 도시를 어떻게 구할 것인가. 에우리피데스는 교묘하지만 공허한 답을, 아이스킬로스는 실천적 조언을 내놓는다. 디오니소스는 아이스킬로스를 부활시키기로 한다.[3]
결말
플루토가 아이스킬로스의 귀환을 허락하고 작별 연회를 베푼다. 아이스킬로스는 자신이 없는 동안 자기 의자(최고 비극 시인 자리)를 에우리피데스가 아닌 소포클레스에게 맡기라고 유언한다.[3]
사례
자료에 명시된 직접적인 공연·각색 사례는 다음과 같다.
그 밖의 주제
저승 묘사와 종교적 요소
저승 여정은 헤라클레스의 선례를 따르며, 카론·플루토·페르세포네·엠푸사 등 신화적 존재가 실재하는 공간으로 그려진다. 디오니소스 비의 입문자들로 구성된 두 번째 합창단이 등장해 종교적 분위기를 더한다.[3]
욕설과 축제의 관계
파로도스에서 개구리 합창단이 외설적인 표현을 쏟아내는 장면은, 그리스 문화에서 신성한 축제 속에 음란함이 공존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전형적 사례로 꼽힌다.[3]
역사적 시점과의 정합성
작품 상연 6개월 뒤 아테네가 항복했다는 사실은, 극 중 아이스킬로스가 제시한 "승리 계획"이 끝내 실현되지 못했음을 역설적으로 보여준다. 아리스토파네스의 조언이 일시적으로 수용(시민권 복권)되었으나 전쟁의 대세를 돌리지는 못했다.[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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