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요
만조(滿潮, high tide)는 조석 현상의 한 단계로, 해수면이 주기적인 상승을 거쳐 국지적 최대치에 도달한 상태를 말한다. 달과 태양의 인력, 지구 자전에 따른 관성 효과가 결합하여 바닷물이 주기적으로 오르내리는 조석 과정에서, 물이 더 이상 올라가지 않고 정점에 이른 순간을 가리킨다. 위키데이터에서는 만조를 '물이 가장 높은 수위로 상승한 상태'로 정의하며 상위 개념을 조석으로 둔다[1].
역사·유래
조석과 만조에 대한 이해는 오랜 시기에 걸쳐 축적되었다. 인도와 동아시아 문헌에서는 바다가 살아있는 생물처럼 숨쉬거나 맥동한다는 신화적·애니미즘적 설명이 나타난다. 기원전 150년경 셀레우코스(Seleucus of Seleucia)는 조석의 원인이 달에 있다고 주장했고, 프톨레마이오스(Ptolemy)의 『테트라비블로스(Tetrabiblos)』에도 달이 물체에 미치는 영향이 언급된다. 725년 베다 베네딕투스(Bede)는 『시간의 계산(De temporum ratione)』에서 반일조(하루 두 번 밀물과 썰물)와 조고(潮高) 변화를 달의 위상과 연결시켰으며, 밀물 시각이 매일 약 4/5시간씩 늦어진다는 점과 달의 출몰 시각이 같은 간격으로 늦어진다는 점을 대응시켰다. 또한 두 음력월(59일) 동안 달이 지구를 57바퀴 돌고 114번의 조석이 일어난다고 기록했으며, 조고가 월중 변하는 현상을 '말리나이(malinae, 증가)'와 '레도네스(ledones, 감소)'로 불러 7~8일 주기로 번갈아 나타난다고 기술했다. 바람이 조석을 지연시킬 수 있다는 점과 지역마다 조석 시각이 다르다는 사실도 함께 적었다.
중세 이슬람 천문학자들의 저작이 12세기부터 라틴어 번역으로 유입되면서 유럽의 조석 이해가 깊어졌다. 아부 마샤르 알발키(Abu Ma'shar al-Balkhi, 886년경 졸)는 『천문학 입문(Introductorium in astronomiam)』에서 밀물과 썰물의 원인을 달로 보았고, 달의 위상이 태양에 대해 어떤 위치에 있느냐에 따른 영향과 바람의 효과를 논했다. 12세기 알비트루지(al-Bitruji, 1204년경 졸)는 천구의 전반적 순환이 조석을 일으킨다고 주장했다. 1608년 시몬 스테빈(Simon Stevin)은 『밀물과 썰물의 이론(De spiegheling der Ebbenvloet)』에서 당대의 오개념을 다수 배격하고 달의 인력이 조석의 원인이라는 생각을 명확히 옹호했으며, 밀물·썰물·사리·조금 용어를 분명하게 쓰고 추가 연구가 필요함을 강조했다. 1609년 요하네스 케플러(Johannes Kepler)도 고대의 관측과 상관관계를 근거로 달의 중력이 조석을 일으킨다고 올바르게 제안했다[2].
작동 방식과 유형
조석 주기와 만조의 위치
조석은 해수면이 주기적으로 상승·하강하는 현상이다. 기본적인 조석 주기에서 네 단계가 구분된다: 물이 내려가다 멈추어 국지적 최솟값인 간조(low tide)에 이르고, 수시간 동안 해수면이 상승하여 간석대(intertidal zone)를 덮는 범람(flooding) 과정을 거쳐, 물이 더 이상 오르지 않고 국지적 최댓값인 만조(high tide)에 도달한 뒤, 다시 수시간 동안 해수면이 하강하여 간석대를 드러내는 낙수(ebbing) 과정으로 이어진다. 이 주기가 하루 약 두 번(반일조, semi-diurnal) 반복되는 것이 가장 흔하며, 하루 한 번(일조, diurnal)인 지역도 있다. 반일조 지역에서 그날의 두 만조 높이는 보통 다르며(일불평등, daily inequality), 더 높은 쪽을 '높은 만조(higher high water)', 낮은 쪽을 '낮은 만조(lower high water)'라 부른다. 두 간조 역시 높은 간조(higher low water)와 낮은 간조(lower low water)로 나뉜다. 일불평등은 일정하지 않으며, 달이 적도 위에 있을 때 일반적으로 작아진다[2].
사리와 조금, 만조 높이의 변동
반일조 범위(만조와 간조의 높이 차)는 약 2주 주기로 변한다. 삭(초승달)과 망(보름) 무렵에는 태양·달·지구가 거의 일직선(삭망, syzygy)을 이루어 태양의 조석력이 달의 조석력을 강화하므로 조석 범위가 최대가 되는데, 이를 사리(spring tide)라 한다. 'spring'은 계절 봄이 아니라 '튀어 오르다, 솟구치다'라는 뜻에서 유래했다. 상현과 하현 무렵에는 태양과 달이 지구에서 보아 90°(사분, quadrature)를 이루어 태양 조석력이 달 조석력을 부분적으로 상쇄하므로 조석 범위가 최소가 되며, 이를 조금(neap tide)이라 한다. 'neap'은 고대 앵글로색슨어로 '힘이 없는'을 뜻한다. 사리 때는 만조가 평균보다 높고 간조가 평균보다 낮으며, 정조(slack water) 시간이 짧아지고 조류(tidal current)가 강해진다. 조금 때는 그 반대다. 사리와 조금 사이는 약 7일 간격이다[2].
조석 성분과 주요 성분 M2
조석 성분(tidal constituent)은 여러 영향이 결합되어 일정 주기로 나타나는 조석 변화의 요소다. 주요 성분으로는 지구 자전, 달과 태양의 상대 위치, 달의 적도 이각(황도 경사 등), 수심 지형 등이 있다. 반나절 미만 주기의 변동은 조화 성분(harmonic constituent), 수일·수개월·수년 주기는 장주기 성분(long period constituent)으로 분류한다. 대부분의 장소에서 가장 큰 성분은 주달 반일조 성분(principal lunar semi-diurnal constituent, M2)이다. M2의 주기는 약 12시간 25.2분으로, 달일(tidal lunar day)의 정확히 절반이다. 달일은 달이 같은 자오선을 다시 통과하는 평균 간격(약 24시간 50분)으로, 지구가 달에 대해 한 번 자전하는 데 걸리는 시간이다. 달이 지구 자전과 같은 방향으로 공전하므로 태양일보다 길다. 단순 조석 시계는 이 M2 성분을 추적한다. 만조 순간이 반드시 달이 천정이나 나디르에 있을 때와 일치하지는 않지만, 강제 주기가 만조 간격을 결정한다[2].
달의 거리가 변함에 따라 조고도 변한다. 달이 근지점(perigee)에 있을 때 조석 범위가 커지고, 원지점(apogee)에서는 작아진다. 1년에 6~8회 정도 근지점이 삭 또는 망과 겹치면 근지점 사리(perigean spring tide)가 되어 가장 큰 조석 범위가 나타난다. 근지점 사리와 원지점 사리의 조고 차이는 장소에 따라 최대 약 30cm(1피트)까지 벌어진다[2].
천문조 기준면과 만조 관련 기준
조석 예보와 해도 작성 등에 쓰이는 기준면(datum)은 최고부터 최저까지 다음과 같이 정의된다[2].
최고천문조(Highest Astronomical Tide, HAT): 천문학적으로 예측 가능한 가장 높은 조위. 기상 조건(저기압, 바람 등)이 추가 상승을 더할 수 있음.
평균 사리 만조(Mean High Water Springs, MHWS): 사리 기간 중 두 만조의 평균.
평균 조금 만조(Mean High Water Neaps, MHWN): 조금 기간 중 두 만조의 평균.
평균 해수면(Mean Sea Level, MSL): 장기 평균 해수면. 장기간 일정함.
평균 조금 간조(Mean Low Water Neaps, MLWN): 조금 기간 중 두 간조의 평균.
평균 사리 간조(Mean Low Water Springs, MLWS): 사리 기간 중 두 간조의 평균.
최저천문조(Lowest Astronomical Tide, LAT): 천문학적으로 예측 가능한 가장 낮은 조위.
정조와 조류
만조(및 간조) 부근에서는 조류(tidal stream, tidal current)가 일시적으로 멈추는 정조(slack water, slack tide) 순간이 온다. 정조 직후 조류 방향이 바뀌며 '조류가 돈다(turning)'고 표현한다. 정조는 보통 만조·간조 시각과 가깝지만, 장소에 따라 크게 어긋나기도 한다[2].
지구조와 대기조
조석력은 바다뿐만 아니라 지구 전체에 작용한다. 고체 지구는 탄성 변형을 일으켜 수 cm 규모의 상하 운동을 하는데 이를 지구조(Earth tide)라 한다. 대기에선 달·태양의 중력과 태양 복사 가열이 결합해 기압·밀도·풍향의 전지구적 진동인 대기조(Atmospheric tide)를 만든다. 지구조가 탄성 변형이라면 대기조는 주로 기압 기울기와 풍향 진동으로 관측된다[2].
공진·공명과 연안 지형의 영향
실제 관측 조석은 천문학적 강제력만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해분 형상, 대륙 경계, 수심, 코리올리 효과, 얕은 바다에서의 마찰 소산, 연안의 조석 공명(tidal resonance) 등이 강하게 변형시킨다. 원형 분지 형태의 바다에서는 공시선(cotidal line)이 중심으로 모여 무조점(amphidromic point)을 이루며, 무조점에서는 조석 운동이 영이다. 반일조에서 무조점은 시계 중심처럼 작동해 만조 공시선이 시침 방향을 가리키며, 남반구에선 시계 방향, 북반구에선 반시계 방향으로 만조가 무조점을 중심으로 12시간 주기로 회전한다. 이는 코리올리 효과 때문이다. 북대서양에서는 무조점을 중심으로 공시선이 반시계 방향으로 돌므로 뉴욕 항의 만조가 노퍽 항보다 약 1시간 빠르다. 케이프 해터라스 남쪽에서는 조석력이 더 복잡해 북대서양 공시선만으로는 신뢰성 있게 예측하기 어렵다[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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